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과 건강
한노보연 부산연구소 김 대 호
최근 OECD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OECD 지역의 실업률은 2007년도 5.6%에서 2010년도 1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의 일자리 위기를 확산시켰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선진국의 지속적인 높은 실업률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작년 한 해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게 되었다. 작년 쌍용자동차에서 약 2,700여 명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형태로 실직상태에 빠진 것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다. 통계청 ‘2009년 1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업률은 3.3%로 전년 동월대비 0.2%상승하였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7%로 전년 동월대비 0.9% 상승하였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실업자를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 한정하였고, ‘구직 단념자’를 제외한 통계자료라는 것을 감안해서 보면 된다. 여하튼 실업률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의 자료이다.
Artazco 등은 실업상태의 남자가 약 3배 정도 정신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며, Janler 등에 의하면 실업을 당한 젊은 집단에서 알코올 소비수준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었고, Morrel 등에 의하면 특히 젊은 사람의 실업은 자살과 관계가 높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실업은 개인적으로 우울증, 자살, 음주관련 질환, 교통사고,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증가를 야기 시킬 뿐만 아니라 이혼 등 가족파괴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실업상태는 노동자의 경제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며,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의 문제까지 야기 시켜 결국 재취업의 기회마저도 잃게 될 수도 있다. 국내 최근 연구 중 IMF를 겪고 난 후 1년 이상 장기 실업상태인 사람과 같은 지역, 같은 업종에서 현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업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는데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흡연과 음주 등의 건강행태를 모두 보정하고 난 후에도 정신적, 신체적 역할의 제한이 있었으며, 정신건강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표 1). 실업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연구다.
그러나 실업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2009년 11월 24일 방영된 KBS 시사기획에서는 OECD 자살률 1위인 한국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그 원인으로 빈부격차의 확대와 실업률의 증가를 중요한 원인으로지목했다. 특히 ‘LG 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자살증가율과 불평등지수 증가율 그리고 자살증가율과 실업증가율이 일치하고 있었는데(그림 1) 이는 자살이 개인적인 문제로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 문제이며,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하여 노동부는 쌍용차와 협력업체의 희망퇴직자 등에 대한 신속한 실업급여와 재취업, 직업훈련 등의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부가 실업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실업 이후에 발생하는 노동자 개인의 문제만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개인의 문제조차도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고 있다. 쌍용차 실직 가정의 30%가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으며,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가정도 30%에 이른다. 실업 자체가 가져다주는 근본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상처는 비단 쌍용차 해고자들만으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가 겪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겪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 참고문헌은 지면상의 문제로 부득이하게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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