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했는데…” 해직교사 글썽
“선생님, 꼭 우리 반창회 해요.” 학생들 약속

[현장] 6일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와 ‘제자’ 특별한 졸업식
선생님, 한 명 한 명에 직접 쓴 편지와 책 등 졸업선물
학생들, 함께 찍은 졸업사진과 풍선에 “사랑해요. 꼭 돌아오세요”

일제고사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로 파면된 서울 광양중 윤여강 교사가 6일 졸업식에 참석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껴 안으며 졸업선물을 줬다. 최대현 기자

“대정, 선생님 한 번 안아줘.”
“영호, 도서관에만 너무 있지 말고 문자 많이 보내줘서 고마워.”

‘담임선생님’은 1번부터 자신의 반 33명의 ‘제자’를 차례차례 불렀다. 이렇게 교탁에서 아이들을 불러본 지가 꼭 52일만이다.

앞으로 나온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선생님은 직접 쓴 편지와 책, 그리고 자신의 캐리컬쳐가 그려지고 급훈인 ‘굴복하지 않는 삶을 살자’라고 적힌 손수건을 손에 쥐어주었다. ‘졸업선물’이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꼭 안았고 꽃다발을 품에 안겨줬다.

52일 만에 ‘졸업식’에서야 만난 담임선생님과 제자들

6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양중학교 3학년1반 교실.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파면’돼 52일 동안 거리의 교사였던 윤여강 교사는 자신이 지난 1년간 학생들과 부대꼈던 교실에 있었다.

윤 교사를 포함한 7명의 교사를 해직시킨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시교육청이 해당 학교장에게 졸업식 참석을 ‘허락’했다.

교실은 그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교탁 위에 붙어있는 ‘3학년1반 자리배치’ 표에도 담임 이름은 ‘윤여강’ 교사였고 교실 앞 벽에 붙어있는 ‘고마우신 선생님’ 표에도 국사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한 학생이 윤여강 교사가 직접 쓴 편지를 바로 읽고 있다. 최대현 기자

그러나 학교 전체 졸업식이 끝난 뒤 부담임으로 임시로 담임을 한 오 아무개 교사에 이어 마지막에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었다.

“떠나보내는 슬픔 보다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방학 전에는 졸업식에 못 올 줄 알았거든... 약해질 때도 있었지만 더욱 꿋꿋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게 무엇보다 가슴이 아픕니다...”

윤 교사가 울먹였다. 윤 교사가 얘기하기 전까지 자리에 앉아있던 뒤쪽의 학생들은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윤 교사의 모습을 담았다.

윤 교사 뒤로는 학생들이 직접 불어 만든 노란 풍선과 단체졸업사진 전지가 칠판을 붙어 있다.

풍선과 전지에는 저마다의 글씨체로 ‘영원한 우리들의 선생님 Forever♥’, ‘선생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보고싶을꺼예요. 못한 말이 많네요. 연락드릴꺼예요. 연락드릴께요.’, ‘절대 동안 여강선생님! 파이팅’, ‘돌아오세요^_^’ 등이 쓰여있다.

김신정 양은 “선생님이 졸업식에 오실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어제 오전에 반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며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어제 나눠줘서 오지 않아도 되는데 선생님 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1반 학생들은 이날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받지 않았다. 윤 교사가 준 졸업선물이 이날 받은 유일한 것이었다.

한 교실, 두 담임. 파면 되기 전 3학년1반 담임 교사와 파면 뒤 임시 담임 교사가 나란히 서 있다. 최대현 기자

졸업식 하루 전 졸업장과 졸업앨범 미리 나눠 준 학교
졸업앨범에는 윤여강 교사를 ‘전 담임’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첫 장에는 지난해 5월 윤 교사와 학생들이 찍은 졸업단체사진이 실려 있다.

선생님의 쓴 편지를 읽던 김 아무개 양은 “여강 쌤이 직접 나눠주는 걸 받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미리 나눠준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윤여강 교사는 ‘강하면서도 따뜻한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한솔 양은 “친한 친구들과 싸우고 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꼭 불러서 상담을 하셨다. 그 정도로 우리 반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이 있으셨고 많은 얘기를 하셨다”며 “다른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뭐라고 할 때 가장 싫다고 말씀하셨을 때 감동이었다”고 떠올렸다.

이한솔 양의 어머니인 김문자 씨도 “한솔이가 엇나가려고 하고 가끔 학교에도 안 갈 때 꼭 전화하셔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시고 했다. 이런 선생님을 처음이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서 참.(한숨) 너무 슬프고 꼭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직접 윤 교사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윤 교사 손을 맞잡고 힘내라고 격려한 이 반 학부모 김민선 씨 역시 “언제나 아이들 상처를 어루만져주셔서 우리 반에는 왕따가 없다”며 “사춘기에 삐뚤어 나갈 수도 있는 아이들을 잘 융화시켰다. 이제껏 9년 동안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이런 선생님들 본 적이 없다. 최고다. 이런 분이 왜 학교를 떠나야 하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도 윤여강 교사와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을 찾아 윤여강 교사를 격려했다. 최대현 기자

학생과 학부모 “강하면서도 따뜻한 최고의 선생님... 왜 떠나야 하나”
50여분에 걸쳐 윤 교사는 모든 아이들과 안으면서 마지막을 함께 했다. 그리고 이를 학부모와 동료교사, 지역주민, 격려하러 온 함께 해직된 5명의 교사가 말없이 이를 지켜봤다.

윤 교사는 “제가 책을 많이 읽지 않아 독서지도를 못한 것이 많이 미안하다. 그래서 마지막 선물로 책을 골랐다”면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쉽기는 하지만 마지막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아이들과 꼭 다시 만나야지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반창회를 꼭 하자”고 약속했다.

“우리 삶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 우리 모두 굽히지 말고 당당한 사람이 되자”고 교실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윤 교사의 목소리를 가늘게 떨렸다.

아이들과 짧은 만남을 한 윤 교사는 “해직교사에 대한 징계가 부당한다는 것을 알려나가는 것과 동시에 오는 3월에 있을 일제고사에 대한 문제점도 알려나가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윤 교사와 함께 해직된 5명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오는 13일 졸업식에 참석해 또 다른 특별한 졸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사들은 그 때까지 학교에 출근하면서 계속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졸업식이 열리기 전 이날도 지역주민 등 20여명은 윤여강 교사에 대한 탄원서를 받았다. 광양중 학생들이 서명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졸업식에 참석헤 자신이 담임이었던 3학년1반 교실로 들어간 윤여강 교사가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한 언론사 비디오 카메라 액정에 잡힌 윤여강 교사 모습. 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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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강 , 광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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