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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평화카페 부산영화제
글 ┃ 김균열 제이웍스 이사 11회를 맞았단다. 1회부터 단 사흘이라도, 매년 빠지지 않고 가보았고 3회째인 98년엔 3시간짜리 부산영화제 특집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지만 이번 부산 영화제엔 아무래도 가보지 못할 것 같다. 하긴 부산영화제라고 해봤자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라곤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도 사실이다.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적다라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부산영화제 하면, 나보다 먼저 취하는 바다와, 방파제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조개구이 포장마차와 자갈치시장의 꼼장어가 먼저 생각나는 걸 난들 어찌하랴. 사실 그동안 부산 영화제 방문 목적이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긴 했지만 영화를 전혀 안 봤던 건 아니었다.
필자에게 있어서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개봉한 영화나 개봉할 영화는 보지 않는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개봉 영화를 볼 수 있고 남들이 보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단 장점이 있긴 하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영화를 두루 섭렵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개봉영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서울 돌아와서도 굳이 찾아서 보는 편도 아니지만… 두 번째 선정 기준은 저예산 독립 영화 쪽을 주로 선호한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돈 많이 들여 만든 영화는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어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물론, 저예산 영화도 돈이 모자라 못한 얘기가 많을 수도 있지만… 영화제 소개책자에는 제작비가 나와 있지 않아 저예산 영화를 고르기에 쉽진 않지만 대체로 감으로 고르는 편이다. 세 번째, 약간은 사소한 이유겠지만 수영만에 위치한 야외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선호 한다.개·폐막작도 야외 상영관에서 하지만 ‘좋은 영화들이 야외 상영관에서 많이 한다’는 얘기로 들으면 안 된다. 단지 탁 트인 하늘과 별들을 배경으로 스크린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소한 이유라고 전제를 달았던 것이고 부산 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감상법이기 때문에 다소 춥더라도 야외 상영관을 즐겨 찾는다. 마지막 기준은 - 더 사소한 이유일 수 있지만 - 오후 상영 영화만 고른다. 술을 마시긴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먼저 취한다는 시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부산의 밤바다! 조개를 구워 가며 청사포에서 즐기는 소주 한잔의 맛은 그만이다. 그러다 보면 큰 맘 먹고 구입한 - 사실 가격은 얼마 안 된다 - 오전 시간 영화표가 휴지 조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너무 주당 같은 얘기만 했는데 사실 이 소주 한잔의 맛을 돋우는 것은 나보다 먼저 취하는 바다 때문만은 아니다. 10월의, 그리고 부산 해운대라는, 시간과 장소가 제공하는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10월 이맘때가 되면 부산 곳곳에선 TV나 영화에서나 봄 직한 배우나 감독들을 간간히 볼 수 있다. 그들은 낮에는 Guest Visit이란, 이름의 ‘감독, 배우들과의 대화 시간’이나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광장에서 마련된 행사에 초청되어 팬이나 관객들과 만나고, 밤이 되면 삼삼오오 흩어져 술잔을 기울이며 영화에 대해 얘기 한다. 물론, 이렇게 영화를 만든 생산자와 소비자인 관객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밤에는, 만든 이건 감상하는 이건 상관없이 한데 어우러져 그들의 영화에 대해 얘기 하고 토론한다.
필자는 그런 면에서 영화의 완성을, 모든 작업이 마쳐지고 프린트로 만들어져서 극장으로 올려지는 순간으로 보지 않고 영화를 감상한 후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본다. 극장에 가면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도 전에 극장문을 나서고 친구들에게 재미있다 또는 재미없다 등의 한마디 코멘트로 마침표를 찍고 말지만, 영화제에 가면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극장의 불들이 다 꺼져도 바닷가에서, 또는 PIFF에서 영화는 계속 된다. 삼삼오오 모여, 푸른 가을 하늘이 제공하는, 나보다 먼저 취하는 바다가 제공하는 여유를 즐기며 한낮에 만났던 값진 영화들이 남긴 여운을 되새기는 맛은 영화제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2006 10월 12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