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ㅣ12월ㅣ석면기획] 8. 석면관련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어떻게?
석면관련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어떻게?
한노보연 부산연구소/부산지하철 이 의 용
올해 11월 1일 부로 노동조합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 노동조합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 파트는 필요한 안건이 생겼을 때 사측을 압박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활동관행이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면, 표1은 공공운수연맹 사무처 현황이다. 노동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사람이 없다. 안타까운 우리나라 노안활동의 현 주소이다.
그럼 오늘 다루고자 하는 현장의 석면 문제는 어떻겠는가? 사실 노안분야 자체가 노동조합 현실에서 매우 작기 때문에 석면문제가 노안분야에서 아무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노조의 관심에서는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운수연맹에서는 2000년 서울지하철 석면 문제 이슈이후 시간이 좀 흘렀지만, 6년이 지나서 공공운수연맹 노안회의에서 궤도부분 석면문제에 대응을 하기 위해 노동부에 석면 TFTeam 설치를 요구하여 이때 부산지하철도 노사 위원이 참석하여 석면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2007년 1월 부산지하철 1호선 서면역에 PSD 설치 및 냉난방 공사를 하면서 불법 석면해체 공사를 하던 것이 크게 이슈화 되어 공사 담당자가 징계를 받고 및 석면해체철거 공사 시 노동조합의 입회, 석면철거 공사 전중 후 공기질 측정, 직원 석면특별교육 실시, 담당부서와 노동조합 담당자로 구성한 석면TF Team 설치 등의 개선이 이루어 졌다. 더불어 지하철 환경위원회에서 석면소위원회를 노사, 환경단체,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하여 석면지도, 관리지침 및 작업 매뉴얼, 석면건강영향 평가 등을 결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 이다. 석면은 현황조사를 통한 석면지도를 완성하고 철거 전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궁극적으로 석면을 제거하는데 목적이 있다. 조사, 관리 까지는 많은 사업장들이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거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일이라서 지자체나 해당 사업주의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노안 활동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환경단체등과 함께 이것을 공론화 시켜 보기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시민들은 이러한 위험이 당장 닥치지 않고 있어, 공론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조사, 관리 과정이 마냥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1과 같은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루어 져야 하는 것이 조사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이슈화되기 이전에는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이 마치 아픔을 느끼기 전에 병원에 가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겠다.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에서도 서면역 PSD 문제가 언론에 크게 터지지 않았다면 조사가 시작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행이 여러 단체들의 공조로 문제를 이슈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2009년에도 부산지하철 서면역사에 불법 석면작업을 하는 것이 부산 MBC 뉴스에 보도가 되었지만 공사에서는 작업현장을 숨기고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식’의 언론 대처와 간부들 교육 정도로 마무리하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이 노동조합의 직접적 투쟁으로의 연결인데, 많은 노동조합은 정치적 목적으로 안전보건환경 문제를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 사안의 중요성보다 이용가치에 따라 정략적으로 사용되는 일이 많다.
이렇게 처리되는 문제는 이러한 사안들이 조합원과 공유되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몇몇 노안담당자들의 문제 제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연결되기도 어려워 외부 시민의 민원 등의 힘을 빌려 공사를 압박하고 해결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진행도 노동조합이 사회단체와 많은 연대를 하고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대부분의 경우 노동조합 간부들은 시민단체의 활동과 방법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길까? 노동조합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지지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활동 관행상 노동조합의 지지 획득 방법은 조합원 고충처리 및 단체교섭에서의 성과이다. 그러나 많은 노조들이 단체교섭에서의 성과를 가져오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지를 받기 어렵다. 때문에 지지를 받기 위해서 더더욱 현안 사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업별 노동조합에서는 노사간의 문제 이외의 것에 대한 활동을 펼쳐나가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표2는 “침묵의 살인자 석면“[안종주, 한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산업별로 엄청나게 많은 곳에서 석면이 사용되었으나 실로 이것을 인식하고 재대로 대응하고 있는 노동조합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건설노동자의 경우처럼 다단계 하청으로 이루어진 노동현장은 더더욱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이 되나 알려진 내용이 없어 그 패해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만약 건설산업 노동자들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좀 더 폭넓은 의견을 담아 낼 수 있으려면 단위 사업장의 현안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고 하다.
부산석면추방공대위의 구성(부산환경운동연합, 환경과 자치연구소,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한국노동보건연구소 부산연구소, 부산의료연대)을 봐도 노동조합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또한 부산지하철 노동조합은 이름은 걸고 있지만, 집행부의 참여나 연대로의 확대는 거의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이 부산지하철노동조합에는 노동안전보건위원회가 구성이 되어 있어 작년한해 석면특별법 제정촉구 서명운동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른 노동단체의 참여는 매우 미약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서울지하철을 선두로 한 조합원 석면건강영향평가는 부산지하철에서도 2009년도 노사합의를 통하여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대상자에 대한 의무실시가 아니라, 자발적 신청을 받아서 검진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때문에 노동안전보건위원회에서는 현장 활동을 통해 대상자들에게 당위성을 알리고 선전하는 작업을 병행하였다. 과거 기관사 정신건강 프로그램 때에 검진 대상자들의 저조한 참여로 마지막에는 사업이 흐지부지 된 적이 있었다. 노안활동가의 역할로는 노동조합내에서 사업을 이루어 내기 어렵기 때문에 골간체계 내에서 함께 사업을 녹여낼 수 있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조합간부들의 현안사항 현장활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것은 쉽지 않다고 할수 있겠다. 다행이 노동안전보건위원들의 집중 현장 활동으로 377명 63%로의 신청을 받아 내었다. 좀 더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50%가 넘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훨씬 더 컸다. 그러나 2009년 내에 실시하기로 한 영향평가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신종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내년으로 연기 실시하기로 하였다. 내년 건강영향평가의 결과에 따라 또한 험난한 투쟁이 예상된다. 그 투쟁 또한 노안위의 투쟁이 아니라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대응이 되어야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동훈 동지의 권유로 시작한 노안활동이 이제 1년이 좀 넘어 간다.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은 이제 만2년이 조금 넘었다.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노동조합의 역사 이래로 많은 투쟁은 1년 단위의 투쟁으로 끝나고 그것을 반복하였다. 어쩌면 그곳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노안활동가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활동을 한다. 1년의 계획이 아니라 10년의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비록 1년이 걸릴지라도 9년의 짜임새 있는 사업을 해낸다면 세상을 조금 더 움직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운동은 특정한 활동으로 성과를 얻어 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시냇물이라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수천년 후에 강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흐르고 멈추지 않게 하는 활동, 개인적으로 이것이 그 어떤 힘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석면에 대한문제, 나아가 발암물질에 대한 문제는 반올림의 활동처럼 작지만 끊임없이 투쟁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 번에 해결한다고 해서 지속되어 나가지는 않는다. 해결은 성과를 낳지만, 투쟁의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역할도 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노안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동력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짧은 석면 특집을 관심있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미흡한 글을 읽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