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돈이 필요한 아이

아침에 지각을 한 두 아이에게 이유를 물으니, 학교에 오는데 돈을 가져오라는 '노는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돈이 없다고 하자, 학교에 가서 돈을 걷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돈을 요구한 아이는 학교에서 대표적인 문제아로 손꼽히는 애들과 어울리는 다른 학교 아이라고 했다.

 

"학생부와 지킴이 선생님께 말하자."

 

"다 소용없어요. 작년에도 조사만 하고는 그냥 아무 말도 없었어요. 그 누나들은 학생부나 지킴이 선생님도 안 무서워해요."

 

"그럼, 경찰에 고발할까?"

 

"전에 경찰에 미리 말했는데, 와 보고는 그냥 갔어요."

 

작년에도 십여 명이 정기적으로 돈을 걷어 이 애들에게 바친 일이 적발되었다. 그러나 후환을 두려워하는 학부모들이 고발자로 나서지 않았고, 학교가 고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교육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그 일은 조사만 하고 유야무야되었다.

 

이번에도 자신들의 발설 사실이 알려지면, 그들에게 맞을까봐 집 밖에 못 나다닐 거라고 했다. 그 누나들도 무섭지만 그 뒤에 있는 '노는 형'들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아이들은 아무 데도 의지할 데가 없다. 나로서도 무슨 대책이 있을 리 없다.

 

나는 아이들과 작전을 세웠다. 아이들이 수업에 안 들어오고 매점 근처에 있다가 걸려서 핸드폰을 빼앗기고 돈 가져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견한 것으로 상황을 연출했다. 아이들의 담임인 내가 전화를 걸자 그 아이는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왜 아이들에게 돈을 걷어오라했냐고 물었다.

 

"학교를 가려는데 차비가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의외로 순순히 사과를 했다. 차분히 따져 물으니 ㅅ고등학교 1학년인데, 어제 집에 못 들어가 학교 갈 차비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엄마는 따로 살고 아버지와 자신의 사이가 좋지 않다며,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네가 무척 어려운 형편이구나."

 

나는 돈 만원을 통장에 넣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고발하지 않았지만, 반복되면 금품갈취로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동생들에게 손벌리지 말고, 필요할 때 전화하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삼 천원은 나에게는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큰 돈이니까 말이다.

 

그 아이는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우리 반 아이에게도 전화를 바꿔달라하고 사과를 했다. 나는 통장에 돈을 넣어주고 문자를 보냈다.

 

"힘들고 어렵지만 착한 마음으로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언제든 급하거나 어려우면 연락해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줄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하트 모양의 그림이 답장으로 왔다.

 

우리 반 아이를 위해 한 일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애잔한 목소리가 마음에 남는다. 따뜻하게 지켜줄 어른의 등이 없어 외로운 아이들이다.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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