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지난 3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이다. 지난 해 11월 여의도에서 열렸던 전국농민대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보였던 폭력성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해 말 경찰총수로서 전용철, 홍덕표 농민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속내는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민대회에서 2명의 농민이 사망한 이후 경찰청장이 경질되고,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경찰은 진압 전·의경을 집회·시위 일선에 배치하지 않고, 전·의경 실명제를 검토하겠다는 등 몇 가지 방안을 공개하였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경찰이 바뀐 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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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시민의신문 |
달라진 게 없는 경찰의 시위 진압
한때 경찰은 여론을 의식해서 폭력진압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지난 2월 12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3차 평화대행진 때 경찰은 전·의경을 시위대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함으로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경찰의 모습을 두고 언론은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노력이라고 극찬했다. 최근에는 경찰서별로 집회·시위 참관단을 조직하고 있고, 이들로 하여금 시위 현장을 감시하라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불과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4일, 같은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의 시위 진압이 발생했다. 이날은 새벽부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나선 주민들과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1천 명 가량의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서 무려 1만여 명의 전·의경이 동원되었다. 전·의경들은 비무장의 시위대에 곧바로 곤봉과 방패를 날려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의경들은 대추분교 앞에 연좌하고 있는 시위대를 곧바로 밟거나 방패로 찍었다. 대추분교 안에서 농성 중인 시위대를 연행하는 과정에서도 폭력이 난무하였고, 여성들에 대한 성추행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의 시위대가 대나무로 된 죽봉을 들고 저항했으나 이는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고, 오히려 나중에 언론들에 의해서 폭력시위라는 빌미만 주는 꼴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524명이 연행되었으며, 이날 오전에만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은 사람만 120명이 확인되었다. 그 중에서 부상자들은 안면부와 상체에 상처를 입었던 경우가 70%에 달해서 경찰이 집중적으로 안면부와 상체를 공격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것은 지난해 11월 여의도 농민대회 때와 똑같이 경찰의 폭력성이 적나라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경찰의 폭력진압 내용은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군인들이 철조망을 쳐놓은 이른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침범하자 그날 밤에 시위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하였다. 그들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도 않았고, 연행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답할 정도였다. 그런 뒤에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서 불법적인 검문검색을 강화하여 마을로 들고나는 모든 이들을 검문하고, 차량을 수색했다. 5월 14일, 6월 18일 두 차례의 범국민대회에 대해서도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마을 입구를 원천봉쇄하고 시내버스조차 돌려보내는 일까지 벌였다.
경찰의 집회·시위에 불법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현장에서 최근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 대구경북건설노조 집회 금지
대구경북건설노조는 건설현장 등 103개 곳에 집회시위 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대구경찰청은 국채보상기념공원, 신천둔치 등 6곳을 제외한 나머지 장소에 대해서 6월 15일부터 집회를 금지하였다. 지난 1일부터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대구경찰청은 지난 12일 집회와 관련,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조기현 위원장 등 노조 간부 7명에 대해 검거전담반을 구성,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으며, 서울지역 6개 최정예 기동중대를 대구에 배치한 상태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수배 중인 노조 간부 1명을 검거한 것에 항의하는 노조원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 30여명이 부상을 당하게 만들었다.
□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한 집회·시위 탄압
충북경찰청은 공무원 노조가 6월 15일 가지려던 ‘충북지역 공무원 노조 문화제’를 지난 6월 14일부터 경찰병력으로 행사장을 봉쇄하여 문화제 진행을 가로 막았다.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15일 충북경찰청 앞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은 이마저도 가로막았다. 또 6월초에는 공무원노조와 전국민중연대가 광화문 앞에서 집회시위를 하러 주요도로인 관계로 육로에 집회신고를 하였으나, 인도도 주요도로에 해당된다며 집회 금지통고를 하였다. 지난 5월 25일 수원중부경찰서는 농총진흥청장 앞 공무원 노조의 신고된 집회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공무원 노조원 8명을 연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실신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후 중부서를 항의방문한 노조원들을 사복형사들까지 풀어 폭력적으로 120여명을 연행하는 상황을 낳았다.
이외에도 청주 하이닉스 반도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본사 12층 농성장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사례도 들 수 있다. 이날 경찰은 망치와 전기톱 등을 동원 농성장 벽을 뚫은 뒤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며 일주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노동자들 38명을 전원 연행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탄압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경찰의 폭력진압이 여전한 이유
위와 같이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이 여전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부는 이와 같은 폭력적인 시위 진압의 이유를 불법, 폭력 집회와 시위로 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1년에 신고 집회는 약 2만에서 3만 건이 치러진다. 그렇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폭력집회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것은 경찰이 스스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진압이 바뀌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경찰 권력에 대한 임의수권조항을 너무 많이 허용하여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고, 집시법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허술한 법들이 경찰의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화 요구에 대해서 폭력적인 진압을 일삼던 군사독재정권시절의 경찰의 관행과 인식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집회·시위와 관련된 경찰의 자의적인 또는 불법적인 법집행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먼저 불법적인 불심검문 및 통행제한을 들 수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심검문과 통행제한은 경찰에 의해서 일상적으로 진행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현저하게 범행을 저지른 증거가 있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 불심검문을 하게 하지만,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집회시위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심검문과 통행제한을 자행한다. 즉, 경찰이 스스로 위법한 행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법적인 조치까지 단행하는 것이다. 불법집회라 하더라도 불법집회에 참석한 것만으로 죄가 되지 않으며, 불법적인 행위를 행해야만 처벌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 보호’라는 이유로 집회·시위의 자유 자체를 차단한다. 최근에는 집회·시위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단만으로 고속도로 통행을 제한하거나 도로를 막는 등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경찰의 공권력 남용도 행하고 있다. 어떠한 기준으로 경찰이 집회시위 참여를 막을 수 있는지, 또한 그 판단을 무슨 기준으로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두 번째, 과도한 경찰병력 배치를 들 수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병력은 항상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2배 이상이 동원된다. 경찰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주최 측에 협조하여야 함에도 항시 집회·시위를 관리·감독하려고 한다. 과도한 경찰력의 배치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위축시키는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행위이며, 시위대가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세 번째,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폭력적 진압을 자행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지난 해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사망한 농민들이 쓰러졌던 곳은 합법적으로 집회·시위 장소로 신고 된 곳이었다. 비단 경찰이 시위대와의 마찰이 있었다 할지라도 경찰력은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력을 동원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공격적인 진압과 폭력으로 시위대를 강제해산시키다가 사람까지 죽었다. 집회·시위에서 발생되는 불법성은 경찰이 사후 수사를 통해서 입건하여도 되는 것을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격적으로 진압하는 것은 경찰이 집회·시위의 자유 및 경찰권 발동의 한계에 대해서 무지한 것을 보여준다.
네 번째, 무차별적인 진압 장비의 사용 문제다. 최루탄이 사라진 이후 경찰과 시위대와의 간격이 좁아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무장한 경찰병력에 의해서 수많은 시위대가 부상당하고, 이중 대부분은 열상이나 타박상을 입는다. 이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서 방패나 곤봉을 휘두르고, 최근에는 방패와 곤봉 이외에도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고무총과 전기충격기까지 사용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근본 시각의 변화 없이는 집회·시위의 자유 없어
다섯 번째, 폭력적인 시위 진압 경찰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2001년 부평대우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비무장 평화 집회를 순식간에 경찰방패와 곤봉으로 물들게 한 경찰 지휘관들이 사회적 여론에 힘입어 직위해제 되었지만, 3개월 만에 원직 복직 되어 승진까지 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7월 평택 평화대행진 시위대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지시하고, 11월 여의도 농민대회에서 폭력진압을 명령한 현장 지휘 책임자는 직위 해제되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처벌이나 징계를 당하지 않았다.
집회·시위는 여론형성을 위한 압력수단으로서의 작용이기에 당연히 위력시위의 형태를 띠게 되며,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한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소음규제로 제한하고, 표현물을 제한하고, 집회·시위 장소를 차벽을 둘러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방패와 곤봉으로, 검찰은 각종 법률을 동원한 구속과 벌금으로, 정부는 사회적 여론을 호도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각종 제안과 장치들을 쏟아 내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는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항의 집회에서 회사의 명예를 실추 시킬 수 있다며 회사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와 같이 집회·시위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금의 현실은 하나도 나아질 수 없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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