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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비스듬히 기대앉아 뭔가를 홀짝대는 털복숭이 남성들, 비키니 차림으로 선탠을 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저게 바로 '제국의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수백만의 반전 시위는 안중에도 없이, 전쟁을 개시할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국제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이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범죄에 대해 당시 90%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지지했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몰락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나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군사비에 쏟아 붓는 이런 병적인 시스템이 지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에서 미국의 민중사학자 하워드 진은 미국인들의 이러한 정신적 몽매의 가장 큰 책임이 바로 교육에 있다고 지적한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미국의 학교 교육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와 지금 안고 있는 모순들을 '전혀'가르치지 않으며, 오직 '이상적이고 객관적인 지식'만 가르침으로써 이 체제가 '아무 문제가 없음'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우리나라 학교 교육으로 옮겨보자. 우리들 학교에서 '이상'이 아닌 '현실'은 충분히 가르쳐지고 있는가? 왜 이렇게 공부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지,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조건은 어떠한지, 이렇게 사는 것이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가? 농업을 이토록 박대하고, 물신에 대한 숭배가 이렇게 꼭대기까지 차오른 사회는 결코 지탱할 수 없음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가? 앞으로는 '웬만하면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가? 아이들이 고단한 몸과 마음을 내맡기는 현란한 매체들이 정신의 건강을 좀먹고 자신을 기만하는 것임은 충분히 가르쳐지고 있는가? 어떤 모리배들이 '건국절'을 운운하고 있지만, 이 나라의 건국이란 친일의 주구들이 당시 민중들의 요구를 배반하고, 양심적인 사회 세력들을 싸그리 박멸시킨 위에 건설한 테러 통치 체제에 다름 아니었다는 사실이 충분히 가르쳐지고 있는가?
객관적 지식으로 채색된 '이상' 말고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흘러가든 그 끝은 미국처럼 한심할 따름이다.
전교조를 잡겠다고 날뛰는 작자들이 여기저기서 기염을 토한다. 언제나 그러했듯 선생 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나날들이다. 어려울수록 근본을 살펴야 한다.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용기가 없을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