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한노보연 회원, 민들레장애인야학 사무국장 문상민
나는 현재 장애인운동을 하고 있으며 민들레장애인야학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장애를, 장애인을, 장애운동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시 누군가가 ‘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아직도 모른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나는 장애를, 장애인을, 장애운동을 더 잘 알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처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단순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과 선배의 손에 이끌려 청각장애인 봉사 동아리에서 수화를 배우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운동권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장애인문제도 사회문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학내에 특수교육 운동하는 동기들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장애인문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장애인운동을 한지도 벌써 10년을 훌쩍 넘겨서 17년이 되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장애인 대중운동도 많이 발전했다. 2005년에 준비위원회로 출발하여 작년 11월 장애민중행동대회에서 본 조직을 출범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라는 전국조직의 건설이 잘 말해주고 있다. 당시의 기쁨은 90년 전노협 건설과 비교할 수 없을지 몰라도 필자에겐 그 만큼 기뻤다. 현재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대전, 충북, 광주, 대구, 경남 9개 지역에 지역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건설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지역조직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부산과 울산 그리고 전주 등이 있다. 이렇게 2년 사이에 지역조직을 활발하게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장연이 대중성, 현장성, 투쟁성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은 즐거운 것
2006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장연’에서 조직2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운동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2006년도에 ‘전장연’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나는 인천으로 파견되었다. 당시 인천에는 산재노동단체 이외에 장애운동 단체가 없었고, 장애인 운동이 없었다. 나는 인천시청 앞에서 14일 동안 천막에서 먹고 자면서 장애인동지들과 활동보조투쟁을 준비하고 전개했다. 처음에는 구호도 못하고 팔뚝질도 어색해하던 동지들이 투쟁에 승리하고 나서 투사로 변화되는 모습은 너무나도 흐뭇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지금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시에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에 나온지 3개월 밖에 안된 장애여성동지를 만났다. 이 동지는 전경을 처음 봤다고 한다. 투쟁이 끝나고 장애인운동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나는 야학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야학이름도 ‘민들레’라고 지어주었다. 처음에 5명의 중증장애인 학생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회원(비장애인 포함)이 30여명 넘는 조직으로 컸다. 올해 4월에 인천 민들레장애인야학으로 오자마자 장애인교육권 투쟁을 시작했다. 인천시 교육청을 상대로 벌인 35일간의 투쟁 중 22일간 천막을 치면서 투쟁하였고, 그 결과로 넓은 공간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부설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장애여성동지는 지금은 나의 곁에서 운동을, 인생을 같이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어쩌면 이 장애여성동지 때문에 나에게 운동은 즐거운 것일지 모른다.
일터 독자 여러분, ‘민들레장애인야학’ 홈피(www.minschool.or.kr)에 들어오셔서 많은 격려와 지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