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에서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영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회원 김대호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아동들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 아동이라 한다. 주로 어렸을 때 학습장애나 주의가 산만하여 학부모나 담임선생님에 의해 소아정신과로 찾아가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유병률은 3~5%정도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바 없으며, 남아에게 흔하고, 사춘기가 되면 호전되기도 하나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의 문제는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ADHD의 25% 이상에서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되어 충동성 문제로 후유증을 야기하며, 행동장애와 반사회적 인격장애 또는 알코올 및 약물중독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이러한 증상들은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쉽게 흥분하거나 자주 직장을 옮기기도 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한 업무손실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미리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고 싶을 것이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여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정신과 질환에 대한 편견이 많은 우리 노동현실에서는 성인 ADHD 진단을 받거나 선별검사를 하는 것은 고용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어떠한 연구도 진행하기 힘들다. 하지만 유병률이 높고, 치료방법이 간단하며, 치료효과 또한 좋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장애이다. 필자도 정신과 전문의에 의해 성인 ADHD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하고 있으며, 직장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표1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기준(DSM-IV)
부주의(부주의 증상 중에서 6가지 이상, 6개월 동안 지속)
① 세부적인 면에 대해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거나, 학업, 작업, 또는 다른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다.
②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할 수 없다.
③ 다른 사람이 직접 말을 할 때 경청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④ 지시를 완수하지 못하고, 학업, 잡일, 작업장에서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반항적 행동이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님)
⑤ 과업과 활동을 체계화하지 못한다
⑥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과업(학업 또는 숙제 등)에 참여하기를 피하고, 싫어하고, 저항한다
⑦ 활동하거나 숙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예: 장난감, 학습 과제, 연필, 책 또는 도구)을 잃어버린다
⑧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진다
⑨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과잉행동
①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거나 의자에 앉아서도 몸을 꼼지락거린다
② 앉아 있도록 요구되는 교실이나 다른 상황에서 자리를 떠난다
③ 부적절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청소년 또는 성인 경우에는 주관적인 좌불안석으로 제한될 수 있다)
④ 조용히 여가 활동에 참여하거나 놀지 못한다
⑤ "끊임없이 활동하거나" 마치 "자동차(무엇인가)에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
⑥ 지나치게 수다스럽게 말을 한다.
충동성(과잉행동과 충동성 증상 중에서 6가지 이상, 6개월 동안 지속)
①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대답한다.
②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③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고 간섭한다(예: 대화나 게임에 참견한다).
※ 진단 : 부주의 증상 9가지 중에서 6가지 이상 또는 과잉행동+충동성 증상 9가지 중에서 6가지 이상 해당될 때 진단되며, 7세 이전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야 함. 또한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제외되어야 함.
세계보건기구에서 1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ADHD 연구에 의하면 성인, 특히 18~44세 사이 직장을 가진 사람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있어서 성인 ADHD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성인 ADHD 유병률이 3.5%였고, 남자가 여자보다 1.7배 높았다. 논란이 있지만 전문직종에 비해 기술직, 서비스직, 생산직에서 각각 3배, 1.7배,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교육수준이나 결혼상태에 따른 차이는 없었고, 직업으로 나눈 사회계층별로는 차이가 있었으나 나라별로 차이가 없었다.
ADHD가 아닌 사람들과 비교하여 성인 ADHD로 진단받은 사람들의 업무손실일수를 구해보았는데 실제 결근일수가 8.4일이며, 양적․질적 업무손실일수를 합하면 업무손실일수가 22.1일로 나왔다. 그러나 조사대상 10개국 중에서 미국과 네덜란드만 ADHD에 대한 치료를 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8개국은 ADHD 치료를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실제로 성인 ADHD에 대한 약물치료와 행동인지치료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치료를 하게 되면 ADHD가 없는 동료들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연구에서는 ADHD를 치료하는 사람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알아볼 수는 없지만 향후 ADHD를 치료하는 사람들이 업무손실일수는 알아보는 것도 유의할 것이다.
성인 ADHD는 무시할 수 없는 유병률을 가지고 있으며,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큰 손실을 가져다준다고 이 연구는 보고하고 있다. 대신 비용-효과면에서 우수한 치료방법이 있으며, 치료를 하면 ADHD가 아닌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노동보건의 영역에서 관심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노동보건이 ‘업무에 기인한’ 질환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장애를 가지고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싶다.
그러기에 앞서서 ‘업무에 기인한’ 정신과적 질환이 산재승인을 받도록 해야 하며, 다른 근골격계질환이나 만성질환처럼 작업장에서 정신과 질환에 대한 예방 및 작업장 중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정신과 질환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자본의 인식도 바뀌게끔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