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만이었다. 지난해 12월 징계통보서를 받고 쫓겨나듯 떠밀려 교문 ‘밖’으로 나온 뒤 처음으로 다시 교문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윤여강 교사는 상기돼 있었다.
3일 아침 서울 광진구에 있는 광양중학교.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이날 아침 일찍 교문 ‘밖’에서 아이들을 만나고서 동료교사들이 학교측에 요구해 잠깐 방문을 허락받았다.
자신이 담당했던 3-1반은 교문에서 가장 가까웠다. 건물 오른쪽 현관문을 지나 계단을 1층 오르면 바로 자신의 반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잘 지내지?”
복도에 들어서자 다른 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아이들에게 윤 교사는 여전히 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1반인 김 아무개 양은 “너무 멋있고 자상하면서도 또 잘못했을 때는 굉장히 무섭게 혼내는 선생님이예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잘 가르치고 가장 좋은 선생님이세요”라며 “선생님, 졸업식에도 꼭 오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역시 1반인 서동규 군은 “선생님이 너무 반갑다”며 “2개월 전과 똑같다. 변함이 없다. 징계는 너무 잘못됐다”고 잘라 말했다.
교실에 발을 들여놨지만 아이들과 윤 교사는 눈인사 정도만 하고 이내 나와야 했다. 윤 교사를 대신하는 임시 담임교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여강 교사는 “좋아요. 너무 좋아요. 쫓겨나고는 학교 건물이 끔찍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다시 들어오니 해직된 거 같지 않네요”라며 “졸업식까지 매일 와야죠. 3월에도 출근할까 봐요. 이렇게 좋으니. 전 여기 있어야 하나 봐요”라고 말했다.
윤 교사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국가 수준 일제고사를 학생들이 직접 볼 지, 안 볼 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12월17일 최종 ‘파면’됐다.
그 뒤 2달여 동안 윤 교사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과 함께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는 한편 서울시교육청 앞 철야 농성을 진행하는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 왔다. 이 날도 10여명의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이 윤 교사와 함께 했다.
윤 교사는 오는 6일 진행될 졸업식에도 ‘담임교사’ 자격으로 참석을 요구할 계획이다.
졸업식날 ‘담임교사’로 참석할 것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해임된 설은주 교사(서울 유현초, 왼쪽에서 세번째)가 개학하는 지난 2일 손피켓을 들고 아이들과 만났다. 설 교사 옆에서 한 학생이 함께 했다. 최대현 기자 |
이에 앞서 윤 교사와 같은 이유로 파면, 해임된 6명의 서울 초등학교 교사 역시 지난 2일 소속 학교 개학날에 맞춰 모두 교문 ‘밖’에서 아이들을 맞이했다.
‘해임’된 설은주 유현초 교사도 2일 손피켓을 들고 다시 교문 앞에 섰다. 아이들이 원했던 ‘개학식’을 하진 못했지만 개학하는 날 서로 얼굴을 봤다.
설 교사가 담임선생님인 한 학생은 ‘설은주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손피켓을 함께 들고 있었다.
이 학생은 “선생님이 너무 좋다”고만 수줍게 말했다. 설은주 교사는 “다시 이렇게 학교 앞에 서니 꼭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설 교사를 포함한 6명의 교사는 오는 13일 경 있을 졸업식까지 매일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졸업식에도 함께 할 계획이어서 학교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주목된다.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해임된 설은주 교사(서울 유현초, 왼쪽에서 세번째)가 개학하는 지난 2일 손피켓을 들고 아이들과 만났다. 설 교사 옆에서 한 학생이 함께 했다. 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