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정권과 5공 군부독재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백주대낮 서울교육청에서 벌어졌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공정택발 교육말아먹기쇼의 후속판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근·현대사를 선택한 240여명의 고교 교장들을 불러모아 이미 채택한 교과서, 특히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한 120여개 고교에게 다른 교과서로 교체하도록 강요하는 집단얼차려를 실시했다. 교과부가 집필진에게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 교육감이 인사 대상자인 교장들을 모아놓고 충성서약 받듯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공 교육감의 행태는 조폭 두목이 무색하고, 교과협의와 학운위를 거쳐 채택된 교과서도 다시 교장이 뒤집을 수 있다고 설파한 교과부 국장과 교육청 관료는 조폭 행동대원에 견줄만하다.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조용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수구세력의 좌편향 시비를 빌미로 역사교과서 규탄에 앞장서더니 검정제의 취지와 절차를 송두리째 훼손하고 있다.
교과서는 교과부의 검인정을 통과한 다음, 각 학교의 교과협의회와 교장이 참석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채택된다. 그런데도 교과부 관료들은 자신들이 제정한 검인정 교과서 채택절차까지 무시하면서 이미 채택된 교과서를 교장들이 임의로 바꾸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날 공 교육감은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교장의 역할과 의지를 강조했지만, 교장들 입장에서는 교과서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금성교과서를 채택하면 모종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 같은 협박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사들 뒷바라지하며 버팀목이 되어야 할 교장들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동원해 희생양으로 삼고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시키는 작태는 중지되어야 한다. 교장은 교육감이 시키면 무엇이든 하는 존재가 아니며 부당한 외압에 저항하는 자율권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교장들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고 인격과 자존을 지켜줘야 한다. 무엇보다 교장을 총알받이로 삼아 밀어붙이는 교과서 강제 채택 만행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