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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풀무학교 전공부가 생각이 났을까. 학교를 그만두고 거기에서 농사일을 배우는 한 젊은 선생님과의 만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분과의 대화에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 분과 생각이 달랐다. 나는 이 현실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나누는 구체적인 우정의 크기만큼은 우리 교육이 좋아진다고 믿고 있었다.
어쨌든 그 분은 자신의 믿음대로 존재를 걸고 농부의 길로 나섰다. 그런데, 나는 내 믿음의 대부분을 전교조 활동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지만, 이를테면 이번 위원장 선거를 보면서도 존재가 떨릴 만큼 괴롭지는 않은 것을 보니 진실한 사람은 못되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위원장 선거에 대해 몇 마디 하고 싶다. 선거 공보물을 아무리 읽어봐도, 누리집을 아무리 살펴봐도, 세 후보의 공약이 어떻게 다른지 좀처럼 구분이 되지 않는다. 11월24일자 <교육희망>에 실린 상호 토론문을 보니 조금 알 것 같다.
이 선거 구도는 공약이 아니라 세력의 차이로 이루어진 것을. 합법화 이후 세 명의 위원장을 배출한 세력 A와 두 명의 위원장을 배출한 세력 B가 서로 상대편 세력이 위원장을 맡던 시절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것을 보니 그 차이를 알 것 같고, 세력 A와 세력 C의 글을 대조해 보니 세력 C가 독자출마한 이유를 조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단순하게 환언해 보자. 전교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나는 끔찍한 경쟁과 가혹한 학습노동과 함께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중요한 화두는 바로 '빈곤,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 후보들의 선거 자료 어디에서도 이 문제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교육복지', '연대'라는 추상적인 말로 에둘러가지만, 과연 이 문제들이 그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지회 활동가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우리 전교조는 완연히 지쳐 있고, 안팎으로 큰 시련 앞에 놓여 있다. 세 후보 진영도 이를 결코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가 통 크게 단결하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랐고, 우리의 성과와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전교조 운동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실 말이지만 나는 아직 아이들이 좋고, 학교를 떠나 농부로 살아갈 용기가 없다. 이런 나에게, 자조와 푸념만이 아니라 작은 희망이라도 던져주는 선거가 되는 길은, 영영 틀려버린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