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9 / 11월호 / 지금 지역에서는] 10월 13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스폭발 사고의 진실 외

중대재해는 살인행위다, 유족의 절규를 들어라!


-10월 13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스폭발 사고의 진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난 10월 13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대경STB 소속 하청노동자 故 고재곤(47세)씨가 가스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유가족이 확인한 이번 가스폭발 사고원인은 “판개장에 철판을 깔면서 호스에 구멍이 생겨 가스가 누출되었고 휴식 후 작업개시 순간 폭발”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기본적인 안전상의 조치(낡은 가스호스 교체)를 취했다면 중대재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유족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대경STB에게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대재해를 고인의 과실로 몰아가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진실을 은폐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유족은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지난 13일 동안 투쟁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게 되어 함께 하지 못한 점에 안타까움과 사과를 전하며, 이번 군산 중대재해의 문제점과 유가족 분들의 절규의 목소리를 비록 늦었지만 <사내하청노동자>를 통해 담습니다. 유가족 분들의 투쟁에 대해 존경을 전하며, 다시 한번 고인을 명복을 빕니다.
-사내하청노동자 236호-

유족의 절규를 들어라!
“여러분, 사고자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47세 가장입니다. 유가족들은 사고 후 공개적인 또는 비공개적인 사과가 없는 현대중공업과 대경STB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시급제로 위험한 현장에서 일 시키고, 사고 후에는 나몰라라 하는 악덕기업들, 그리고 사고자를 방치한 개만도 못한 사람들. 오늘 현대중공업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목청 높여 소리쳤습니다. 사죄하라고, 살려내라고... 그런데도 웃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이렇게 살림을 하면 잘 살거야” 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 “살려내라잖아. 빨리 살려내”라며 말장난 하던 사람들... 당신들 아들이 죽어도 그럴 수 있는지, 당신들 아버지가 죽어도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억울합니다.”
- 유가족 분들이 하청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에서

재해은폐에 혈안이 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재해자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고 빠르게 병원으로 후송하여 생명을 유지시켜야 한다. 또한 모든 작업을 중지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조치들이다. 그런데 하청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고 목격자와 유족 분들의 진술에 의하면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 “직영 안전과는 10분이 지나도록 전화만 하는 상황”이었고, “119 구조대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자체 차량으로 30분이나 걸리는 군산의료원 응급실”로 이송해갔다.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은폐하기 위해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응급조치를 취하고 119에 신고해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후송해 갔다면 살릴 수도 있는 목숨이었다.
이 뿐 아니라 곧바로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여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직영안전과) 우릴 제지했고 근처에서 목격했던 수십 명의 작업자들을 빨리 제 작업장에 돌아가 일하라며 재촉”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을 수도 있는 위험작업으로 노동자들을 내몰았던 것이다.
중대재해는 살인행위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사죄하라, 살려내라”는 유가족의,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노동자는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
“하청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지금의 상황에서라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의 고인이 다음의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이 땅의 법이 지금의 우리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 노조는 단합이 안 되면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용감한 자는 나서야 됩니다. 지금의 고용불안정으로 인한 침묵은 영원한 희생을 부를 따름입니다. 내가 부당함을 보았다면 용감히 나서야 개선되고 보호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인의 억울한 사망을 철저히 규명하여 저들에게 철퇴를 내려야만 다시는 이러한 은폐와 조작, 왜곡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은폐와 조작, 왜곡에 침묵하는 것은 나 또한 사측과 같은 살인을 한 것입니다.”
- 하청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유가족의 글 중에서 -







버스․택스 운전 노동자 정신건강실태 발표 및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다




한노보연 상임활동가 이 지 연



11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주노동당 홍의덕 의원실 주최,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주관으로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 정신건강실태 발표 및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회」 가 열렸다. 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와 가톨릭대 성모병원 산업의학과 최원선․김형렬 교수가 진행한 운전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사고와 관련된 정신겅간실태 파악, 사고 경험자에 대한 정신적 치료와 물질적 손해에 대한 대책마련,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인력․배차시간․운전시간 등), 사고를 이유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노동부․인권위를 통해 사회적 문제 제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사회적 제기를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택시․버스 운전노동자들은 월 평균 200시간 이상의 긴 근무시간, 열악한 근무조건(좁은 공간, 고정된 자세, 교대근무, 잦은 사고경험, 위법운행 등), 대기오염에 노출, 불규칙한 식사습관 등으로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위장관 장애, 호흡기질환, 수면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서는 여러가지 장애유발 요인 중 정신질환을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이 주요 선진국의 장애요인 중 약 25%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사고사의 49%가 자살의 의한 것이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스트레스는 혈관 수축, 심박출량 증가, 콜레스테롤 수준을 증가시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률을 높이며 우울증은 면역체계의 저하를 가져와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가 촉진되며 자살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정신장애로 알려져있다.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들 중 택시 노동자의 경우 34%에서, 버스 노동자의 경우 28.4%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의심되었다. 또 택시노동자의 35.2%, 버스노동자는의 25.2%가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이는 지하철 기관사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17.7%, 우울증 9.8%, 소방관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유병율 25.5%와 비교해볼 때 매우 높은 수치이다. 잦은 사고 경험, 승객과의 갈등 등의 직무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이라는 결과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김형렬 한노보연 운영집행위원/가톨릭대 산업의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국회의원 홍희덕, 노무법인 참터 유성규 노무사,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실장,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홍희덕 의원은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라고 토론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여 운전자들의 월간 노동시간은 화물운수 노동자들이 322.6시간으로 제일 높으며 버스 노동자 267.6시간, 택시 노동자 261.1시간 정도로 알려져있으며 민주노동당에서는 일반택시운송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자와 합의한 경우에 한하여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택시운전사의 건강을 확보하고 장시간 근로로 인한 교통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려는 법안을 제출하였다고 밝혔다. 향후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택시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인한 사고발생과 정신건강의 피해 등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성규 노무사는 운수업 노동시간 특례제도인 근로기준법 59조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운수업이 공익성을 띄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시간의 제한을 두는 것은 공중의 편의 등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택시, 버스 등 대기시간이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경총 등에서 근로기준법 제59조에 운수업을 포함시켰다며 “운수업에 있어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2007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특별시 및 광역시 시내버스 운전자 100명당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1일2교대 업체는 7.56건이지만 격일제 업체는 13.46건으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시간 노동과 사고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김형렬 교수는 버스, 택시 운전 노동자의 사고를 노동자가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직접 해결해왔던 관행을 바꾸어 모든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일원화하여 처리해야한다는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실장은 “산재보험의 보장성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 자신이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기를 원하는 현실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해야한다.”며 “김형렬 교수의 제안에 100% 동의하지만 산재보험이 노동자를 위한 제도가 아님이 분명한 상황에서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 일원화 처리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중간단계 제시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운수노조 정호희 정책실장은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법-제도 개선(근로기준법 제59조 근무시간 규정의 철폐, 사고처리 제도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노동조건 개선(버스 준공영제 확대 및 완전공영제 전환, 택시 전액관리제의 전면시행, 근로조건의 개선, 버스 1회 운행시간 현실화), 교통체계 및 도로환경 개선(운전노동 환경개선으로서의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 도로 환경개선, 과포화 차량감차(택시)) 등을 노동조합의 입장 및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현장 노동자들과 단체 활동가 약 50여명이 함께 했다. 버스 노동자가 정류장 한 곳을 지나쳤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나고,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 등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방청석에 가득했고. 의원에게, 전문가에게 이런 현실을 바꿀 대안을 내어달라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듯 그 고달픈 노동을 바꾸어낼 대안은, 해결은 바로 그 한 맺힌 현장에 있다. 이 날의 토론과 제안, 소통이 현장의 노동자들이 움츠렸던 몸을 펴는, 불씨가 되길 빈다.


※ 버스, 택시 운전노동자들의 정신건강실패 조사 보고서는,월간 [일터] 연구소리포트 9월, 10월호나 한노보연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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