다시 거리로
한노보연 회원 조이
#1 나,
학교를 그만 둔지도 어느새 1년 반, 회사에 다닌 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사회 초년생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때가 사회생활 1년째라는데 글쎄요, 요즘의 나는 가끔 즐겁고, 종종 힘들지만, 주로 대부분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것조차도 내가 어떻게 살더라-라고 스스로 묻고 한참 생각한 후에 대답하는 거겠지요.)
아침 9시까지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6시지만, 대부분 9시를 넘겨 퇴근하게 됩니다. 때때로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6시 칼 퇴근을 하면 다음날은 대부분 10시가 넘도록 일을 하곤 합니다. 일 자체가 몸이 고단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루에 12시간씩 회사에 있다 보면 지치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변명처럼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나는 뭔가 다른 걸 할 시간이 없다고 말이죠.
사실 지금, 현재의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일’입니다. 운 좋게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돈’을 받으며 하고 있으니, 사실 행복해야 할 텐데, 과연 그럴지요.
# 거리의 사람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의 목소리가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그리고 고교생들이 대거 거리로 뛰어 나오는 것이 기사화되던 때까지만 해도 나는 팔짱을 끼고 구경하며, 인터넷 뉴스나 클릭하고 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싶었습니다. 곱창을 즐겨먹으니 걱정은 되지만, 반 FTA투쟁 때처럼 이미 패배한 모습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분위기가 점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하자면-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운동권’이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겠지요.) 거리의 사람들은 수 십 가지, 수 백 가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그 중에는 내가 불편해 하거나 반대할 입장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많은 수가 모여서 모두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깃발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무대를 향해 한 방향으로 앉아서 중앙의 사회를 따르는, 내가 지루해 하던 그 집회판도 아니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자발적인 모임이 되어 가고 있다니, 신선하고 신기하고, 어떤 면에서 나는 참 반성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다시 거리로,
요새 점심 식사 최대의 화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입니다. 사람들의 입장을 좀더 귀 기울여 들어봐야겠어요. 그리고 함께 거리로 나가자고 선동(!)해야죠.
거리에 나가면 이미 알고 지내던 동지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내 생활 공간에서 하루 종일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는 것은 또 다른 큰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겁하고 게으른 내 자신에게는, 지금이 다시 거리로 나갈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해요. 핑계 김에 팔짱 끼고 방관하면서도 뉴스를 보며 글을 읽으며 감동하고 마음 아파하는 감상적인 사치만 부리고 있던 내 자신에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