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원 강릉시 모 고교에서 운동장 조회에 불참한 학생이 학생회장에게 맞아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학교 학생 500여명은 21일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 측의 사과와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며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해마다 일부 대학에서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며 인명까지 앗아가는 신입생 신고식 형태의 폭력도 위험수위를 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재수가 없어 사고가 났을 뿐이고, 선배가 후배 군기잡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라며 통과의례처럼 학교가 묵인하고 있는 점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니 반장이 교사를 대신하여 권한을 위임받고 급우를 때리는 경우가 있었다.
아침마다 교문에 도열해서 용의복장 검사를 하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동반하는 얼차려와 폭력이 가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몇 해전 상영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는 흘러간 옛 얘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학교에 만연한 폭력 문화는 사회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지만 역으로 학교 내의 일상적 폭력과 인권 불감증이 사회 폭력을 확대재생산해 온 건 아닌지 교직 사회의 자성이 필요하다.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 교내 집회 금지, 교내 휴대전화 소지 금지, 0교시 수업 등 일선 초·중·고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조치들이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는 결정을 내리고 해당학교에 정책 재검토를 권고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일선 학교의 반응은 냉담하며 학교 실정을 모르는 문외한들의 소리로 치부하기 일쑤다. 머리카락 길이와 학력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어떤 실증적 근거도 없는데 짧은 머리를 강요하고 범죄자처럼 핍박한다.
학교에서 교육 또는 사랑의 매를 빙자한 체벌과 폭언은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전교조 역시 정부 정책에 각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에 만연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척결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참교육은 구호가 아닐진대 2009년에는 전교조가 다른 사업 못지않게 학교 폭력 추방과 학생 인권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