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선생님, 방학식 했으니 개학식도 해야죠.”

[현장] 대학서, 거리에서 ‘해임 교사’와 ‘제자들’ 특별한 방학식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학대학원 생활관 현관에는 이렇게 쓰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설은주 샘과 함께 하는 방학식, 축하해요~’

이를 본 한 교사는 “당연히 담임선생님과 함께 해야 하는 방학식이 지금은 축하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1주일 만에 만난 설은주 담임선생님과 28명의 아이들

설은주 서울 유현초 교사와 6학년2반 아이들이 지난 24일 다시 만났다. 교실이 아닌 가까운 대학 강의실이었다. 이들은 이날 함께 방학식을 했다. 최대현 기자

서울 유현초 6학년2반 담임선생님인 설은주 교사와 28명의 제자들이 다시 만났다. 해임통보서를 받고 짧은 만남을 한 지난 17일 이후 꼭 1주일 만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난 곳은 1년 동안 몸을 부대낀 교실이 아니었다. 교실에서 500m 떨어진 대학원 생활관의 강의실이었다.

이날 오전 학교에서 첫 번째 방학식을 한 28명의 아이들이 두 번째 방학식을 위해 모두 이곳을 찾은 것이다.

2반 한 학생은 “이곳이 진짜 방학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서둘러 강의실로 들어갔다.

아이들 앞에선 설은주 교사는 “제일 걱정하는 건 이번 일로 너희들이 미래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놓치게 될까봐”라며 “사실 이상한 세상이고 어이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못하게 있으면 뉘우치고 틀린 게 있으면 고치려는 사람들도 많아. 힘들 때 손 내밀면 잡아주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는 것은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너희들이 정말 멋지게 방학을 잘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숙제를 제안해 본다”고 말했다.

설은주 교사가 내 준 숙제는 △‘일제고사부터 선생님의 해직까지, 이 모든 일이 나에게 준 것’이란 주제로 글쓰기 △초등학교 마지막 방학 졸업 전 꼭 해보고 싶은 일 실천하기 △책 꾸준히 읽기 등이다.

설은주 교사는 아이들 한명한명과 사진을 찍었다. 최대현 기자

‘숙제’ 얘기가 나오자마자 “선생님 미워할 꺼예요”, “선생님 나빠요”, “안하면 벌 받아요?” 등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생님에게 전했다.

이승연 양은 “몇일 동안 선생님과 수업을 같이 안 하고 선생님과 같이 안 계시고, 선생인과 같이 많은 추억들을 못 만들게 되어서 너무 섭섭하고 너무 우울하네요”라며 “방학동안에 선생님이 내 주신 방학숙제는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좋은 숙제 할께요. 선생님!!!! ♡해여~ 설토끼!!! 예~”라고 썼다.

설은주 교사는 “좋은 어른들도 많지만 혹시 모른 나쁜 일에 대비해 바깥 외출할 때엔 가족들에게 어디 가는 지 꼭 말하고 나서고, 춥다고 방안에 콕 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면 사람 이상해진다. 바깥에도 나가 놀이도 즐겁게 하길 바란다”며 “우리 학교 교문 쪽 운동장은 음달이어서 눈만 제대로 오면 겨울내내 빙판이야. 썰매라도 만들어서 즐겁게 놀아봐요”라고 당부했다.

“선생님을 구하러 촛불시위에도 나갔다”는 진영호 군은 “선생님, 방학식 했으니 개학식도 해야죠”라고 장난 어린 말투로 강조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2시간30분 동안 마술과 연극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설은주 교사는 아이들 한명한명과 사진을 찍었으며 아이들은 선생님이 선물한 책에 사인을 받았다.

한 아이가 쓴 크리스마스 카드와 담임선생님과 찍은 사진. 최대현 기자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에게 사인을 받았다. 부당징계 철회, 일제고사 반대 라고 적힌 리본을 달았다. 최대현 기자

거원초 학부모 “매년 박수영 교사가 담임 되길 바랬는데”

서울 거원초등학교에 근무했던 박수영 교사도 이날 아침 자신이 담임인 6학년9반 아이들과 학교 정문 밖에서 짧은 길거리 방학식을 했다.

학교 안에서 첫 번째 방학식은 한 아이들은 좀처럼 박수영 교사를 놓아주지 않았다. 박수영 교사는 “방학 잘 보내요. 안녕”이라는 말을 6~7차례나 해야 했다.

최우준 군은 “영어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방학식을 했는데 지금 현실이 이렇지만 영원한 담임선생님은 박수영 선생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선생님이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꼭 돌아올꺼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수영 교사는 “열심히 놀고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자기 생각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며 “빨리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과 격의 없이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거리 방학식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박수영 교사.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최대현 기자

박수영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지난 19일부터 방학식 전날까지 길거리 수업을 진행하는 등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다.

학부모들은 “너무나 좋은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박수영 선생님 담임교사가 된 적인 한 번도 없었다는 한 학부모는 “매년 박수영 선생님이 우리 아이 담임이 됐으면 하고 바랐다”며 “아이들이 선생님이 청소하고 우리는 도와주는 거라고 얘기할 정도록 그만큼 아이들을 생각하고 열정적인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왜 내 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역시 “박수영 선생님은 초등학교에 없어서는 안 된 교사”라며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직접 밖으로 나와 아이들이 살아있는 수업을 하도록 하고 체육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주저앉아 아이들 눈높이에서 수업을 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해임 통보가 된 뒤부터 매일 60~80여명이 학교 앞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했으며 돗자리와 차 등을 준비하는 등 박수영 교사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딸이 9반이라는 정선숙 씨는 “꼭 돌아오시게 만들겠다”고 짧게 말했다.

박수영 교사와 30명의 아이들이 1년 동안 함께 지낸 6학년9반 교실에는 그 흔적이 여전하다. 최대현 기자

아이들이 본 박수영 교사. 거원초등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최대현 기자

아이들은 교실 앞문에 선생님을 교실로 라고 써서 붙혀놨다. 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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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주 , 방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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