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반대 청소년 모임 say,no! 등 26개 교육시민단체들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부당징계 철회, 공정택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에 간 친구도 ‘OTL’적힌 답지 제출
오늘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에 나선 진 아무개 학생은 “일제고사에 반대하며, 징계당한 선생님에 대한 마음으로 검은 셔츠에 검은 타이를 하고 왔다”면서 “이 자리에 함께 나오지 못한 친구들도 백지 답안을 내거나 OTL을 적는 등 청소년의 선택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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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 청소년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희망 유영민 |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했던 중학교 3학년 따이루 군은 “청소년의 의지와 상관없는 교육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공정택 교육감이 청소년들의 분노 표출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이번 시험이 내신에 반영되지 않으니 경쟁이 아니라던 저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미 학교에서는 이 시험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내신에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교육감’, ‘입시지옥’, ‘무한경쟁’이 적힌 볼링 핀을 ‘일제고사 반대’ 공을 굴려 넘어트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7명 선생님을 위해 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여명의 일제고사 거부 청소년과 학부모 등이 참가했으며 12시 반부터 덕수궁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체험학습에 결합한 이들은 12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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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마친 학생들이 체험학습 장소인 덕수궁까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교육희망 유영민 |
한편 10시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빠져나간 뒤 한 학부모가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체험학습에 참가하기 위해서 경기도에서 왔는데 길을 잘 몰라 늦었다고 했다.
아이도 없이 체험학습에 온 이유를 묻자 “시험 보는 대신 가는 체험학습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선생님들을 잘랐는지 한 번 보러왔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체험학습 참가 인원이 많아질수록 교육 당국의 비상식적인 처사로 교단에 설 수 없게 된 선생님들이 힘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내가 아이를 데려오면 담임 선생님이 혹시 피해를 받을까봐 혼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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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도중 경찰이 아이의 손피켓을 뺏으려고 하자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교육희망 유영민 |
경기지역 대안학교인 산돌학교 서형준 교사도 “선생님 일곱분의 징계 과정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면서 그들 교사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는 ‘오답’이다.
덕수궁 등에서 체험학습이 진행되는 그 시간 등교거부 청소년 20여명은 배재학술지원센터에 모여 청소년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의 주제는 일제고사. 학생들은 ‘일제고사는 OOO이다’라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모둠별로 모여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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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체험학습 현장에 모인 학생, 학부모들 @교육희망 유영민 |
“일제고사는 밀려 쓴 답안지야. 바꾸고 싶잖아”
“일제고사는 대문이야. 발로 차고 싶거든.”
“일제고사는 학생주임이다. 보기만 해도 짜증나잖아.”
“일제고사는 오답이야. 잘못됐으니까, 고치고 싶으니까.”
“일제고사는 블랙홀이지. 청소년에게 필요한 모든 걸 다 빨아들여 없애버리거든.”
토론에 참여한 중학교 2학년 백 아무개 양은 “우리는 일제고사를 보기 싫다고 말해왔지만 누구도 들으려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일은 등교거부 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의 압력이 두렵지 않았냐는 말에 “저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어려운 선택을 했고 용기를 갖고 나왔다”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상식도 안 통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토론한 내용으로 손 피켓을 만들어 4시 집회에 사용했다.
검은 옷 교사도 뿔났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2시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15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 부당징계 규탄! 일제고사 중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일곱분의 교사를 외롭게 둘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기자회견을 제안했고 함께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김재석 청양고 교사는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교육감은 좌파 정권 10년 동안 우리 교육이 좌편향 되고 하향 평준화 됐다는 말로 진실을 호도하고 하루아침에 무한경쟁시대로 돌리려 하고 있다”면서 “소위 말하는 명문고 출신 공 교육감은 한 문제 틀리면 한 대 때리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는 것”이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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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150여명의 교사들이 부당징계 철회!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교육희망 유영민 |
“일제고사 응시 여부를 묻는 학부모 편지를 보내고 시험감독도 거부했다”는 상암중 진영효 교사는 “처음엔 시험 안 보겠다는 아이가 4명이었는데 자기 때문에 선생님이 잘리면 안 된다고 오늘 시험을 봤다”면서 “징계를 맞지 않는 것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제고사'와 '부당징계'가 적힌 검정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부당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출하려 했으나 교육청 문을 굳게 닫은 경찰과 한참동안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 길섶에서 촛불문화제가 펼쳐졌다. 이날 전교조 소속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초중고 학생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전체 참석자는 500여 명이었다.



일제고사 거부 청소년들이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희망 유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