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말실수로 화근 부르다 “너만 모르고 다 알아”

어찌 좋은 일만 있을 것이며, 어찌 모든 애들이 내 손 안에 다 들어올 것인가?



어찌 내 뜻대로 세상일이 될 것이며, 나의 의도가 애들한테 항상 이해되어 잘 전달되기만 하겠는가?



수학교사인 나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질문을 던졌다.



“00야, 이게 어디로 갈지 알겠냐?”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왜 하필 저한테 물으세요?”

“너만 알면 다 아는 거니까.”



이 말에 다른 아이들은 ‘개그’라고 생각해서 와하고 웃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마음에는 상처를 입었던가 보다. 재미있자고 농담을 가볍게 툭 던졌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게 아니었다.



“샘, 제가 어떤 놈인지 아십니까? 저를 처음으로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 놈입니다. 절 괴롭히는 놈들은 언제고 똑같이 갚아줄 겁니다!”

“어,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냐?”

“예, 협박하는 겁니다.”



순간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위기상황이었다. 학생이 이 정도로 나온다면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뜻이다.



“야~ 정말 끝내준다. 학생이 선생을 협박하고, 정말 교실 분위기 죽인다.”



내가 약간 과장된 억양으로 받아 넘기자 아이들이 다행히 웃어주었다. 그 아이는 눈을 굴리며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 틈을 타서 얼른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그 위기를 넘겼다. 내가 계속 웃으면서 가볍게 대꾸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대수롭잖게 생각했겠지만 그 아이와 나는 팽팽히 당긴겨진 활시위처럼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이후 며칠간 나는 고민에 빠졌다. 여러 샘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았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에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직감으로 사과하러 온 것이라 느꼈다.



“선생님, 그 때 제가 무례하게...”



아이는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잇지 못했다.



“괜찮다. 네가 먼저 용기를 내어 사과하러 와줘서 고맙구나.”



서로의 잘못이 있었다. “너만 알면 다 안다”는 내 말이 화근이었으니 내가 원인제공자였던 셈이다. 떨리는 그 아이의 눈빛만으로도 이미 문제는 사라졌고, 더 이상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이 다 이해된 듯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도 불현듯 그일을 생각하면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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