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치러진 국가 수준 일제고사의 성적이 조작된 정황이 전국 곳곳에서 확인돼‘일제고사 폐지’ 여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26일 서울시교육청과 해당학교 교사들이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학교법인 염광학원이 운영하는 서울 염광중학교에서 2학년2반 담임을 맡은 황철훈 교사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 중이다.
지난 23일 황철훈 교사는 학교측으로부터 조사요청서를 받았다. 조사요청 주된 이유는 ‘2008년 12월23일 학력평가 거부 유도’였다.
서울 염광중학교에서 2학년2반 담임을 맡은 황철훈 교사가 지난해 12얼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글에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결정한 회신서. |
황 교사는 지난 해 12월23일 중학교 1, 2학년 대상 전국 일제고사가 진행되기 전 35명의 2반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담임편지를 보내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황 교사가 보낸 편지글에는 “부모님들과 자녀의 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이미 학교에 시험을 보지 않길 희망하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 운영을 요청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며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은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존중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상의한 뒤 시험 참여 여부를 결정했다. 그 결과 최종 5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고 답했다. 그리고 5명의 학생은 당시 시민단체가 진행한 체험학습에 함께 했다.
시험에 참여하지 않기로 정한 한 학부모는 황 교사에게 보낸 글에서 “구시대의 잔재인 일제고사를 부활해 성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줄 세우고 상류충 우위의 세상을 정착시키려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되는 군요”라며 “아이들과의 진지한 토론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결정되어진 선택은 무척이나 소중한 것임을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머지 30명의 학생 가운데 몸이 아파 시험을 보지 못한 2명을 뺀 28명의 학생들은 예정대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룬 한 학생의 학부모는 “선생님 깊으신 생각 공감합니다”면서도 “그라나 선생님 혹시나 저희반만 반대하고 나오시면 선생님께 불이익이 돌아갈까 염려가 됩니다. 저는 선생님 같으신 분은 오래오래 강단에 계시면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시고 가르쳐 주시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라고 황 교사에 보낸 글에 적었다.
학교측은 이를 문제 삼고 있다. 지난 25일에 진행된 조사에서도 학력평가 거부를 유도한 것이 아닌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학교측의 이같은 조사는 서울 북부교육청이 두 차례 감사를 벌인 뒤 지난 16일 경에 재단쪽에 중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파면’ 된 김영승 교사(서울 세화여중)의 징계 과정과 동일하다.
서울 북부교육청 한 관계자는 “지난 해 10월 벌어진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 7명의 교사에게 적용된 지침을 적용했다”며 “그냥 둘 수 없었다”고 확인했다.
황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그리고 국어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시험을 보면 ‘악’이고 시험을 안 보면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절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한 부분을 남들에게 존중받는 것도 공부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조작 등으로 일제고사의 폐해가 드러났는데도 모리배처럼 지침에 그대로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처리하겠다는 발생 자체가 막장 사립과 교육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씁쓸히 웃었다.


서울 염광중학교에서 2학년2반 담임을 맡은 황철훈 교사가 지난해 12얼 일제고사를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글에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결정한 회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