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학생차별, 인권 개선’ 뭉개는 학교

국가인권위 주요 권고 제대로 힘 못써

“학내 집회, 휴대전화 소지 금지, 강제 0교시는 인권침해(2008년 10월)
“학생 우열반은 평등권, 인격권 침해”(2008년 5월)
“성적순으로 ‘정독실’ 사용 권한 평등권 침해”(2008년 2월)
“학급회장 선출 성적제한은 차별”(2006년 12월)
“초등학교 출석부 번호 남학생은 앞 번호, 여학생은 뒷 번호는 차별”(2005년 10월)
“중고교생의 두발제한은 학생의 기본적 인권 침해”(2005년 7월)

최근 4년간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의 인권침해는 물론 교육에서 벌어지는 차별 등에 대해 권고한 주요 내용이다.

국가인권위 권고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진 못하지만 학생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제시했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시행해야 할 학교와 교육청은 아직까지도 요지부동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나온 “학내 집회와 휴대전화 금지, 강제 0교시는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 판단 역시 학교현장에서 반영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권고 받은 학교장 “인권위 교육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당사자인 서 아무개 울산 ㅅ중학교 교장은 “인권위가 교육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평부터 털어놨다.

서 교장은 “학내 집회를 강제 해산한 것이 아니고 소란스럽게 해서 조용히 시켰을 뿐이니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이 없다”고 대놓고 비판하며 “휴대폰은 수업 시간에 사용하고 있고 0교시는 울산교육청의 정책에 따라 이번 2학기부터 일찍 등교시키는데 학력 꼴등인 울산에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차별’이라고 시정하라”는 권고가 나온 지 3년이 지난 ‘초등학교 출석부 번호 남학생은 앞 번호, 여학생은 뒷 번호’도 마찬가지다.

서울 ㅇ초교 1학년 한 학급의 경우 28명 가운데 남학생 15명은 1번~15번, 여학생은 51번~64번이 번호다.

이 학교 김 아무개 교사는 “담임으로 배정될 때 이미 학교에서 이렇게 나왔다”며 “편의상 관행적으로 하는 것 같다. 많은 초등학교가 여전히 이렇게 학급번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고를 받더라도 해당 기관만 고칠 뿐 같은 문제가 다른 곳에서 발생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해당 사안을 정책으로 반영하지 않고 개별 사안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가 “성적순으로 ‘정독실’(특별 독서실) 사용 권한을 주는 것은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다행히 해당 학교인 부산 ㄴ고등학교는 지난 3월부터 2~3학년 가운데 희망하는 학생에게 정독실 사용 권한을 주고 있다. ㄴ고교는 2개의 일반교실을 하나로 합쳐 만든 넓은 공간에 사설 독서실처럼 책상 칸막이를 설치된 정독실을 운영해 왔다.

해당 학교 시정해도 다른 학교에서는 그대로 인권침해, 차별

문제는 ㄴ고를 뺀 ㄷ고와 ㅅ고 등 거의 모든 고등학교가 성적순으로 정독실을 운영하는 데 있다. ‘우리한테 직접 한 권고가 아니니 괜찮다’는 식이다.

당시 부산시교육청이 조사 결과를 봐도 부산지역 87개 일반계고 가운데 92%인 80개 고교가 ㄴ고와 같은 형태로 정독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산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

진정을 냈던 김 아무개 교사는 “우리학교만 하지 않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내용을 개별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반영해 일반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우열반은 평등권, 인격권 침해’ 판단 등도 비슷한 상황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공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는 “인권위 권고가 강제성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기관이 권고내용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개별 학교에서 바뀌는 게 어려운 만큼 법이나 지침 등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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