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서슬퍼런 공안폭력 속에 민주주의가 질식당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세력들이 목표를 초과달성하려는지 수십년을 거슬러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똥싼 놈이 성낸다’는 옛말도 있지만 촛불정국을 둘러싼 작금의 형국은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여준다. 기만적인 추가협상에 이어 전격적인 고시 강행으로 국민의 분노가 고조된 상태에서 불법적인 강제연행과 경찰 병력을 시위대 속으로 깊숙이 투입시키는 공세적 진압방식으로 시민들을 자극한 흔적이 역력하다. 수구언론의 연이은 혹세무민은 한술 더떠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왜곡하고 두 달 동안 서울도심이 무법천지로 변했다며 강력한 법집행을 주문하고 나섰다. 심지어 물가폭등과 경기침체의 원인이 촛불때문인 양 떠넘기는 뻔뻔함마저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공권력이 점령하고 원천봉쇄한 시청광장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와 단식에 들어가면서 하루만에 다시 국민품에 돌아왔다. 국민을 협박해서 촛불을 끄고 위기를 모면하려던 정권의 책략은 종교계가 거리로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미국에 맥없이 넘겨준 건강주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재협상으로 화답하지 않고, 눈속임과 폭력으로 대응한 정부의 교만과 무능이 종교계마저 나서게 했다. 민주노총은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힘들게 결단하여 국민건강을 지키도록 쇠고기재협상을 촉구하는 파업에 나섰으며 수입쇠고기 출하저지에 이어 불매운동과 감시활동에 착수했다.
종교단체가 주관하는 시국미사 이후 시민들의 청와대 행진은 일단 멈췄으나, 비폭력의 힘은 평화의 촛불을 이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주교에 이어 개신교의 기도회와 불교계의 시국법회가 이어지고 지난 5일 100만 촛불이 다시 전국을 밝혔다. 폭력진압에 이은 압수수색과 구속, 수구언론의 거짓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시대를 밝히는 촛불은 소리없이 눈물흘리며 승리를 선포한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결단하여 직접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정부는 할일 다했으니 배째라는듯이 공안탄압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검경과 거짓언론에 의존하며 궁궐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다가서야 한다. 전임 대통령처럼 생중계 속에 국민과의 대화라도 해서 사과하고 진솔하게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과 전쟁하는 것은 봉건시대 전제군주만도 못한 통치방식이며 국가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