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서준식 선배
오랜 기간 인권운동을 하며 나는 무엇을 추구하였는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나에게 만족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해 왔다. 80년대의 최루탄 연기 속의 나, 교도소 앞의 나, 양심수와 나, 그리고 남영동 대공분실…. 여러 인권운동가를 만났고, 그리고 헤어졌다. 가짜 운동가도 만났고, 엉터리 운동가도 만났고,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권 운동하는 사람도 만났고, 인권운동도 일등 하겠다는 사람, 인권단체의 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만났다. 88년도인가 원주의 베른성당에서 17년간의 징역에서 석방된 서준식 선배를 만났다. 세월이 흐른 지금 서준식 선배는 인권운동을 하지 않는다. 서준식 선배가 금방이라도 나타나, 예전의 그 활기 찬 모습으로 같이 인권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반목하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서로 사랑했으면 한다.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이 상처 받고, 그 상처로 인해 눈물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선보다, 정책보다, 논리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되었으면 한다. 운동이 사람을 앞지르는 경우는 없었으면 한다.
즐겁게 웃으면서, 투쟁의 목표와 대상을 명확하게
일상의 인권현장은 인권운동가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지치고, 외로움에 빠지게 한다.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또한 돈, 사람, 건강, 가족문제 및 일정, 정책, 활동의 과제가 일상을 누른다. 이러한 일상의 반복은 인권운동가들을 지치게 하고, 병들게 한다. 나는 이러한 일상에서 인권운동가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었으면 한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르고, 취미 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스스로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등산대회’, ‘인권활동가들을 위한 섬으로의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바란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평택 투쟁, 농민 사망사건 등 여러 인권 사안에 대해 매우 잘 대처해 왔다. 협의체와 연합체의 중간정도로 평가되는 인권회의의 위상에 걸맞는 투쟁을 조직해 왔다. 그러나 선도투쟁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적은 없는지, 대중투쟁을 통해 선도적 기능을 상실한 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인권사안의 우선순위 선정을 적절히 배치하며 투쟁을 전개하였는지 평가하여야 한다. 청와대를 비판해야 할 때 경찰을 비판하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할 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 값이 폭등함으로 서민의 가계가 무너지고 국민의 주거권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사회권이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는 지금,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며 어떻게 투쟁을 조직해 왔는가를 살펴봄으로 투쟁의 목표와 대상을 인식하는 관점을 점검해야 한다.
정말 ‘연석’회의인지?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창립초기 운영원칙일반과 공동행동 조직방식, 참여기준을 채택하였다(아래 글상자 참조). 과연 현재 각 참여단체와 운영주체들은 이러한 운영원칙과 공동행동 조직방식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38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협의체적 성격의 위상임에도 연합체적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주요 인권사안마다 인권의 관점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투쟁을 조직하고 활동해 왔다. 그러나 과연 38개 단체가 연석해서 인권사안을 분석 토론하고, 각 사안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활동하는지 그 구조와 조직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각 참가단체가 회비는 잘 내는가, 정기회의에 각 참가단체가 정기적으로 참석하는가, 인권회의 운영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가를 점검해 봐야 한다. 진정 인권사안에 대해 연명해서 성명서 정도를 발표하는 수준은 아닌가, 몇몇 활동가들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껍질만 대단해 보이는 조직은 아닌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경향성에 관해
인권운동을 주도하는 몇몇 단체의 운동경향성을 존중한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경향성이 정당하지는 않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다양한 영역의 다양한 운동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사업과 활동을 공정하게 평가함과 동시에, 운영주체들의 시기별 운동경향성의 변화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대단히 헌신적이고도 유능한 인권운동가들이 인권단체연석회의를 이끌고 있지만, 특정 경향성이 고착되고 이것으로 인해 인권운동의 지평이 축소되거나 여러 인권운동가들이 점점 인권단체연석회의로부터 멀어지고 있지는 않나 살펴야 한다.
대중화와 조직화
더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권운동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은 인권운동가의 책무이다. 70년대 이후로 한국의 인권운동은 혁혁한 발전을 수행해 왔다. 고문이 사라지고, 사형집행이 유보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인권상황의 진전이 인권운동단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못하고 있다. 몇몇 단체가 더 설립되고, 몇몇 활동가들이 늘었을 뿐이다. 인권은 대중화 되었지만 인권운동은 대중화되지 못하였다. 나는 인권운동의 조직화의 실패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인권교육모임, 청소년모임, 공무원모임, 주부모임, 백수모임 등 수많은 다양한 영역의 조직화에 인권단체들이 나서야 하며, 이것이 가능케 하는 정책과 활동을 인권단체연석회의가 기획하고 추동해 주기 바란다.
인권운동에는 위기가 없다
인권운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는 위기를 느끼지 않음으로 극복될 수 있다.
위기를 거부함으로, 위기에 맞섬으로도 극복된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지금의 인권운동진영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우리의 모자라는 부분을 분석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쉽게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으자! 조금 더 힘을 내고 조금 더 나아가자! 여러 인권운동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 인권단체연석회의 운영규칙 중에서 | ||
1. 인권단체연석회의의 활동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매월 넷째주 목요일 4시에 진행되는 <정기회의>를 통해 진행한다. 3.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여러 인권그룹들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이를 위한 적극적 조치로써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운영과 활동전반에 걸쳐 소수자의 문제의식을 적극적으로 배치한다. 4.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활동을 벌임에 있어 지역단체들과의 관계, 여러 공대위 및 분야별 모임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5. <정기회의>에 제안된 활동을 중심으로 회의 참가자 전원의 공감대에 바탕해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공동행동 과제를 설정한다. 7. <정기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한 사안 및 공동행동이 급박하게 제기되었을 경우에도, 인권단체연석회의 참가 단체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반드시 진행한다. 8. 참여단체들 간의 상호신뢰를 진작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성으로, 아래 사항에 대해 자발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첫째, 정기회의 참여, 둘째,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공유와 활동 소통 셋째, 일정액수의 월정기회비 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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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