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하늘에서 온 편지

여름방학 때인 지난 8월 9일 우리반 아연이가 이메일을 보냈다.



"선생님! 잘 지내십니까? 보고 싶습니다.ㅠ_ㅠ 빨리 개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방학이 좋은 줄만 알았더니 지루해서 못 살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학교 나오시는 날 은지랑 같이 가서 얼굴 뵙겠습니다! 선생님! 방학 잘 보내십시오! 보고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방학 때 담임교사에게 안부편지는 고사하고 이메일도 잘 안 보내는 풍조라 아연이의 메일은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며칠 뒤 늘 그랬듯이 방학 근무하는 날 학부모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는데, 아연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아연이가 어제 집에서 놀다 넘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 응급실에 있습니다."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직 어리고 평소 건강하던 아이라서 곧 의식을 차릴거라 믿었다. 아연이는 무척 귀엽고 붙임성도 많아 나를 잘 따르고 수업태도도 좋은 아이였다. 가끔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며 자기 할 일을 챙기는 슬기로운 아이였다. 그날 저녁은 아내가 늦게까지 외출할 일이 있어 어린 아들 돌보느라 병원에 가보지 못하였다.

 

전화가 왔다. 어떤 학부모의 목소리. "선생님, 아연이가 일어났답니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꿈이었다. 아침 일찍 울린 아연이 아버지의 진짜 전화벨이 울렸다. "아연이가 위독합니다. 살아있을 때 선생님과 친한 친구들 얼굴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정신이 아득하다.

 

뇌진탕으로 뇌출혈이 생기면서, 뇌기능이 마비되어 호흡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신체 장기들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손상되고 있는 간신히 심장만 인공호흡으로 뛰고 있다는 것이다. 급히 아이들 몇을 불러 면회시간에 맞추어 중환자실에 있는 아연이를 보았다. 뇌에 고인 피를 빼느라 머리를 민 모습에 인공호흡기를 낀 의식불명의 아연이. 눈물이 왈칵 치밀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도 하염없이 울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아이들을 보내고 밤새 대기실에 있었다.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아연이가 깨어나게 모두 기도하자는 문자연락을 보냈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나를 절망스럽게 했다. 현대의학도 손을 못 쓴다니 그것도 더 화가 났다.

 

다음날 오전 10시. 아연이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연이의 손을 잡고 부모님과 나는 한참을 울었다. 아무 죄없는 어린 제자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난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큰 충격을 받은 부모는 담임인 나와 우리반 아이들 외에 다른 학부모나 학교 직원들의 문상은 사절했다.

 

우리반 아이들 대부분이 문상하고 돌아간 뒤 부모, 가족과 화장장과 납골묘까지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아버지가 6살난 아연이 남동생 현민이에게 누나가 납골함에 들어 있다고 하자 "사람이 거기에 어떻게 들어가?"라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의아해했다.

 

그렇게 아연이를 보내고 며칠 뒤에 집으로 아연이 편지가 왔다. 아연이가 방학 때 나에게 쓰고 부치지 않은 편지를 아버지가 보낸 것이다.

 

"보고 싶은 전광렬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저 아연이입니다. 벌써 개학이 다가오니 기분이 좋습니당~. 방학 동안 친구들도 못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을 뵙지 못한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중략) 자주 우리반 까페에 들어가는데, 어느날 앨범을 보니 선생님께서 사진 올리신 것을 보았습니다! 보는 저까지 시원한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너무 놀러 다녀서 살이 많이 탔습니당(중략) 선생님! 2학기 때는 더 착한 아연이가 되겠습니다! 선생님! 남은 방학도 잘 지내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죽은 제자의 편지를 받다니…. 답장도 보내줄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또 눈물이 흘렀다. 아연아, 잘 가거라.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슬프지도 말고 행복하게 살거라. 그리고, 내가 다시는 너처럼 세상을 떠나보내는 제자가 없도록 하늘나라에서 네 친구들과 후배들 잘 보살펴다오. 안녕, 내 사랑하는 제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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