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장해인의 사회 ․ 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직업재활사 박종균
1. 들어가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목적은 업무상재해를 당한 노동자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하고, 재해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재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는 재해 노동자의 보상문제에만 급급할 뿐,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데는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 재활사업5개년계획, 2006년 산재보험재활사업중기발전계획, 2008년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재보상보험법 등에서 재활사업과 사회복귀를 말하지만 산재노동자들의 현실은 별반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산재노동자들의 특징과 그들이 원하는 재활방식이 어떤 것이고, 어떤 재활사업이 그들의 사회복귀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산재노동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않은 산재보험의 운용방식 때문이다. 또한 산재보상보험법의 본래 취지인 산재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의 촉진 보다는 산재보험기금의 안정에 목표를 두고 재활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재보험에서의 재활사업은, 산재노동자들의 특징과 그들의 욕구조사에서부터 출발을 할 때, 그들이 진정 만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재활과 사회복귀를 이룰 수 있다.
2. 산재노동자들의 특징
첫째, 산재노동자들은 중도 장애인의 특징을 가진다. 이로 인해 본인의 장애에 대한 스트레스, 우울증, 좌절감 등을 더 많이 느끼며 신체적․심리적으로 이를 수용하거나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둘째, 산재노동자들은 일반재해자들 보다 국가나 기업, 사회에 보상심리가 더 강하다. 그들은 가정과 동료와 회사와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산재로 인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고, 직장동료들과 떨어지게 되고, 산업폐기물이라는 말을 들을 때 끝없는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셋째, 산재노동자들은 다른 장애인들과는 달리 재해 이전의 전문기술이나 직장경험이 있어 직업 및 사회복귀에 대한 열의가 높다.
넷째로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이 높고 그에 따른 심리적 박탈감이 강하다. 재해 전엔 가장으로서의 당당했던 모습에 비해 재해 후 초라해지고 가족들을 책임지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본인의 입장을 수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가족해체라는 이차적인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이와 같이 산재는 신체적인 손상외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 불면, 두통과 같은 정신․심리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이로 인해 그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외에도 산재노동자은 치료과정에서 개인적인 의료비 지출 부담과 생계변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산재보험법 취지상 요양급여는 산재노동자에게 요양비 전액을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공단은 요양급여를 건강보험수가 기준으로 산정하여 상당한 정도의 비급여를 발생시킴으로써 산재기간 중 줄어드는 가계소득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3. 산재노동자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사회‧심리재활이 필요하다
산재보험에서는 산재노동자를 위한 재활사업으로 의료재활, 직업재활, 사회재활로 구분되어 시행하고 있다.
산재노동자를 위한 병원치료와 보상업무 외에 이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직업재활, 사회‧심리재활이 필요하다. 산재보험을 이야기할 때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말하고 산재노동자를 나이롱환자 취급할 때마다 그들은 더 많은 심리적인 아픔을 느낀다. 이들이 병원치료 후에도 치료종결에 저항하고 억울해 하고, 심지어 자살을 기도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가 불건강하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자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 그리고 자기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하며 이러한 욕구는 하위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욕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노동자는 상해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가 파괴된다. 산재노동자들이 사회복귀를 하기 위해서는 상위욕구인 자기실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하위욕구조차도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욕구인 자기실현의 욕구가 발생되지 않아 병원치료 후에도 사회복귀에 욕구가 발생되지 않거나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산재노동자들의 자기실현욕구를 발생시키기 위한 방법이 사회‧심리재활이다. 심리재활을 통하여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애정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 비로소 자기실현의 욕구가 발생하여 산재노동자는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산재노동자들의 사회‧심리재활을 통한 자기실현의 욕구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산재가 발생하는 초기부터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 산재환자들이 겪는 단계별(충격→부정→우울반응→독립에 대한 저항→적응) 적극적인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 산재노동자들이 병원치료 중에도 심리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서 병원 치료가 끝날 때쯤에는 산재노동자들의 심리상태가 충격, 부정, 우울, 독립에 대한 저항 단계가 지나 적응의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또한 개인별, 상황별, 지속적인 심리 상담에 대한 사례관리는 산재노동자들이 치료종결을 하고 사회복귀를 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례관리를 통한 심리재활이 원활하게 되면 퇴원 전이나 치료종결 전에 자기실현의 욕구가 발생하여 사회복귀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사회복귀프로그램을 거치게 되면 원활한 사회복귀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4. 사회․심리재활의 현주소
그러나 그동안 산재노동자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심리재활이 어려웠던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산재보험 재활사업계획이 산재노동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수립되었다기 보다는 산재보험기금 안정화 계획에 의해 산재보상보험법을 개정하면서 대외 홍보용으로 산재보험재활사업을 끼워 넣기 했다는 의구심이 있다.
일례로 2000년 산재보상보험법을 개정하면서 최고보상액 등의 산재보험지급금을 축소하면서 산재보험재활사업5개년계획을 발표했지만 공단에서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2000년에 발표한 재활사업계획의 예산집행액은 절반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산재보험은 목적사업이기 때문에 기금운용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목적을 위해서는 산재보험요율을 올리던지 국고지원을 해서라도 목적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산재보험재활사업이 직업재활에만 편중되고 있다.
산재근로자들이 사회복귀를 하는 것은 직업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업복귀를 할 수 있는 경증손상산재근로자들은 직업재활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직업복귀가 어려울 만큼의 중증손상산재근로자들은 직업재활의 목표와 함께 문화 활동이나 장애인체육활동 등 다른 목표를 통해 사회복귀를 지원해야 한다. 산재근로자들의 재활의 목표가 직업재활을 통한 사회복귀가 아닌 다양한 유형의 재활을 통한 사회복귀 혹은 사회통합이 목표여야 한다.
셋째, 산재근로자들의 욕구파악이 필요하다. 산재보험 재활사업은 빠르게 변화 하고 다양해져가는 사회현상 속에서 그들의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욕구를 정확히 사정해야 한다. 정확한 욕구사정을 통해 산재근로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회복귀를 원하고 어떤 유형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원하는지 정기적으로 산재근로자들의 욕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넷째,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노동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산재노동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공단의 치료종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심리재활을 통해 산재노동자들이 본인의 상태를 수용하고 자기실현의 욕구가 생기면 병원에서 더 치료를 하라고 해도 자기실현욕구 충족을 위해서 병원을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재활사업을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광주재활원과 안산재활원의 신규원생을 뽑지 않고 폐쇄하는 행정은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트린 것이었다.
다섯째, 재활상담원의 심리 상담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재활상담사 중에 심리상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상황은 사회‧심리재활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5. 산재장해인의 사회 ․ 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이에 필자는 산재장해인의 사회․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을 찾아보고, 원활한 사회복귀를 촉진할 수 있는 사회․심리재활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선행연구들을 고찰해보면 연령, 장애유형, 교육수준, 취업유무, 결혼여부, 성격 등이 산재장해인의 사회․심
리재활에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부상의 성질, 신체적인 고통, 스트레스, 노동력상실 정도 등과 같은 산업재해에 의한 요인도 작용을 한다. 이외에 가족의 지지, 자조집단의 활동유무 등이 산재장해인의 사회․심리재활에 미치는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그동안 사회․심리 문제에 대해 부분적으로 접근한 연구결과는 있었지만, 사회․심리 재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제외된 주 수입원, 산재로 인한 후유증, 가족간의 갈등, 병원에서 치료받은 기간, 장해보상의 어려움, 심리상담 유무 등의 사회‧심리적 요인들을 스트레스, 우울증상, 자살기도,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 삶의 질 변화들과 비교하여 사회․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히려 했다.
연구방법은 산재로 근로복지공단의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전국의 산재장해인을 대상으로 하여 ‘설문지를 통한 설문조사’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총 240부의 설문지를 배포하여 182부를 회수하였고, 최종적으로 164부를 분석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55.5%가 월 평균소득이 200만원 미만이라고 대답했으며, 가구의 주 수입원인 본인의 수입이라는 대답도 68.9%나 되었다. 또 산재로 인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있다는 대답도 94%나 되었다. 산재 후 사회활동까지 걸린 기간이 2년 이상이라고 대답한 경우가 53.9%였으며, 93.9%의 응답자가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많고, 71.3%의 응답자가 산재 후 가족간의 갈등이 많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75%의 응답자가 산재 후 우울증상을 경험하였고, 자살을 생각해보거나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가 78.1%나 되었지만 전문가에게 치료받은 경우는 10.2% 밖에 없었다. 주변 동료들의 도움은 33.6%에서, 가족 도움은 26.6%의 응답자가 받았다고 대답했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경우도 25%나 되었다. 86%의 응답자가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으며, 동료상담제도가 있으면 75.6%의 응답자가 참가하겠다고 답을 했다. 그리고 86.6%의 응답자가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산재장해인들의 사회심리재활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산재장해인 당사자의 재활프로그램 경험이나 재활성공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산재장해인 자녀 학자금을 현행 고등학교까지에서 대학교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심리재활을 현행 1인당 1회가 아닌 정기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재장해인 치료과정에 심리 상담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자조모임을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찾아가는서비스’와 재활상담을 환자의 재활을 돕는 차원이 아닌 요양기간만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므로 시정해야 한다, 중증 산재장해인들(1급~3급)은 직업재활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장애인스포츠나 문화활동 재활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인 심리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들 사회‧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과 결과들의 상관관계를 교차분석을 해 본 결과,
첫째, 산재로 치료받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 상황이 많아지며, 우울증상을 많이 느끼고, 삶의 질이 더 떨어진다. 이는 장기간 치료를 받는 산재장해인들이 상대적으로 중증이어서 일수도 있고, 중증이 아니더라도 장기간 치료를 받을 경우 그만큼 스트레스가 늘어난다는 결론이다.
둘째, 산재 후에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 스트레스상황이 많아지고, 우울증상이 더 많이 생기며,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삶의 질은 더 떨어진다.
셋째, 가족 간의 갈등이 많을수록 스트레스상황이 많아지며, 우울증상도 많이 느끼고,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고,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삶의 질은 떨어진다.
넷째, 산재보상이나 장해보상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많을수록 스트레스상황은 늘어나고, 우울증상도 많아지며, 자살을 더 많이 생각하고,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도 더 크다.
다섯째, 산재장해인들은 심리 상담을 받은 경우에 받지 않은 경우보다 삶의 질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병원에서 치료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산재 후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많을수록, 가족 간의 갈등이 많을수록, 장해보상에 어려움이 많을수록, 심리상담을 받지 않은 경우에 산재장해인들은 사회․심리재활에 어려움을 더 크게 느낀다.
위의 요인 외에도 근로복지공단의 사회적응프로그램참가유무, 재활상담원과의 상담유무, 가족상담 유무, 동료상담유무, 근로복지공단의 스포츠 문화 활동 지원 참가유무 등이 산재장해인들의 사회․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나타났다.
그리고 산재장해인들은 가족상담, 동료상담, 근로복지공단의 스포츠문화 활동지원이 있을 경우 참가하겠다는 비율이 아주 높았다. 이는 사회 심리재활프로그램의 요구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6. 마치며.
이번 연구를 마치고 원활한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심리 재활사업에 몇가지 제언을 하면,
첫째, 중증산재근로자들을 위한 일상생활능력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증산재근로자 일수록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느껴 사회복귀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옥구조개선, 대인관계개선, 장애인운전면허취득지원 등의 일상생활능력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산재가 발생하면 초기부터 재활상담을 시작하여, 이들이 병원치료 완료 전에 다음 재활프로그램을 결정하고 병원에서 퇴원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이러한 지원이 단기간, 혹은 일회성이 아닌 사례관리와 재활단계별 상담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보다 효율적인 사회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산재노동자들을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하여 노동 상실률이 큰 중증 환자들에게는 스포츠 문화 활동 지원을 통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경증 환자들은 자기역량강화프로그램 등을 통한 직업재활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게 타당하다.
넷째, 전문재활복지센터를 설치하여 산재노동자 당사자 단체가 산재장해인의 사회․심리재활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편집자 주) 윗 글은 박종균씨의 장애인복지학 석사학위 논문의 주요 내용만을 실었으며, 보다 상세한 논문의 원본은 한노보연 홈페이지 www.kilsh.or.kr 자료실에서 내려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1991년 태백 광산에서의 붕괴사고로 스물여덟의 나이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산재장애1급)이 된 박종균씨는 현재 산업안전강사, 심리상담사, 동료상담사, 장애인여행전문가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