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거운생활 실험본 교과서 |
김밥 대신 샌드위치가 들어있는 도시락을 먹는 모습, 사시 눈빛으로 표현된 수많은 아이들, 청바지를 입고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 대부분 치마를 입은 여자 아이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선보일 예정인 전국 초등학생용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가 삐꺽대고 있다. 우선, 시빗거리가 된 부분은 저학년인 1, 2학년용 <즐거운생활> 1학기 교과서 실험본에 실린 삽화와 사진.
교과부는 올해 3월부터 내년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쓸 교과서를 미리 실험본으로 만들어, 전국 5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활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교과서의 형식과 내용을 둘러싸고 사상초유의 ‘혹평’이 진행되고 있는 것.
교과서 삽화 놓고 벌어진 사상초유의 ‘혹평’
일부 교육과정 심의위원을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은 ‘교과서에 실린 삽화와 사진이 반교육성을 넘나드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만화체로 된 삽화가 학생들의 정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얼굴과 눈을 크게 그리면서 눈이 찌그러진 모습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 |
2학년 즐거운생활 35쪽 |
실제로 초2, 1학기 <즐거운생활>을 분석해본 결과 ‘사시’ 눈빛을 가진 서로 다른 모습의 캐릭터가 101개나 등장했다. 103쪽을 차지하는 교과서 전체 분량 가운데 삽화가 그려진 대부분의 페이지에서 이런 아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1학년 교과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가족 봄 소풍 모습을 나타낸 삽화(초1, 30쪽)는 김밥 대신 샌드위치와 과자를 먹는 아이 모습을 담아 놨다. 이런 그림은 우리나라 가족들이 김밥 도시락을 주로 먹는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사실과도 어긋날뿐더러 인스턴트 식품을 홍보하는 모습처럼 비춰진다는 지적이다.
![]() |
1학년 즐거운생활 30쪽 |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봄 소풍을 나서는 교사 모습(초1, 21쪽)과 청바지를 입고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 모습(초1, 17쪽)도 눈총을 받고 있다. 현실에서 미니스커트나 청바지를 입고 야외활동을 하는 교사도 거의 없을뿐더러, 교사가 이렇게 했을 경우 교육활동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할 것이다.
여자 아이를 표현한 삽화의 상당수가 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도 바지를 주로 입는 초등생의 현실과 다르며, 성 평등성을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어 알파벳이 적힌 옷을 입은 아이를 담은 삽화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초1 교과서 46쪽, 95쪽, 96쪽 그리고 초2 교과서 58쪽, 59쪽, 86쪽, 87쪽 등에 나와 있는 상당수의 사진은 초등학교 1, 2학년생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는 해당학년 학생들의 교육활동 모습을 담는 것이 원칙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부 등장한 학생 가운데는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 |
2학년 즐거운생활 86쪽 |
아동미술전문가이면서 <즐거운생활> 심의위원이기도 한 이부영 교사(경기 단월초)는 “사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이 썩소(한쪽 입 꼬리만 올라가게 웃는 웃음)를 짓는 모습을 새 교과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서 “특히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매일 이런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뼛속 깊이 들어가 내면화 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교과부 음악교육과정 연구협력팀원이기도 한 김영미 교사(서울 창신초)도 “국적 없는 정체불명의 꽃그림과 그래픽 처리된 것 같은 비인간적인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유 있는 지적들... 졸속 제작도 한몫
그럼 왜 이 같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교과부와 이 책 편집에 참여한 (주)두산 관계자는 11일, △짧은 제작기간 △삽화가와 의사소통 불일치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해 10월 (주)두산을 제작사로 뽑은 뒤 올해 2월말에서야 실험본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등 졸속 제작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시’ 얼굴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삽화 수정 작업을 이미 벌이고 있으며 오는 9월 중순쯤 최종 완성본을 만들기 위한 심의회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실험본 교과서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그대로 전체 학생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니만큼 지적된 내용을 고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덧붙이는 말
-
다음 기사는‘내용분석/ 국악 내쫓고 일본색 동요 실었다’가 이어집니다. \'취재 뒷이야기\' 등 더 자세한 내용은 개인홈페이지인 윤근혁의 교육돋보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교육돋보기edu.mygoodnews.com



즐거운생활 실험본 교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