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민영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
한노보연, 궤도연대 정책국장 정흥준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예견되었던 정책 중 하나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란 말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공공부문(Public sector)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위한 업무 전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이 확대되면 될수록 국민들에게는 유리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오히려 공공부문의 축소, 폐지, 사유화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다. 왜?
이제는 기억도 아득한 과거 권위주의적 독재정권에서는 공공부문을 정권유지 측면에서 이용했다. 즉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인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정권의 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대한 상대적 특혜는 점점 사라져왔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공공부문은 경쟁력 없는 민영화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보수정치인들이나 정부는 시민에 대한 안정적인 서비스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독점적인 분야인 체신, 철도, 상수도, 의료 등을 민영화하면 기업에 많은 이윤을 보장해 줄 수 있고, 그렇게 기업이 성장하면 나라가 잘 살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만 할 뿐이다. 이러다보니 보수정치인과 보수정당은 자연스럽게 공공부문은 어떻게 사유화할 것인가 궁리를 하게 된 것이다. 즉, 욕 안 먹고 사유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는데, 그 절차는 대략 다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르게 된다.
1 단계, 보수언론과 손잡고 공공부문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 그 과정에서 사실 확인 따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며 가급적 선정적인 문구로 국민들에게 공공부문을 왕따시킨다. 예를 들면 비효율이 대표적인데, 사람들은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므로 공공부문은 버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이 많다고 욕하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저가로 서비스와 상품을 팔게 되면 당연히 버는 돈이 작을 수록 좋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일단은 비효율적이라고 떠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 공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 등은 아주 설득력이 있으므로 이를 대대적으로 유포하기도 한다. 이렇데 공공부문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한 다음에는 2단계로 돌입한다.
2 단계. 잘못된 공공부문을 바로 잡기 위해서 민영화카드를 슬며시 꺼낸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의아심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일단은 공기업화하고 민간위탁 등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민간위탁을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규모를 슬림화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파업 등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역시 ‘파업꾼’으로 매도해 밟고 지나가야 한다. 공기업을 전환하고 나서는 사기업과 같은 경영방식 및 이윤극대화를 통해 회사를 공공서비스 영역에서 이윤창출 기업으로 질적 변화를 시켜야 한다. 이른바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다. 그래야 공기업을 인수한 재벌들이 단시간에 많은 이윤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제 남은 일은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된다. 즉, 나라가 어려우니 공기업을 매각한다고 한다든지, 아니면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을 매각해야 한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1, 2단계의 과정은 전형적인 공공부문 민영화의 과정이며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보통 1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일관되게 추진한다.
이명박스러운 공공부문 구조조정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으로 곤혹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은 여전히 공기업민영화, 공공부문 구조조정만이 나라를 살리고 기업을 살리는 유력한 방안으로 믿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해고가 되든, 비정규직이 늘러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대략 어떤 것들인가?
<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내용 >
- 국가소유의 금융권 완전 매각(산업은행 등. 이미 발표)
- 국가소유인 체신, 철도 민영화
- 공기업의 통폐합과 규모축소, 가능한 공기업 단계적 민영화
- 공무원 규모축소(정원 5%축소)
- 지방공무원 규모축소(서울시 공무원 1500명 감축, 서울시 구 공무원 1335명 감축발표)
- 국책연구기관 구조조정 및 통폐합
- 물 사유화 (고민 중)
- 건강보험 민영화 (고민 중)
위의 내용 중 물 사유화 및 건강보험 민영화를 제외하고는 이미 발표한 내용들이다.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금융, 체신, 철도를 민영화하고 공무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물 사유화와 관련해서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는 했으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물 산업 육성정책을 도입하여 지방정부에 속해 있는 상수도를 공기업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기업화는 사유화가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민영화를 위한 단계임을 위에서 확인하였다. 건강보험 민영화는 최근 영화 ‘식코’를 통해 미국건강보험의 민영화 폐해가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서둘러 건강보험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민영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 정책을 추친하는 등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의 암울한 미래
공공부문이 민영화되거나 축소되면 해당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손해이다. 단, 기업은 막대한 자산과 이윤을 통해 이득이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다 이득은 아니고 소위 일부 ‘재벌’의 이익이다. 재벌이 돈을 많이 벌면 나라가 잘 살게 되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재벌이 돈을 벌고 설혹 나라가 좀 더 부강해 진다고 할지라도 국민은 손해라는 점이다. 왜? 우선 해당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고용불안을 겪게 된다. 또 과거 정규직이었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값싼 서비스를 더 이상 제공받을 수 없으며 요금인상에 따라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체신이 민영화되고 철도가 민영화되면 요금인상은 자명한 사실이다. 왜냐면 지금의 요금은 원가이하이기 때문이다. 물이 민영화되면 이제 상수도 사용요금이 아닌 실제 사용한 양의 물값을 내야 한다. 어마어마한 돈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이 민영화되면 ‘돈이 없어 실제로 죽는 일’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막연히 ‘비효율적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가벼이 여기고 ‘내 일이 아니니까 신경 끄자.’ 식이다.
과연 공공부문 민영화가 성공할까.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이 모두 존재한다. 우선 확실한 것부터 정리해보자.
이명박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다. 쇠고기 고시를 강행했듯이.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는 ‘비즈니스 프랜들리’정책을 포기하는 것으로 아마도 자본가들이 이명박 정부를 탄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명박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한반도 대운하와 마찬가지로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누가봐도 잘못되었기 때문이며 국민들 입장에서 한번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왜 국가소유의 재산을 재벌들에게 팔아넘겨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구조조정 당사자들인 노동조합의 거센 저항이다. 거센 저항을 통해 문제점을 최대한 폭로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 같은 저항운동이 이슈화되고 국민적 지지를 어느 정도 획득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발표했다가 철회하거나 수정하는 식이 될 것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왠지 YS가 떠오른다. YS 정권 때를 되돌아보면 다음의 것들이 생각난다. “당선초기 엄청난 지지율, 석 달도 안 되서 지지율 모두 까먹고, 뭐하나 제대로 한 것 없고, 특히 공공부문 구조조정 한다고 했다가 강한 저항에 부딪혀 아무것도 못하고, 결국에는 IMF로 나라 쪽박차게 만들고. 그래도 잘났다고 아직까지 떠들고...”
현재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협상, 대운하,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모두 지뢰밭이다. 추진할 때마다 터지게 되어 있는 사안들이다. 우리의 운동진영도 10년의 침체를 넘어 제대로 한번 붙어 볼만 한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갑자기 지난 대선 때 “차라리 이명박이 되는 게 더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한 노동조합 간부의 말이 생각난다. 자! 다시 힘내서 싸워보자. “이명박의 패배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