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노동자, 노동청 통영지청 앞에서 근본대책 수립 촉구와 책임자 처벌 집회 열어"
한노보연 선전위원 서 은 실
21일 통영지청 앞에 대우조선 현민투 소속노동자 30 여명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마창거제산재추방연합, 문화패 등 50여 명이 모여 노사자율안전관리 폐지, 노동부의 상시적 안전점검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허술한 안전관리가 앗아간 네 명의 목숨
대우조선 현장에서 또다시 새해 벽두부터 죽음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지난 2일,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질식돼 2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한 노동자가 서비스 타워 설치 중 추락해 한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다쳤다. 그리고 20일에도 도장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1월 한 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동종사고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자 회사는 작년에야 재발방지조치(아르곤 질식 사고를 막기 위한 가스밸브 설치, 밀폐구역 환기구 설치)를 노조와 합의했었다. 그런데 합의사항을 1년이 다 되도록 이행하지 않다가, 이번에 참사가 터진 것이다. 겨우 푼돈 들어가는 가스밸브, 환기구 설치조차 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 이는 자본에 의한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동료들의 어이없고 억울한 죽음에 분노한 현장 노동자들은 노동부의 상시적 안전점검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며 나섰다.
21일, 통영지청 정문 앞은 월차를 내고 달려온 대우조선노조 현장조직 중 하나인 현민투 소속노동자 30여명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마창거제산재추방연합, 마창지역의 문화패 등 노동단체들이 모여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더 이상 죽임을 당할 수 없다.”며 산재 사망사고 근본대책 수립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참석자들은 발언을 통해 “2006년 조선업체에 노사자율안전관리가 도입된 이후, 현장의 안전관리는 노동부의 감독 밖에 놓여 있었고 노동자 대표를 배제한 채 사측에서 임의대로 높은 점수를 매김으로써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면제 받아왔다, 이로 인해 노동부의 묵인아래 현장은 더 위험해지고 중대재해가 더 많이 늘었다.”며 살인을 방조하는 노사자율안전관리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부가 특별안전감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1월에 한 노동자가 사망하였고, 그 뒤 2개월 만에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면 노동부의 특별안전감독이 얼마나 허술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며 사측의 조작된 안전관리를 눈감아주기에 불과한 노동부의 특별안전감독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를 증명하듯, 집회 후 통영지청장과 항의면담 자리에서 작년에 실시된 특별안전감독 결과자료 를 요구하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자료공개를 완강히 거부했다.
통영지청장은 편파 방송을 할지도 모른다면서 MBC 카메라 기자가 나가기 전까진 면담을 할 수 없다고 한사코 버텼다. 카메라 기자를 내보내고 나서야 면담을 진행했다. 통영지청장은 재해 사망자가 늘어가는 데도 몇 년째 ‘검토’라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한 노동자는 “작년 사망사고의 책임자들의 경우 현재 모두 승진했다.”며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아 노동자만 죽어나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날, 노동부는 사업주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의 권한을 위축시키는, 자신들의 반노동자적 성격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전면 작업 중지는 못해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는 등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취한 뒤 작업을 재개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이자, 고용주의 의무이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지난 2일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작업장만 작업 중지를 시키고 다른 곳의 위험요인이 있는지는 확인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몇 일만에 두 건의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권리를 철저히 묵살하고 사업주의 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결과이다.
앞서 지난 12일, 노조와 각 단체가 통영지청장과 항의 면담을 통해 전면작업 중지를 요구했을 때 “작업중지를 할 경우 하루 450억이 들기 때문에 민형사상책임을 받을 수가 있어서 힘들다”며 노동자의 죽음보다는 회사의 비용부담을 걱정해주고 나아가 살인자의 적반하장식 공격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는 노동부의 무능력과 비겁함을 보였다.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이미 수많은 동료들이 죽어나간 현장에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언제까지나 당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저들의 이윤을 위해 건강과 목숨을 팔아치워야 하는가? 노동자가 나서지 않으면 현장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이라며 이번에는 기필코 “죽지 않고,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하자”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비통함과 분노 속에서 진행된 통영지청 앞 집회는 “노동재해 박살”이라고 적힌 얼음을 망치로 힘껏 깨부수며 마무리 되었다.
"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장비에 끼어 숨져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 밝혀지지 않아 "
현대중공업 장비운영부 상목ENG 소속 트랜스포터 신호수였던 하청노동자 정강택(32세)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1시15분경 대조립 공장에서 트랜스포터와 대차(블럭을 트랜스포터에 실을 수 있게 하는 장비)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는 중대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유족들은 “사고 난 뒤 하루가 지나도록 중대 사망사고의 책임 있는 자들이 찾아와서 사고의 원인을 납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하거나 사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6일 오후 유족들은 사고 현장을 답사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나와 사고 현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왜 고인이 트랜스포터와 대차 사이에 끼어 사망했는지 사고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 함께 다녀온 유족 한 명은 “목격자도 없다고 한다. 사고 설명을 하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고원인을 ‘신호미숙’이었다고 추정할 뿐이었다”고 전했다.
트랜스포터나 대차의 오작동에 의해서 사고가 났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장비가 들어온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함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장비운영부 소속 한 정규직 노동자는 “ 보통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아서 후진하다가 협착사고가 나는데, 신호수가 협착 사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보통 4인1조(운전수, 전방 신호수 2명, 후방 신호수 1명)로 작업하는데 이번 사고는 3인1조(운전수, 전방 신호수 1명, 후방 신호수(고인) 1명)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이 노동자는 “트랜트포터 운전수와 신호수 일은 정규직 작업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몇몇 공정을 하청으로 넘기고 있다”면서 ‘하청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울산노동뉴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