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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월/새세상열기] MB정부의 위험한 도박 ; 금산분리 폐지

MB정부의 위험한 도박 ;
금산분리 폐지


사무금융연맹 정책국장 이한진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관이다. 이는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존재 목적은 모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창출(혹은 주주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관(機關)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어떤 단체의 목적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설치한 시설’로 정의되어 있다. 결국 금융기관은 금융시장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함으로서,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자원 배분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한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금융의 본원적 기능을 인체에 비유하면 심장의 역할과 동일하다.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피가 인체 구석구석까지 제대로 돌지 못하여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금융이 자원배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의 시스템적 속성으로 인하여 현행 금융업법(은행법, 보험업법 증권거래법)에서는 개개 금융기관의 행위가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한다는 것을 주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결국 금융의 공공성이란 금융의 작동방식이나 운영과정, 그리고 경영의 결과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적 특성 때문에 금융기관을 설립하거나 인수할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 감독기관의 인․허가는 필수적이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금융의 역할은 돈벌이로 전락

이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을 부인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는 너무도 뻔하다. 태생 자체가 친재벌-친자본적으로 금융자본(주주)의 이익극대화에 충실하게 복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적 속성은 금산분리 폐지로 노골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업의 특성으로 인하여 대개의 국가들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호간에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말 현재 상장 제조업체 546개사의 잉여금이 358조원(10대 재벌그룹 잉여금 166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금산분리 폐지의 이유를 잘 설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벌(산업자본)은 왜 그토록 금융기관을 소유하길 원할까? 우선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의 금융업은 돈 벌이가 꽤 괜찮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금융시스템이 자금수요자로서의 개인이나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함으로서 경제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신자유주의 정치권력은 금융의 사회적 역할은 무시하고 자본 친화적 입장에서 수익극대화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기관에 있어 자원배분이라는 공공적 성격과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정 정도의 수익은 균형과 조화를 필요로 하는 상충적 요소이다. 금융자본의 수익극대화는 금융소비자로서의 국민들의 희생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돈으로 운용되는 금융기관의 속성을 무시한 금산분리 폐지

한편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게 되면 고객의 자산을 함부로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은 대부분 주주의 돈(자본금) 보다는 타인의 돈(고객의 돈)을 가지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특정 대주주가 위험한 자산운용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지로 2007년 9월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총자산 합계액은 2,212조원인 반면 자기자본(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은 188조원에 불과하다.

산업자본이 일단 금융기관을 지배하게 되면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된다.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도 자본금이 적기 때문에 스스로가 치러야 할 자기비용도 적다. 그런데 제조업체와는 달리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금융이용자가 피해를 입게 되고,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해치게 되는 등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거대 금산복합기업의 도산은 국민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

즉 산업자본인 모기업의 이해에 따라 금융기관의 자금이 기업의 무리한 확장이나 위험한 투자에 과도하게 동원된다면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이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소지가 큰 것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결합된 거대금산복합기업의 탄생은 IMF 당시 경험 했던 대마불사의 딜레마를 다시 연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거대금산복합기업의 도산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실이 생겨도 이를 조기에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는 결국 부실의 심화라는 결과를 낳게 되고 종국에는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대될 것이고, 종국에는 국민경제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편으로는 금융기관의 이윤이 계열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는 자회사인 금융기관이 모기업이나 계열기업에 적정가격 이하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역으로 관계회사로부터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적정가격 이상으로 높게 구입함으로써 가능하다. 게다가 자회사인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배당금을 갈취함으로서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는 기업 활동에 있어서의 공정한 경쟁이 훼손될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는 그렇지 못한 기업과의 경쟁에서 근본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의 성패가 원활한 자금조달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을 소유하기 어려운 경쟁기업이나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항상 시장의 실패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금융기관을 소유한 산업자본은 해당 금융기관을 통하여 현재의 경쟁기업이나 잠재적 경쟁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기업들의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게 되어 사업 확장과 팽창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일부 재벌(대기업집단)로의 경제력 집중이라는 근원적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더욱 훼손하게 될 것이다.


금산결합의 폐해 차단 장치 도입이 필요한 비은행금융기관

비은행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규제완화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금융위원회의 방침은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현 재벌체제를 그대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재벌의, 재벌에 의한, 재벌을 위한 정부임을 만천하에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금산분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제2금융권의 경우에도 금산결합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들을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실적으로 국내 대기업 금융업종의 시장 점유율은 2005년 3월 총자산 기준으로 생보사 75.2%, 손보사 47.6%, 증권사 35.7%, 자산운용사 16.6%, 신용카드사 63.9%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2005년 기준 총 자산은 217조원 중 금융계열사 총자산이 132.8조원으로 그 비중이 58.6%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통합법의 경우 증권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행령을 통하여 신용공여 ․ 지급보증 등의 겸영업무를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간접금융으로서의 은행이 지녔던 핵심 기능인 여․수신 업무가 제한적으로나마 이제 증권사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의 경우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어슈어뱅킹을 허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추세는 금융의 겸업화, 통합화 현상과 맞물려 더욱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당시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폐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여 1차적으로는 사모펀드와 연기금의 은행 지분 보유 규제를 완화하고, 2단계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상향조정하며 최종적으로 사전적 소유규제를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에둘러가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시기상의 문제일 뿐 최종적 목표는 금산분리 완전 폐기이다.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형식이야 어찌됐건 시간이 갈수록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지배는 더욱 공고화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역사는 금융의 핵심적 역할 중의 하나는 산업자본(기업)에 대한 평가와 감시의 역할임을 잘 증명하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외환유동성의 위기가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장으로 과도하게 비대해진 일부 재벌그룹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소유한 재벌들이 모기업의 도산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회사인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함으로써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이어져 국민경제 파탄이라는 결과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대우그룹은 IMF 당시 금융계열사 서울투신운용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7조6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여 사용함으로써 그룹의 위기를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시킨바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무제한적 유동성과 자율성을 근간으로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금융자본의 부절적한 욕망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이명박 정부만이 오만과 독선 속에 무조건적인 개방과 규제철폐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이미 분명해졌다. 결국 금융공공성을 확립하고 대안적 금융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는 일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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