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시험과 점수로 판단하려는 게 너무 싫다”
학교 안 가고, 체험학습 등 188명 평가 거부

일제고사 봤던 14일 켜진 ‘촛불문화제’, ‘풍등’에 담아 ‘경쟁교육’ 우주로 날려

14일 밤 서울 밤하늘에 ‘풍등’이 떠올랐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250여명의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시민들은 일제히 하늘을 쳐다봤다. 풍등을 순식간에 날아올라 하나의 점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풍등이 벌써 우주를 떠돌고 있는 것 같다. 풍등에 무엇을 떠나보냈나요?” 사회자가 물었다.
“일제고사”, “국제중”, “이명박”, “공정택” 이라고 청소년들이 답했다.

청소년들은 ‘풍등’에 담아 ‘무한경쟁교육’을 우주로 날려 보냈다.

“왜 우리에게 안 물어보고 위에서 결정하나”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하 한 청소년이 성적으로 힘들어하는 또래를 담은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영민 기자

일제고사를 안 보려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한 청소년은 “꼭 한 명이라도 점수로 낙오시키기 위해서 별의별 짓을 다하는 것 같다”며 “무조건 시험과 점수로 판단하려는 게 너무 싫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등교를 거부한 청소년들은 물론 시험지를 받고 백지로 냈거나 체험학습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청소년들이 많이 함께 했다.

자신을 ‘블랙투’로 소개한 한 청소년은 “70분, 70분, 80분 이렇게 3과목 일제고사를 보는데 아무것도 쓰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밝히며 “지루했다”고 말했다.

‘블랙투’는 “이제는 미친 교육과 정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상반기 ‘촛불 저항’ 불씨를 댕긴 ‘이명박 탄핵 서명’ 제안자 ‘안단테’도 참여했다. 얼굴은 하얀 가면으로 가렸다.

‘안단테’씨는 “헌법1조는 학교에도 적용된다. 학교는 민주공화국 학교이고 권력은 우리들에게 나와야 한다”며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왜 우리 생각을 물어보지 않나. 왜 결정을 교장선생님과 교감, 교육청과 정치인인 하나.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정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체험학습 다녀온 숫자보다 여기에 모인 여러분이 더 의미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정책을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b-boy, 락밴드, 고교생 밴드 등 다양한 문화공연과 함께 해 시험에 얽매였던 청소년들에게 잠시나마 ‘자유’의 시간을 제공했다.

교과부, 평가 거부 유도 교사 6명 징계 조치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응시 현황’에 따르면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은 전국적으로 모두 188명이었다.

학교를 가지 않거나 학교에 가도 시험을 보지 않은 방법으로 평가를 거부한 학생이 모두 78명이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6학년이 서울에서 68명, 광주 2명, 전북 1명이었다. 중학교 3학년은 서울 1명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은 대구 4명과 경기 2명 등이었다.

시험 대신에 체험학습을 한 학생은 모두 110명이었는데 학교측에 승인을 받은 학생이 13명이나 됐다.

교과부는 또 평가 거부를 유도한 교사가 서울에서 6명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진상 조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며 “체험학습을 승인한 학교장에 대해서는 진상 조사해 별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와 광주, 전남, 울산, 전북 등 지방에서도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과 시위를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를 연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 No!”는 오는 15일에도 오전9시 교육과학기술부 정문에서 무한경쟁에 관한 대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일제고사 거부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한 쪽 벽면에는 검은 색 천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바보 같은 나는 공부하는 목적이 오직 시험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공부를 위한 시험’이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를 우리가 하고 있잖아.
…학교에선 시험을 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
-2007년 자살한 고등학생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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