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고용에 관한 연구
-서울시 가정도우미를 중심으로-
한노보연 회원 최민희
1. 들어가며: 정부의 사회서비스 고용창출전략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는 국정과제중간보고회를 통해 여성․노인 등 취업취약계층의 고용확대를 위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노동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사업의 지원수준은 노동자 1인당 인건비 78만 8천원으로 최저임금수준을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의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제고 없이 이 분야의 일자리와 고용의 양적인 확대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을 바우처 지원사업을 활성화하는 등 사회서비스 시장화 형성을 통해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혹은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창출전략에 사회서비스 시장화가 전면 배치된 것이다. 따라서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전략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우려하는 진영에서는 사회서비스가 시장화되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의 특성상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과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책임성 강화를 통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주장대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책임성이 강화되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부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정부에서 직접 고용하면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을까?
이 또한 낙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고용조건의 열악한 실태를 보았을 때, 오늘날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은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내실화를 고민하기보다 이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자 하고, 그 과정에서 취업취약계층에게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강요하며 이들의 희생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확대고자 하는 측면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그 동안 사회서비스의 책임주체에 대한 논의에 가려져 부각되지 못했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노동자인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노동실태를 살펴봄으로써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정책 및 고용창출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했다. 이는 오늘날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낮은 질적 수준과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 등이 사회서비스에 대한 책임주체를 결정하는 문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2. 연구방법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실태 조사”에서 서울시 가정도우미를 대상으로 조사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자료를 활용하였다.
3.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노동실태 및 함의
이를 통해 살펴본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노동실태는 열악한 노동환경,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매우 열악한 실정이었다. 또한 서울시에서 이들 도우미들을 유급가정봉사원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들에게 희생과 봉사정신을 강요하고 있었으며, 노동조합 결성권 및 활동권까지 침해하고 있었다.
즉, 서울시 가정도우미들은 공공부문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일자리 환경 및 노동조건과 서울시의 탄압 등으로 노동권을 침해받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빈곤의 상황에까지 처해 있었다.
이와 같은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실태는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노동권 침해와 노동빈곤 진입의 가능성이 비단 서울시 가정도우미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며, 공공부문의 일자리 또한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는 점에서 급증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고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가사․간병 등의 돌봄 서비스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여 양적으로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열악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고용조건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 서비스 이용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결국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양적인 확대와 고용창출에만 급급하여 사회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수준과 사회서비스 노동자 및 이용자의 권리는 간과하고, 효율성과 비용에만 집중하여 사회서비스 시장화 전략까지 구사하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정책 혹은 고용창출정책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다.
4. 사회서비스 고용의 한계와 문제점
서울시 가정도우미의 노동실태 분석을 통해 도출한 사회서비스 고용의 한계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시 가정도우미와 같은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가 증가한다면, 전 사회적으로 저임금 및 불안정 노동이 증가할 것이다. 더욱이 현재 단기고용과 저임금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시장영역에서 창출된다면 일자리의 질과 노동조건 악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둘째, 서울시 가정도우미를 비롯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저임금․불안정 노동 등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히 현재 사회서비스 부문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저소득계층의 여성이라는 점, 정부의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창출정책이 이러한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노동빈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가능성은 정부의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창출정책이 노동활동을 통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와 무관하게 노동빈곤을 확대 및 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이러한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정책 혹은 고용창출정책은 곧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확충하려는 것이다. 서울시 가정도우미 사례를 통해 볼 수 있었듯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자기희생과 봉사정신을 강요당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노동자 자신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회서비스 고용의 문제점과 한계가 분명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여성과 노인 등 취업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을 빌미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및 고용창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 개선과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에 대한 해결방안과 대책이 전무한 채, 사회서비스 고용이 증가하고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까지 형성된다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권 침해 및 노동빈곤의 가능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요컨대 사회서비스에 대한 책임주체가 국가이건 시장이건 사회서비스가 고용창출을 통한 성장 도모 및 이윤창출을 통한 수익성 확보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서비스에 경제적 목적이 관철된 이상,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자기실현이 가능한 일자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 및 노동빈곤의 문제는 사회서비스,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고용에 대한 책임주체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5. 사회서비스 고용창출정책의 개선 및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방안
이에 본 논문에서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정책 혹은 고용창출정책의 개선과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다음의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노동자로써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적 보호조치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의 ‘가사사용인’ 적용제외조항을 폐기하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노동자(혹은 근로자)’로 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저임금 기준선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이들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고, 이로 인해 저소득계층인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빈곤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때문에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고 노동빈곤을 완화시키기 위한 제도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봉사자 혹은 저숙련․반숙련 노동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지배적인 이상, 이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임금수준, 노동의 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봉사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넷째,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과 연대가 중요하다. 예컨대 간병노동자들과 ‘간병노동자노동권확보와사회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 단체들은 높은 노동 강도와 유료소개소로부터 중간착취를 당하는 간병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과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요구해왔고, 지난 2007년 11월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대위는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및 노동권 확보를 위한 발족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문제점,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 사회서비스 시장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의 대응이 있어왔다.
지금까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 노동의 특징상 서비스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사회서비스 노동자에 의해 직접 제공되기 때문에, 노동권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로 하여금 도덕적 갈등까지 일으키게 되는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봉사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복지서비스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노동활동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서, 사회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사회서비스 이용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연대와 조직은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사회서비스에 대한 접근은 사회서비스 이용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로 보고 사회서비스 정책이 고용정책 혹은 일자리 정책으로 둔갑할지라도, 사회서비스는 그 특징상 동시에 두 가지 기능, 즉 사회서비스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로, 서비스 이용자에게는 필요충족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은 보편성과 공공성이 확보된 사회서비스의 확충과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동조건 확보에 대한 고민 속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서비스 정책은 “사회적 필요의 충족이 사회의 낙오자, 탈락자를 구호해주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향유하는 사회적 권리”라는 점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6. 마치며
오늘날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의 의미를 “개인의 ‘자기실현’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이 복지서비스의 시장화 형성을 통한 일자리 및 고용의 양적인 확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내실화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수준 향상이 전제된 정책일 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이 실현되었을 때,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과 서비스 이용자의 삶의 질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