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근현대사 특강 첫날인 27일에는 10개 고교에서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서울 성동여자상업고교 시청각실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배후론’을 제기해 비판을 산 바 있는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가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두 시간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유신시절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으며 1992년 안기부 특보 시절 훈령 조작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킨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대표는 시청각실을 가득 메운 취재진에 놀란 듯 “기자들이 많이 있어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조심스럽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지만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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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수능 특강이 이루어진 27일 성동여상 교실 표정 @교육희망 유영민 |
현재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한반도의 단독 정부 수립을 둘러싼 상황만 제시하고 있지만 그는 “해방 이후 남측만의 국가 수립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소련 공산당이 장악해 여러분도 지금처럼 번영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굶고 있는 북한 동포와 똑같이 됐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건국은 우리의 잘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북측이 중심이 되는 통일은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이고 남과 북을 아우르는 통일은 남한의 경쟁력까지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남측 중심의 통일을 완성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일부 의식화된 운동권 학생들만이 통일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신 시절에 대해서도 “전쟁이 끝나고 빠른 시간 내에 국가 발전을 추진하다 보니 갈등이 많이 생겼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겠지만 결단력 있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를 추진했다”는 등의 개발독재 옹호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는 상황에서 특강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윤수경 학생은 “학교에서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다보니 역사를 주제로 한 강의 자체는 새로웠다”는 원론적인 소감을 밝혔고 뒷자리의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잘 듣고 필기하란 말씀을 하시긴 했지만 졸려서 잤다”는 말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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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울지부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특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희망 유영민 |
전교조 서울지부 등 4개 단체는 이날 특강이 진행된 서울 성동여자상업고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냉전수구 세뇌교육인 역사왜곡 특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원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특정 근현대사 교과서 선정 배제를 요구했던 수구 꼴통들이 학교 현장의 반발로 여의치 않게 되자 강사로 나서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편협한 역사관을 가르치려 하고 있다”면서 “교단에서 그 같은 내용을 가르치고 싶거든 교과서를 집필하고 교과서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교로 들어서는 이동복 대표의 차를 막고 강의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수능 특강 강사풀을 구성한 뒤 강의 내용과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강사 연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상의 문제를 들어 아직도 연수를 열지 않고 있어 졸속 추진이라는 학교 현장의 비난을 사고 있다.



현대사 수능 특강이 이루어진 27일 성동여상 교실 표정 @교육희망 유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