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은 나를 학부모로 보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보육교사로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딸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나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그 어린이집은 1년 전 내가 근무하다가 해고된 곳이다. 그때는 정말 순진하게도 “나가!”라는 원장의 한마디에 조용히 나와 버렸다. 속에선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뭐 세상엔 별의별일이 다 있으니까 이런 일쯤이야, 내가 조용히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머릿속이 복잡한데 무엇 때문인지 정리가 안 되었다.
그러다가 노동조합을 알게 되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알아나가면서, 내가 당한 일이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노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왠지 껄끄러웠던 내 마음은 스스로 화를 다스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당한 부당한 대우 때문이었다.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그냥 물러나진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물론 올해 들어 새로운 원장이 인수하면서 어린이집 이름과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잘린 셈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에 글 올릴까 하다가 시간이 그냥저냥 지나가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어린이집 차 운행하는 길에 가끔 부딪히면 그 원장이 둘 사이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손을 흔든다. 나는 씁쓸한 반사작용으로 고개만 까딱하여 답례할 뿐이다. 그 원장은 내가 노동조합원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른 선생님도 조합원인 걸 이미 알고 있다고 한다. 더욱 입맛이 씁쓸해진다.
출처: [월간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