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연속 야근하다 사망한 38세 노동자, 법원이 '산재' 판결
연속된 야근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에 대해 산재 인정을 거부한 공단의 입장에 반해 법원은 산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5주 연속 야근을 하다가 쓰러져 숨진 박모씨의 부인 임모(3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인정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월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야간근무를 자청한 것이기는 하지만 회사는 단순히 주간근무를 권고했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거나 금지하지 않았다"며 "부검 결과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5주 연속 야근을 하면서 신체에 무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망 당시 만 38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였고, 용접 관련 작업을 한 뒤 사업장 부스에서 나오다가 쓰러져 숨진 만큼 이는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을 하던 중 발생한 사망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공장에서 일하며 지난해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5주 연속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 근무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에 박씨의 부인이 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과로와 박씨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산재로 승인하지 않았다.
▶ ‘5주 연속 철야근무’가 업무상 과로임은 인정하는데 그로 인한 사망은 인정 못하겠다니, 이해하기 정말 힘든 공단의 태도다. 교대제 노동 자체만으로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데, 5주 연속 야근을 했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공단의 이러한 친기업적인 태도는 과로에 쌓인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가도 바뀌지 않고 있는 현장의 현실에 분명 일조를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현장에서 쓰러지는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노동 당국이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기업들에 의해 노동자에게 강요되는 살인적인 노동은 거침없이 계속될 것이다.
‘자발적’ 철야 노동이란 없다! 노동자의 죽음뒤엔 강요된 노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무궁화, 새마을호 객차 난방부품에서 최고 87%농도의 백석면 검출!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객차 검수원들의 요청으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객차의 내부 난방장치 부품인 보온재와 내장재에서 28개의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43%인 12개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었다고 11월 16일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석면의 종류는 백석면으로 농도는 최저 5%에서 최고87%에 이른다. 분석대상의 21량 객차는 제조연도가 1986년부터 1998년까지인데, 석면이 검출된 객차는 1986년과 1987년에 제조된 객차들이다. 객차외부의 제동장치 부품에 대한 조사에서도 20개의 시료 중 1991년에 제조된 2개의 시료에서 백석면이 각각 10%와 80%농도로 검출되었다. 석면이 검출된 객차의 가동연한이 22~23년의 노화된 시설로 석면제품 역시 낡아 난방장치 가동과정에서 승객들이 있는 객차 안으로 석면이 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들 단체들은 객차 내 석면비산 조사 및 석면노출 후 오랜 잠복기간 후에 암 등이 질병이 발현된다는 특징을 고려하여 관련 분야에서 종사해온 전·현직 철도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석면건강수첩을 발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석면함유가 확인된 1986~1987년에 제조된 객차운행을 모두 중단하고, 전국의 열차에 대한 석면 사용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불규칙한 업무로 생체리듬 깨져 사망한 노동자, 법원이 산재 판결
불규칙한 업무로 생체리듬이 깨진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한 것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김모(47)씨 유족에게 산재보험금을 지급한 S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망한 김모씨에 대한 작업배치는 수출입 선박의 입항 및 출항 일정에 맞춰 수시로 이뤄지는 하역업체의 인력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김씨로서는 자신의 근무시간 및 근무량, 작업 내용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2007년 7월께부터 4개월간 김씨의 근무내역을 살펴보면 하루에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23시간까지 근무하는 등 그 근무시간이 매우 불규칙한데다가, 야간근무 횟수가 매월 16회에서 19회에 이르며, 철야작업도 잦았는데, 이와 같은 근무형태가 김씨의 생체리듬을 깨뜨려 심신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줬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항운노조에 들어와 하역업무에 종사한지 2년여가 경과한 이후부터 이전엔 없던 고혈압 전단계, 심전도 이상 등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김씨의 사인이 된 급성심근경색의 주된 발병 요인은 업무상 과로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천항운노조 조합원이던 김씨는 2007년 11월 S사의 작업장에서 선적작업을 하다 쓰러져 숨졌고, S사는 유족에게 산재보험 급여로 2억1,000만원을 지급하고, 김씨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같은 금액을 유족급여·장의비로 지급해 달라고 공단에 청구했다. 공단은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만성적 과로나 급격한 스트레스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S사는 소송을 냈다.
▶ 공단의 틀에 박힌, 매우 협소한 과로 및 업무상 뇌심혈관질환 인정기준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업무와 한 달 16회에서 19회에 이르는 야간작업이 노동자의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뇌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공단만 모른 척 하고 있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이 강요된 노동에 구속되어 사로잡히는 현실을 정작 바꿔야 할진대, 산재인정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도 버거운 현실이 너무나 답답할 따름이다.
건설노조, 무인타워크레인 사망사고 규탄집회 열어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건설노조가 최근 발생한 무인타워크레인 사망사고의 책임회피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16일 타원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유나프라자 신축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후크(크레인 밑에 달린 무게300kg 가량의 추)가 떨어져 바닥에서 철근작업을 하던 철근공 박세열(59세)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지난 7월 29일 13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의정부 경전철 공사현장 산재사고도 무인크레인 이용한 무리한 작업강행이 원인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타워크레인으로 자재를 내리고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타워크레인에 부착된 자동브레이크제어장치 결함으로 후크를 조정하던 쇠줄(와이어)이 끊어지면서 공중에 매달려있던 후크가 20∼30m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고 당시 무인타워크레인은 비전문가도 누구나 작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인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한 건설장비 등록절차나 산안법에 의한 안전검사 등을 받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누구나 운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외부에서 무선리모콘을 조정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장비의 결함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워 타워조종사들 사이에는 ‘살인무기’라 불릴 정도로 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장비라고 한다. 건설노조에 의하면 이번 사망사고도 현장 작업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기계장비에 대한 점검과 안전교육,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11월 10일 가락동 사고현장 앞에서 개최한 규탄집회 및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는 하청업체로 사고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원청 시공사를 규탄하고, 노동부에도 이번 사고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이와 함께 무인타워워크레인을 포함한 모든 크레인을 등록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반드시 자격이 있는 자가 조종을 할 수 있도록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정리 : 한노보연 선전위원 송 홍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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