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화여중이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한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한 29일 오전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가 거리로 나와 징계 중단을 촉구했다. 당초 학교 앞에서 모이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집회신고를 하고 경찰을 불러 건너편 반포초 앞에서 모였다. 최대현 기자 |
“선생님은 단 한 번도 시험을 보지 말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다 우리가 스스로 했어요. 정말 선생님을 내쫓는다면 전학 갈지도 몰라요. 선생님 수업은 우리학교에서 최고예요. 후배에게 영승쌤 수업 꼭 받게 할래요.”(서울 세화여중 2학년 이 아무개 양)
지난해 10월 진행된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알려준 서울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가 강행되는 가운데 29일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와 ‘부당징계 철회’를 호소했다.
경찰차에 둘러 쌓인 세화여중 정문
오전 10시경 서울 세화여중 길 건너편 반포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세화여중 부당징계 중단 촉구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 결의대회’에 방학 중임에도 이들을 포함해 동료 교사, 주민 등 25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은 세화여중이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준을 결정하기로 한 당일이었다. 당초 결의대회를 세화여중 정문 앞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학교측이 미리 집회신고를 내면서 반포초 앞에서 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세화여중 정문 주변은 전경버스 8대 등 경찰차로 둘러 쌓여 있었다.
3학년이라고 밝힌 박 아무개 양은 “선생님이 이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이렇게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셨다는 것이 너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김영승 선생님은 저희 곁에 계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2학년에 다니는 딸을 둔 은수진 씨는 “지난 해 11월 가정통신문을 보고서야 7분의 공립학교 선생님과 함께 사립학교 교사가 내 딸이 다니는 세화여중에 속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밝히며 “그 가정통신문에는 시험을 보지 않으면 무단결석 처리라는 등 거의 협박 수준이었다. 시험을 안 볼 권리도 없는 이 나라는 도대체 뭐냐. 교육부와 학교의 뻔뻔함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도 그 때 아이들이 ‘이 시험 왜 봐요?’, ‘꼭 봐야 해요?’라고 물었을 것이고 선생님은 너희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하라고 답했을 것이다. 이게 선생님의 소신이고 교육자의 모습이다”며 “선생님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질문도 받지 않길 바란다면 국내 선생님들 다 몰아내고 EBS틀어놓고 가르쳐라. 왜 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찍어누르나”고 은수진씨는 되물었다.
은수진씨는 “용산 참사에서 보듯이 약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무시하는 행태를 우리 딸이 배우게 될까봐 정말 두렵다. 중징계는 정말 극악무도한 사람들만 받는다는데 아무리 들어다봐도 징계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백지답안 등은 학생 스스로 했다. 선생님이 징계를 받는다면 자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죄책감을 평생안고 살아갈 것이다. 세화여중은 교육청과 정부 눈치 보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 눈치를 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학년에 다닌다는 이 아무개 양은 “선생님이 쫓겨날까봐 설 연휴 때 친척들까지 모두 40여명에게 탄원서를 받았다”며 “정말 우리가 했어요. 저항하는 의미로 우리가 했다니까요. 백지를 쓴 애들도 있고 저는 일부러 답을 비켜 썼어요”라고 말했다.
학교, 교육청과 정부 눈치 말고 학생과 학부모 눈치 봐라
김영승 선생님처럼 좋은 선생님을 잃지 마십시오. |
2시간이 조금 넘는 결의대회 동안 몇몇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서명을 받아 모은 탄원서 묶음을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한 학부모는 “정말 말도 안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야겠다”며 탄원서를 한 아름 들고 가기도 했다.
김영승 교사 동료 교사인 이학균 교사는 “어제까지 1500장이 넘는 탄원서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2001년 2월에 세화여중을 졸업한 조은송 씨는 “옆 반 선생님이셨는데 수업과 청소, 조종례 정도만 하는 다른 선생님과 달리 김영승 선생님은 아이들과 밥 비벼먹고 옥상에서 삼겹살도 구워먹는 등 모습을 보여줘서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고 떠올리며 “김영승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른 방면의 교육을 한 것이고 이게 징계 여부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승 교사는 이날 예정된 교원징계위 출석을 하지 않았다. 김영승 교사는 “인사위원회와 이사회 등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자료가 너무 부실했다”며 “관련 자료를 더 추가해 놨다. 이를 검토한 뒤에 출석 여부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영승 교사는 “징계를 내리려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조용히 학교에서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고 말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어쩌면 마지막이 돼서라도 힘 없는 자라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르치고 참지 않고 저항해서 옳은 것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이고 교사인 이유”라고 얘기했다.
참가자들은 “획일적인 성적 줄세우기 시험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올바른 판단과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김영승 선생님에 대한 징계는 결국 교사의 양심을 억누르고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며 “이는 ‘밝은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나라를 위해 충성하자’고 삼십년을 교훈삼아 외쳐온 세화의 명예를 스스로 더럽힘은 물론 재단 스스로 교육의 대의를 저버린 반교육적 집단임을 드러내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화여중 어떤 결정 내릴까 주목
결의대회 도중에도 세화여중 학생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과 강남촛불,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강남동지회 등 9개 단체로 꾸려진 세화여중 김영승 선생님 징계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현재 진행하는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탄원서를 받는 한편 징계 철회가 되지 않을 때는 학교 앞 농성도 할 수 있다는 계획이어서 세화여중의 결정이 주목된다.
이날 세화여중은 김영승 교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기로 했던 교원징계위를 연기했다.
학교 안팎에서는 다음달 9일이 세화여중 개학날이어서 늦어도 다음 주중 다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세화여중이 일제고사 선택권을 보장한 김영승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한 29일 오전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가 거리로 나와 징계 중단을 촉구했다. 당초 학교 앞에서 모이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집회신고를 하고 경찰을 불러 건너편 반포초 앞에서 모였다.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