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명의 교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명. 경기 부천에 있는 송내고등학교에서 0교시와 우열반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숫자다. 비율로 따지면 60.75%에 이른다.
송내고 교사들은 ‘0교시 및 우열반 수업 거부 선언’에서 “우리는 ‘다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더 이상 학생들의 건강권과 행복을 침해할 수 없다”며 “4‧15조치로 인한 0교시 부활과 수준별을 빙자한 우열반 수업은 학생들의 현재를 더욱 불행하고 만들고 그들의 미래 또한 경쟁에만 익숙한 인간상으로 만들 것”이라며 0교시와 우열반 수업 참여 거부를 학교안팎에 공식으로 알렸다. 지난 9일의 일이다.
이틀이 지난 11일 만난 교사들을 들떠 있었다. 그리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황홍주 전교조 송내고 분회장은 “처음에는 어렵지 않을까, 10명만 해도 다행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너무 많이 함께 해 주셔서 모두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너무 기뻤다”고 얘기했다.
학교는 아직까지 ‘0교시’나 ‘우열반’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4‧15조치 뒤 아이들 사이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나면 실시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주변의 학교에서 0교시와 우열반을 하는 학교도 있고 준비하는 학교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2학기 실시’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19일 전교조 송내고 분회총회가 열렸다. 그리고 “미리 거부 선언을 하자”고 입을 모았다. 윤리를 가르치는 최윤호 교사는 “주변 학교 상황을 알아보니 2개 학교가 우열반을 진행하고 있었고 중학교 1곳까지도 0교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부천의 21개 모든 고등학교에서 실시될 것 같아 미리 하지 않겠다고 거부하자고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교조 송내고 교사들은 먼저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고 쓰인 버튼을 달았다. 그러자 아이들이 “선생님 이게 뭐예요?”, “왜 달았어요?”라며 관심을 보였다. 조경옥 교사(수학)는 “처음에는 버튼을 달 때는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단 버튼으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0교시와 우열반 등 입시경쟁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너도나도 버튼을 달았다. 1학년인 이상명 군은 “0교시하면 학습능력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다 잘 것이다. 차라리 30분 더 자고 제대로 공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같은 1학년 박종선 군은 우열반에 대해 “성적에 따라 더 좋은 교육 혜택을 주는 것은 정말 아니다”고 확신했다.
이와 함께 교사들에게 분회통신을 포함한 선전지를 돌리고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피켓으로 다시 한 번 알리면서 반대 분위기가 높아졌다. 분회가 지난달 21일~23일에 교사 62명과 학생 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0교시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생 각각 95.1%, 97.6%가 반대했다. 우열반은 교사 86%, 학생 78%가 반대했다. 그렇게 48명의 교사가 거부 선언에 함께 했다.
특히 일반적인 수준의 선언을 넘어 관련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교사들이 업무까지 거부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극히 이례적이다. 선언자 가운데 22명이 국어, 영어, 수학 교사다. 사실상 0교시와 우열반은 송내고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