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현장의 목소리] 기아자동차 [모닝] 을 만드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기막힌 이야기

[09 | 05월호]


기아자동차 [모닝] 을 만드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기막힌 이야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교육부장 심인호



우리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고 살아보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은 ‘독종’들입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과 입에 단내가 나는 노동강도, 그리고 장시간 노동을 버티면서 힘겨운 삶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3년도 하반기, 동희오토 직원들을 모집할 때만해도 달랐습니다. 어느 시골에서는 동희오토에 입사했다고 마을 입구에 ‘누구네 아들, 기아자동차 입사’라는 플랭카드가 붙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에 연애를 시작한 동료들이 많은데, 기아자동차 정직원이라는 ‘조건’때문이었다고 살포시 고백합니다. 그러나 지금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는 지역사회의, 아니 전국의 지긋지긋한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모닝’ 대박신화를 이어가는 100% 비정규직공장, 동희오토

그렇습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소하리, 화성, 광주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청남도 서산시에는 ‘모닝’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이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그 공장만은 24시간 ‘콘베이어벨트’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2008년도부터 1,000cc 차량이 경차에 편입되면서 모닝 ‘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끝발 날리는 공장입니다. 지금까지 모닝은 80만대, 내년이면 누적 100만대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베스트 셀링카’ 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서산공장은 ‘동희오토’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완성차 공장 자체를 외주화하면서 생기게 된 기막힌 공장입니다. 더욱 웃긴 것은 공장 부지는 현대자동차에서 임대해서 쓰고, 공장 설비는 기아자동차 소유로 되어있고, 지분구조도 기아자동차가 절묘하게도 49%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기아자동차 소유지분은 차츰 줄어서 지금은 30%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얕은 수'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경영 실적을 공개할 때는 서산공장의 이익을 번듯하게 올려놓는,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입니다.

놀라운 것은 동희오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동희오토 직원이 아닙니다. 인사, 노무를 담당하는 150명 정도의 관리직을 제외하고,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900명 정도는 ‘전원’ 비정규직입니다. 18개의 하청업체로 쪼개져서 그것도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체 용접을 담당하는 업체에서부터 도장, 의장 조립, 품질관리, 완성차 최종검사 및 수정까지 100%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작년에 출고장까지 번듯하게 만들어 놓고, 돈을 뽑아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얼마 전 정몽구 회장이 구입한 900억짜리 전용 비행기에는 우리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금수준도 법정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고, 노동강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군대를 막 제대한 새파란 젊은이들이 동희오토에서 3개월만 일해도 골병이 들어서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연장근로와 휴일 특근을 반복하고 12시간 씩 2교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2시간 야간노동을 마치고 퇴근하는 동료들을 보면, ‘좀비’들처럼 허우적댑니다.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온몸이 파김치가 돼서 공장 밖으로 흐느적거리며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더구나 노동자들의 평균 나이가 29살인데 연애할 시간은 물론이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한참 지역에서는 ‘2009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는데, 정작 우리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구경도 못하는 현실입니다.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자존심을 짓밟는 극악한 노동탄압

이런 절망의 공장, 동희오토에서는 2005년에 민주노조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조의 주요한 업체를 폐업시켜 전원 해고하고 이후에도 전환배치, 출입정지, 징계해고, 계약해지를자행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각 업체별로 기업별 유령노조를 이용해서 복수노조 시비를 걸어오

고, 조반장 친목회와 ‘자사모’(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등의 구사대를 조직해서 노동자들을 탄압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2008년 9월에는 어용노조 내에서 활동하던 4명의 민주적인 조합원들을 징계해고하고 이후 계약해지, 수습채용 취소를 통해서 해고를 자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용노조를 비판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 것이 눈에 가시처럼 보였나 봅니다. 또한 민주파 집행부가 들어선 대왕기업이라는 업체를 2008년 12월 31일자로 위장폐업해서 21명의 노동자를 해고 했습니다. 09년만 해도 벌써 두 명의 노동자가 징계해고 및 계약해지를 당한 바 있고, 다가오는 6월에도 도장공장의 한 업체를 폐업시켜서 민주노조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조건을 이용해서 동희오토 자본은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씹다가 뱉어버리는 껌’처럼 취급하는 동희오토 자본 뒤에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버티고 있음은 명백합니다.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은 수시로 동희오토에 와서는 관리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고 합니다. “민주노조는 안 된다. 동희오토가 버팀목이 되어 달라”라고!

몸뚱이를 놀려서 생존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살인행위와 같습니다. 그래서 동희오토는 자본가들에게는 ‘천국’이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지옥’의 공장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해고될 때,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하루하루의 노동을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동희오토 자본은 우리 노동자들의 존엄과 자존심을 박탈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동료애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어느덧 노동운동 투사가 되어가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한없이 스스로를 비하하고 현실에 굴종하고 있는 현실! 이제 이 굴욕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지독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시당초 생기지 말았어야 할 공장, 동희오토!

우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조합원들 대다수가 해고된 상황이지만, 동희오토와의 싸움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동희오토를 닮아가는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과 슬픔이 너무 깊습니다. 우리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삶이 너무 참담합니다. 현대·기아차 자본의 ‘무노조 실험’에 맞서는 싸움, 그 한 복판에 우리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거침없는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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