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최근 한 국책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IMF이후 지난 10년간 중산층의 비중이 10% 줄어들고 빈곤층은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층이 증가하면 빈곤아동도 함께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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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아동들에게 방학은 어떤 의미일까? 빈부격차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방학은 기다림의 대상이다. 그러면 학부모들은 어떨까? 보통 학부모들은 방학이 두렵다. 평상시보다 돌봄 노동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빈곤층 자녀들이다.
“부모들의 경제 사정이 어려우니까 아이들에게 신경을 별로 못써요. 그래서 가까운 도서관, 문화센터에서 하는 여러 가지 방학 중 문화 프로그램도 이 아이들에게는 남의 일입니다. 저렴하니까 일반 학부모들은 애를 보내려고 줄을 서는데요.”
저소득층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서울 강동구의 한 공부방(지역아동센터) 박순희 대표는 방학 때는 공부방에 더 많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시방과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제공해주면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점심, 저녁 밥 먹으러 공부방에 오는 경우가 많아요. 공부방 살림이 어렵다보니 필요한 것을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이 공부방에 다니는 고등학생 가운데는 한 번도 학원을 가본 적이 없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방학 중에는 거의 컴퓨터 게임에 매달려 지낸다고 한다.
방학 중 교육 복지도 함께 방학
서울 강서구 모 초등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엄경남씨는 방학 때도 바쁘다.
“방학 중에도 우리학교에서는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 캠프 등을 진행합니다. 급식도 진행하고요. 물론 아이들은 그냥 놀고 싶어하죠. 방학이니까요. 하지만, 마땅히 놀 거리도 없으니까 학교에 나오면 좋아합니다. 부모들도 만족하고요.”
이 학교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정학교로 지정되어 지역복지기관과 연계해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교육문화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 여름방학에는 생태문화탐방을 진행할 계획이다.
“몇 년 전 방학 때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했는데요. 어떤 아이는 아침엔 할인마트 시식코너에서 해결하고 점심엔 친구들하고 컵라면에 찬물을 부어 먹고 있더라고요. 학교나 지자체가 방학 중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학교는 저소득층학생들을 복지기관, 복지단체와 연계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안내해주고 교사들도 물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사회복지사가 없는 학교라도 작은 열의만 있으면 저소득층 아이들의 방학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늘리고 종합적인 지원 필요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평상시 한 끼 식사도 해결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에 처한 절대빈곤 아동이 60만 명에 이르고 그 외 결식아동, 가정 해체로 인해 방임된 상대적 빈곤아동까지 합치면 최소 1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빈곤아동 전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류정순 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우리 연구소 상담 사례를 보면 명절 때 사흘을 굶었다는 아이들, 배고픔을 과자로 해결하는 아이들을 접하기도 한다.”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의 경우 반사회성, 분노 심리가 강하고 특히, 도시 저소득층 학생들은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해 부모자녀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류소장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빈곤층 아동에 대한 복지예산을 늘려 아이들 개별 특성에 맞는 사례 관리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경제상황 등을 이유로 학교급식을 지원하는 학생 수는 57만 명, 보건복지부에서 휴일이나 방학 중에 급식을 지원하는 학생 수는 절반인 27만 명이다. 굶는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교사들의 몫은 무엇?
부모의 자식에 대한 면학 열기가 뜨겁고 금지옥엽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나라. 하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이 한 달이 넘는 방학동안 밥은 잘 먹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하고 챙겨주는 복지행정시스템은 매우 열악하다. 그나마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들은 조건이 나은 경우지만 그 숫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의욕이 별로 없는 아이들은 방학 때도 새로운 무엇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죠. 간혹 지역의 복지기관 등에서 방학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매우 소극적입니다. 앞으로 교사들이 이 아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 강북구의 모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어른인 것이 부끄러운 우리나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