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터]2010년2월호 입장

"[입장] 노동부 여수광양 역학조사 결과 발표 관련 노동계 입장"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노동계의 요구로 진행된 여수광양 역학조사 결과가 2010년 1월 22일 발표되었다. 여수, 광양 산단 플랜트 건설 노동자를 포함하여 총 4만 4,0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는 작업 환경의 측면에서, 노동자의 건강 측면에서 충격적인 결과이었다.

그러나 여수산단의 노동자들에게는 이 결과가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996년 경 국회에서의 요구로 여수산단에 대한 노동부의 첫 번째 역학조사가 있었으며, 2002년 경 계속해서 발생되는 혈액암 환자 문제로 인해 노동부의 두 번째 역학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조사는 혈액암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원인은 모르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것이었다. 결국, 2005년에는 노동자들이 기금을 만들어 스스로 작업환경을 평가하였고, 고농도의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그리고 그 결과 2007년에 단기간 노출기준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즉 이번 노동부의 발표는 여수광양 노동자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수산단의 문제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여수광양 역학조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환경 측정 결과 벤젠과 1,3-부타디엔, 염화비닐(VCM) 등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벤젠의 경우 1일 작업시간 평균 노출수준이 노동부 기준(1 ppm)을 초과하는 시료가 전체 시료의 7.6%를 차지했고, 최대값은 기준의 137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부타디엔과 염화비닐의 경우도 각각 전체 시료 중 8.1%, 5.9%가 노출기준을 초과하였고, 최대 농도는 1,3-부타디엔의 경우 67 ppm(노출기준의 22배 초과), 염화비닐은 1.9 ppm(노출기준의 1.9배) 였다.

* 특히 정비 작업 기간 중 단시간 측정한 농도 수준은 벤젠의 경우 전체 시료 중 12%가 노동부 기준(5 ppm)을 초과하였고, 최대 농도는 기준 값을 450배 이상 초과한 2,289 ppm으로 나타났다.

* 건강영향 평가 결과,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일반인구집단의 표준 암발생 수준과 비교할 때, 작업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혈액암(백혈병, 림프조혈계), 구강・인두암 등에서 발생자 수가 더 많았다. 특히 구강・인두암의 경우 표준화 발생비가 일반 인구집단의 3.18배로 통계적으로도 매우 유의하게 높은 발생 수준을 나타내었다.

이상의 결과로부터 대정비 작업을 실시해온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의 발암물질 노출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 되었다. 또한 불과 3년간의 짧은 기간 암 발생 실태를 조사했음에도 일반인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높은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상당 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는 암의 특성상, 암 발생 위험은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 쉽게 예측된다. 이에 민주노총은 여수광양역학조사의 후속사업으로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1. 역학조사결과 나타난 모든 문제의 일차적 책임은 발주처인 석유화학업체에 있음을 밝힌다. 그간 발주처는 노동자의 안전보건 책임을 시공사에 미루었고, 이러한 발주처의 책임방기는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발주처가 '정비작업 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하라는 노동부의 조치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2. 상세한 역학조사 결과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한다. 본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대정비 작업 기간 중 발암물질에 최고 기준값의 450배 이상의 높은 노출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향후 건설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공정과 작업상황에서 높은 농도에 노출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3.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에 노출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장치와 설비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태그(Tag)가 부착되어야 하며, 또한 건설 노동자 전체가 역학조사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노동부가 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4. 또한 이번에 문제가 된 작업환경측정을 기존에는 하지 않았던 대정비 기간에도 발주처의 책임 하에 실시하고 발암물질을 비롯한 화학물질의 단기간 노출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관리 할 것을 요구한다.

5. 여수광양 건설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비작업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안전보건 조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부와 발주처(석유화학, 제철산업), 전문건설업체, 노동조합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안전보건 상설 협의체(가칭)’가 만들어져야 한다.

6. ‘안전보건 상설 협의체(가칭)’를 통하여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건관리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건강검진이 실시되어야 하며, 건강관리수첩이 발부되어야 한다. 다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취업 제한 등의 부정적 요소가 해결되어야 하며, 이는 노동조합 및 각계 전문가의 참여 속에 충분히 논의 후 실시해야 한다.

우리 노동자들은 이번의 역학조사가 이전처럼 후속조치 없이 일회성 행사로만 끝나게 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스스로의 건강을 지켜나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에 대한 노동부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한다.

2010년 1월 26일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프랜트노동조합 전남동부 경남서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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