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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공모교장' 첫발 뗀 전북지역 학교들

"교장공모제, 이것 쓸모 있는 거야?"
이런 의문을 가진 교사들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똑같이 품고 있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북지역 교장공모제 학교 3곳을 가봤다. 전교조 학교자치교장선출보직제 특위(위원장 황호영 전교조 부위원장)에서 진행한 '학교 탐방' 행사에 끼어든 것이다.

수곡초 이석문 교장

"가슴을 움직여야 해요"
 
"학부모와 교사의 가슴을 움직여야 해요."

21일 오후 전북 정읍시 칠곡면에 있는 수곡초의 이석문 교장(54)이 한 말이다.

이 학교 유일한 전교조 소속 교사이면서, 영어 교과전담교사이고 '교장 자격증'도 없던 그는 올해 9월 1일 교장이 되었다. 이 학교 학부모와 교사들이 뭉쳐서 그를 교장으로 추대했기 때문이다.
 
그를 뺀 7명의 교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교원단체 소속이었다. 하지만 이 교장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것이 평교사 '이 교사'가 공모교장 '이 교장'이 된 이유였다.
 
이 교장이 공모교장으로 일한 지 50여 일. 학교를 찾은 학부모 두 명의 평가를 들어봤다.
 
"아토피 때문에 도시에서 왔는데, 아이들이 도대체 집에 가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가 원하는 학교 가운데 이 이상의 학교를 찾지 못해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처럼 움직여줄 수만 있다면 대안학교 그 이상입니다."
 
이 교장은 "우리학교 선생님들 하나하나가 바로 참교사의 모습"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한 교원단체가 '교장공모제의 병폐'로 주장한 교원단체 사이의 알력과 분란은 이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아시바'잡고 바들바들 떠는 교장

회현중 이항근 교장

 
하루 전인 20일 오후에는 군산시 회현면에 있는 회현중을 찾아갔다. 회현중 역시 전교조 교사로 이 학교에 근무하던 이항근'교사'(51) 가 9월 1일 '교장'으로 취임한 곳이다.
 
이날 이 교장은 운동장에서 이른바 '노가다'를 뛰고 있었다. 다음 날 있을 학교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에게 '방금 전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봤다.
 
"'아시바'(철제구조물)를 3단까지 쳤어요. 제가 바들바들 떨면서 이런 일을 해야 선생님들도 교실에서 편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이 학교의 '학교장 경영관'가운데 하나는 '교사를 섬기는 교장, 학생을 섬기는 교사'다. 이 교장은 공모교장 소감을 묻는 물음에 "그저 잠깐 '교장'이란 보직을 받았을 뿐, 똑같은 교사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장실에는 교장 명패가 없다. '교장이란 경계선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게 이 교장의 설명이다. 그의 '섬김의 교육자치'가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
 
이날 오전에 들른 김제시 흥사동에 있는 백석초. 이 학교에는 올해 3월 공모교장으로 취임한 전교조 소속 김용규 교장(59)이 있다.

백석초 김용규 교장

 
백석초는 학교행사에서부터 공사업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주요 결정을 모두 교사들이 하고 있다. 아침 7시 30분에 시작해 8시 20분에 끝나는 아침독서활동 지도는 김 교장의 몫이다.
 
그는 아침에 학교에서 도시락을 먹은 뒤 전교생 51명 가운데 20명이 참여하는 독서활동을 지도한다.
 
교사들 또한 1교시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30분간 진행되는 아침 동아리활동, 오후에 시작되는 방과후학교와 계발활동 지도에 나서다보니 노동 강도가 무척 센 편이다.
 
"'아이,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행복한 학교’란 것이 우리학교의 교육 기본방향입니다. 하지만 아마 선생님들은 지옥일 겁니다."
 
김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날 만난 한 교사는 손사래를 쳤다.
 
"일하는 시간은 다른 학교보다는 훨씬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결정한 것을 하는 것이니까 불만은 없어요. 주인의식이란 게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죠."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한 노력
 
이틀 간 세 학교를 둘러본 뒤 찾아낸 공통된 모습은 △민주적인 의사수렴 △교장의 솔선수범 △수업하는 교장 △맞춤식 특별활동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사 발굴 △바람직한 수월성 교육 추구 등이다.
 
'수월성 교육'의 참뜻이 그렇듯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뒤떨어진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맞춤식 교육이 돋보인 학교들이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교장승진제도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자격증만 갖고 있다면 무조건 일선 학교에 내리꽂는 낙하산식 승진제도 대신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적격자를 뽑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교장공모제 시도는 이제 두 해째다. 막 첫걸음을 뗀 상태라는 것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던가. 시작하는 이들의 중압감을 이번에 만난 공모교장들의 얼굴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이들과 합심한 교사들의 노력으로 교장공모제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그날, 교장승진제도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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