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성명서] 신종인플루엔자. 타미플루 특허 강제실시와 국영제약회사설립이 해결책

[09 | 05월호]


신종인플루엔자. 타미플루 특허 강제실시와 국영제약회사설립이 해결책



신종인플루엔자의 공포가 전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신종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멕시코 여행을 다녀온 사람 가운데 3명이 의사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로 분류되어 그 중에서 1명에 대해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전염병의 세계화 시대에서의 조류독감 등의 지구적 전염병 대해 정부의 종합적 대책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AI 등 인플루엔자에 대한 국내방역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으며 이명박 정부 또한 작년 경인지역에서의 조류독감 발생당시 앞으로 준비하겠다고 내세웠던 대책을 집행하지 않았고 올해 다시 똑같은 대책을 ‘앞으로 집행하겠다’고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수년째 요구해 온 국제적으로 합의된 대책을 이명박 정부가 전혀 실행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개탄한다. 국민들은 손을 잘 씻고, 안심하라는 뻔한 대책을 정부에게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신종인플루엔자와 인플루엔자 등 전세계적 전염병(pandemic)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을 다음과 같이 다시한번 요구한다.

첫째 특허 강제실시를 통한 1000만 명분의 타미플루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정부는 타미플루 250만명분(5%)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리렌자는 전혀 보유하고 있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신종인플루엔자 진단을 위한 제대로 된 실험실 진단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까지 신종인플루엔자 진단시약 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 대책으로 최소한 전체인구 20%의 돼지독감 치료·예방제로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상품명 타미플루)와 자나미비르(Zanamivir, 상품명 리렌자)의 확보를 권고해 왔다. 그러나 2005년 당시 타미플루의 독점 판매권자인 로슈(Roche)사의 생산시설을 최대한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2015년이 되어야 전세계 인구의 20%에 투여할 수 있는 약제를 생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 때문에 당시 세계보건기구 고 이종욱 사무총장이 특허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한국의 사회단체를 포함한 국제 노동 및 사회단체들은 특허권을 가진 길리어드사와 독점판매권을 가진 스위스 로슈사에 대해 전세계적인 항의행동을 하였고, 이 때문에 로슈사는 일부 양보를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한국의 제약회사 한 곳이 하청형식으로 타미플루의 일부 제조공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허권에 대한 양보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슈가 특허권을 가진 이상 전 세계인구는 물론 한국 인구의 20%에 필요한 타미플루를 빠른 시간내에 생산하고 이를 부담 가능한 가격으로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은 전혀 변화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한국 제약회사들이 타미플루 생산능력이 있음은 2005년 당시 확인된 바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특허권뿐이다. 조류독감이, 그리고 지금 신종인플루엔자가 전세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약은 기술적으로 생산 가능한데, 오직 특허 때문에 약품 공급이 불가능하여 국민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가? 당장 이명박 정부는 공익을 위한 특허권 정부사용을 행사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비상업적 목적의 경우 특허 기술을 정부가 사용하는 특허권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는 특허권자와 협의할 필요도 없고 특허조사를 할 필요도 없다. 생산능력만 확보되면 필요한 약을 생산하면 그만이다. 특허권자는 이러한 생산을 막지 못하며, 다만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WTO에 의해서도 보장되고 있는 각국의 권한이다.

둘째 특허권 강제실시를 위한 법 제도 개정이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법 개정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준비는 커녕 법 개정이 안 된다고 줄기차게 반대해온 쪽은 한국 정부다. 원래 특허권은 독점권을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특허 기술이 사회적으로 활용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허권자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도로 특허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때에는 정부가 나서서 특허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특허법은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일 때에만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했다. 특허권 보호를 그토록 강조하는 미국에서도 정부는 특허 강제실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특허권자에게 보상금을 주어야 할 뿐이다. 한국 정부는 타미플루 비축을 위해 특허권자가 허락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한 현행 특허법을 고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안다. 그리고 전쟁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된 다음에야 정부 사용을 위한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면 이미 늦었다. 인플루엔자가 국내에 이미 퍼진 다음에 언제 강제실시를 해서 치료제를 생산하겠다는 말인가? (로슈의 주장에 따르면 원료물질을 확보한 다음에도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데에 6~8개월이 걸림.)

셋째 국립 제약회사의 설립이 당장 필요하다.
특허 강제실시를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의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간섭과 방해를 견딜 수 있는 국립제약회사 필수적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여러 의약품으로 이해관계에 얽혀있고, 특허소송 등에 매일까 두려워하는 사기업 제약회사들은 긴급한 시기에도 특허권 강제실시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는 특허권 강제실시가 국영제약회사가 있는 나라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당장 약과 백신 생산이 필요한데 국영 제약회사가 없다면 연구개발도 실제 생산도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말하면서 해야할 일은 의료비만을 폭등시킬 영리병원이나 민간의료보험 특혜조치가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국립제약회사를 설립이고 이에 대한 R&D 투자와 필수적 백신과 의약품 생산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타미플루에 대한 사재기가 이미 진행되었으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국민의 20-30%에 해당하는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약을 구할 수도 없다. 또한 이른바 선진국들은 인플루엔자 백신개발에 대한 국립연구기관의 R&D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그토록 “의료산업화”를 이야기하던 이명박 정부는 지금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가? 국민들이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정부의 대비책을 묻고 있는 이때 “병원주식회사와 민영의료보험활성화”를 통한 의료산업화가 그 답이라고 말할 것인가? 당장 정부가 할 일은 엉뚱한 의료민영화를 의료산업 발전으로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과학발전에 제대로 예산을 쓰는 일이다. 또한 당장 국영제약회사 설립에 착수하여 과학기술분야의 인재들을 국민생명을 위한 일에 종사하도록 고용하는 일이다.

우리는 신종인플루엔자의 위험을 과장할 의도가 전혀 없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AI나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세계적 인플루엔자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을 세울 충분한 기간이 있었음에도 이를 세우지 않았던 책임을 묻는다.
또한 우리는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강제실시를 통한 최소한의 치료약제 확보, 이를 위한 특허법의 개정, 국영제약회사 설립, 국내 공공기관 강화를 통한 방역대책의 확립을 요구한다.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최소한의 역할이다.

2009.4.28
보건의료단체연합, 국건수, 정보공유연대 (각 단체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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