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기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운수노조 법규부장 박상현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IMF 경제위기는 화물운송노동자의 삶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영업용 화물자동차 등록대수의 누적증가율은 92.3%이나 물동량의 누적증가율은 17.1%에 불과하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운송료가 정체되고 오히려 덤핑경쟁이 조장되었다. 한편 같은 기간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500% 이상 인상되었고 시장가격 역시 97년 당시 557원에서 작년에는 2000원까지 육박하였다. 이와 같이 직접비용의 폭발적 인상과 운송료 정체의 간격이 급격히 커진 것이 화물운송노동자의 생계를 악화시킨 핵심적 요인이다.
특수고용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인하여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일종의 성과급제로 수입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따라서 위와 같이 열악한 수입은 최악의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자체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순수하게 운행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은 주당평균 64.2시간이다. 여기에 상하차 및 대기시간 등 운행외 업무시간을 더하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80.7시간에 이른다. 더욱 문제는 하루평균 수면시간이 5.1시간에 불과하며 한달의 절반 가량을 자신의 화물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운전의 특성상 충분한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동조건은 오히려 안전운전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수준이며, 재해보상의 사각지대에서 교통사고와 상하차중 산업재해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1)
한편 2004년 기준으로 화물운송노동자들은 평균 3,648만원의 가계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중 신용카드부채는 1,652만원인데, 2003년 가구당 평균채무 2,926만원(한국은행 발표)보다 722만원이 높은 수치로서 부채가 많고 부채관련 지출(상환금 및 이자)이 많다는 것은 수입이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결국 다수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이 부채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편 기름값·도로비 등 직접비용은 현금으로 지급하지만, 운송료는 통상 3개월 기한의 어음으로 지급받는 관행이 부채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화물운송노동자들은 22.9%만이 저축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저축액은 평균 53만원에 불과하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차량이 유일한 생계수단인데, 저축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차량 수명이 한계에 이른다면 결국 생계대책은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최근 대한통운 문제로 쟁점이 되고 있는 택배 집배송기사의 살펴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출근시간은 오전7시, 퇴근시간은 일이 끝날 때까지이고 보통 밤9시가 넘어야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절대적인 업무시간이 긴 것이야 일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더라도 배송에 필수적인 차량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져 있다. 물품파손등 고객 클레임에 대해서도 책임유무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택배기사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으며 개인 사정으로 출근을 하지 못하면 대체운송비용까지 부담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휴대폰 문자한통으로 해고(계약해지)당한 사연은 근무지 이탈이다.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대 사업자로 계약을 했다고 하면서 사실 근로계약으로서 모든 내용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손쉽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며 이는 기업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각 가정에서 택배물품을 받을 때 이것을 전하는 기사들은 특정업체 직원이 아니라 거의 모두가 지입차주인 것이다.
운전이라는 직업은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차량한대를 굴려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진 자들은 이러한 사정을 이용해서 비용과 책임을 떠넘김으로서 손쉽게 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반대로 모든 비용과 책임을 떠넘겨 받은 형식적인 개인사업자인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인 삶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싸움은 살기위한 몸부림이다. 정부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라면서 대화자체를 거부하는 노동기본권의 문제는 바로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화물운송노동자의 생존의 요구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고용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법원의 노동자성에 대한 고지식한 적용은 당연히 보호받아야할 계약상 약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함으로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출을 부르는 것이다. 탄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이것이 역사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것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1)그러나 화물운송노동자에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2000년 산재보험 미적용으로 행정해석이 변경됨에 따라 화물공제에서는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종사자재해보험상품을 판매하였으나 가입률은 10% 미만에 불과하고, 2004년 자영업자로서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한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되었으나 실제 이용률은 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하여 자동차보험마저도 자차/자손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등의 발생은 바로 생계의 파탄을 초래하게 되는 형국이다. 최근 MB정권은 이미 정책적 효과가 상실했음에도 건설운송노동자(덤프지입차주)를 산업재해로부터 보호한다며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