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9 / 11월호 / 성명서] 노동현장 신종플루 대책은 노동조건 개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현장 신종플루 대책은
노동조건 개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유령이 떠돌고 있다. 신종플루라는 유령이 말이다. 정부는 이 유령에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순전히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뿐이다. 손을 씻어라, 마스크를 착용하라(언제는 마스크 금지법을 만든다고 생난리를 피우더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마라, 열이 나면 즉각 병원에 가라. 이런 개인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신종플루에 걸릴 수 있다고 겁준다. 그러나 여기서 정부의 책임은 교묘히 빠져있다.


정부는 면역력이 강한 사람들은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지나가지만, 면역력이 낮은 사람과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주의하라는 당부도 아끼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면역력이 약하면 신종플루에 잘 걸리다. 면역력이 약하면 감기에 잘 걸리는 것처럼. 그리고 감기에 걸리면 약 보다 무조건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종플루도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예방할 수 있고, 설사 발병하더라도 빨리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쉬기 어렵다. 더구나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2009년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은 2,316시간이다. OECD 평균(1,768시간)보다 1.3배가량 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노동강도 강화와 교대근무로 노동자의 면역력은 끊임없이 낮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국가가 국민 건강권을 위해 지출하는 보건의료비의 비중은 200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6.4%로 OECD 평균(9.0%·2006년 기준)에 못 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왜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정부의 신종플루 예방 대책 중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노동자들은 감기 기운이 있더라도 출근을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가지 못한다. 하루 빠지면 일당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책도 없다. 노동자들이 아프면 즉각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노동현장에서의 신종플루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들의 의료비와 생활비에 대한 지원 대책이 국가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병든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갈 수밖에 없으며 면역력 저하와 전염병 노출이라는 뻔한 결과를 야기 할 것이다.


국민 전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신종플루 뿐 아니라 수 많은 전염병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국가도 알 것이다. 하지만 세균과 바이러스 전염병은 결국 면역력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장시간노동, 심야노동, 상시적인 고용불안 등 노동조건을 개선시켜 면역력을 키우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병든 노동자에게 잘 먹고 잘 쉬어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의료비 및 생활비 지원 등 사회안전망 구축은 하지 않고 오로지 체온계, 손씻기 타령 등 ‘개인위생 철저!’만 외치고 있다.
노동현장의 신종플루 대책의 핵심은 장시간 노동과 강화된 노동강도로 인한 면역력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노동조건 개선이다. 또한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의료비 및 휴업 급여 등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 노력이 배제된 신종플루 대책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일 뿐이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 진영은 이러한 요구를 걸고 대정부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신종플루 대책에는 “노동자는 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요양비와 휴업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명확히 포함되어야 한다.


2009년 10월 27일
건강한 노동세상/노동건강연대/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산업보건연구회/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마창ㆍ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금속노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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