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2008년
현대자동차 의장 52부 노동자 박명학
휴일은 자주 휴일이 아니다
시급제 생산직 일이 곧 시간이고
시간이 또 돈이 되는
특근은 철야는 늘 달콤한 사탕발림
쓰라림같은 것
어지간히 지치고 시달린 새벽 네시,
야광충처럼 불빛아래 펄럭이다가
잠시 드러눕는 짧은 휴식
더러 코를 골며 잠에 빠진 시급제 벗이여
무슨 화려한 꿈이라도 꾸는가
눈만뜨면 생산제일주의로 번뜩이는 공장
원가절감 품질확보 불량률 제로
가장 빛나는 이런 타이틀 아래
더부룩한 속앓이 충혈된 눈 역류의 괴로움
한갓 소모품의 사소한 애환일 뿐
이 팽팽도는 노동은 출구 없는 길
즐겁지 않은 즐거움 같은 것
오늘도 어김없이 완강하게 버티고 서서
쌩쌩 돌이가는 기계의 꿈이 아닌
적정노동과 알맞은 휴식과 건강권 확보
이런 사람의 단순한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지금 괴로움 앞에 맞불로 버티지만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지만
쓰러져도 누구하나 알아줄까
하루 안보이면 그 자리는 퍼뜩
대타가 메꾸는 이 철저한 시스템은,
이미 우리의 삶이 아니다.
휴일은 자주 휴일이 아니듯
삶도 자주 삶이 아니지, 그래도
익숙하게 날마다
몸이 견디는 그 끝까지
마음이 떠받치는 그 극한까지
아, 봄 여름 가을 겨울
쓰러지지 않는 어디까지 꿈이고
견디는 어디까지 삶일까
2008. 6. 30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