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돈벌이 학교, 국제초, 학교민영화
“공교육을 시장에 내놨다”

제주특별법 개정안 왜 문제 인가, 경제자유구역에도 적용될 땐 전국화 초읽기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이 합의해 3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제주특별법)’에서 교육 부분은 △영리법인도 학교 설립 허용 △학교 위탁 운영 가능 △국제초등학교까지 도입 등 3가지가 주요 내용이다.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과 관련해서는 법189조6항 국제학교 설립자격에 ‘이 법, 다른 법령 또는 외국의 법령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도조례를 정하는 법인’으로 명시했다. 설립하는 법인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사상 처음 영리법인도 학교 설립 허용

법안을 검토 보고한 노재석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상법상 주식회사 등 영리법인이라도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풀이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도 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연희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학교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원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학교를 시장으로 맡기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00학교 주식회사가 등장해 코스닥에 상장되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익금을 남겨서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조 집행위원장은 내다봤다.

노재석 수석전문위원 역시 검토보고서에서 “영리법인의 과잉 영리추구에 의한 교육의 공공성 내지 질적 수준의 저하”를 우려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 수석전문위원은 승인 절차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감이 승인하거나 장관이 직접 승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결국 법에는 단서 조항으로 교과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 승인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국제중 이어 국제초 까지 설립

또 국제중학교를 넘어 한국 초등학생이 다니는 국제초등학교가 처음으로 들어서게 됐다. 법189조의4항(국제학교 설립 등)에 ‘국제학교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과정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국제초 운영 법인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영어몰입교육 등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국제중 설립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국제학교가 이제 초등학교까지 내려 온 것이다. 교육시민단체는 지난해 나온 영어교육도시조성계획 자료를 바탕으로 국제초 등록금을 최소 연 3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환웅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서울 국제중에 이은 또 다른 형태의 귀족학교이며 대부분의 제주 학생과 서민들은 넘볼 수 없는 부자들만의 학교”라고 규정하며 “초등학생 단계는 우리말을 바르게 배우도록 하는 것과 감성과 도덕성, 창의력과 사고력 향상이 훨씬 더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초등학교 단계의 국제학교 설립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학교를 민간 기업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내용도 교육단체가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법189조의8항에 있다.

학교를 민간 기업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니

이성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미국의 경우에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차터 스쿨이나 에디슨 스쿨과 같은 아카데미들이 주가폭락, 주가조작, 성적 조작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며 “민간 위탁 기관에 대한 제한이 없어 영리법인이나 개인에게도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가운데 하나였던 ‘이익금 송금’에 해당하는 조항은 빠졌다. 당초 법189조12항(회계처리)에 있던 ‘학사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도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제학교법인의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없앤 것이다.

송경원 진보신단 교육담당 정책연구원은 “영리법인이 돈벌이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과실 송금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영리법인의 요구에 따라 어떻게든 허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교과위)이 행정안전위에 제출한 의견이 이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 의원은 “영리법인의 국제학교 설립을 허용한다면 그 입법취지에 맞게 과실송금의 예외적·제한적 허용조항은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영리법인 설립 허용과 과실 송금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애기다.

이같은 비판 때문인지 국회 행정안전위는 “영리법인이 국내에 학교 설립시 제주특별자치도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에 한해 시범운영하되 정부는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추후조치는 시범사업 평가결과에 따라 정책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기로 한다”는 부대의견을 끼워 넣었다. 제주도만 제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의견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나라당과 합의해 법을 통과시킨 민주당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영희 민주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이것은 제주도에 한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으로 확산돼 전국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짝짜꿍’ … 궁색한 변명

이미 교과위에는 제주특별법과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올라와 심의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전국 13개 지구의 경제자유구역에도 영리학교를 세울 수 있게 된다.

국민들은 전교조와 교육단체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맡겨 지난달 24일과 25일 양일간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에게 제주 영리학교 설립 추진에 대해 물은 결과를 보면 ‘반대’가 56.9%로 찬성(38.5%)보다 20%p 가까이 높았다.

그런데도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에 지난 2월10일 법안을 상정한 뒤 한 달도 안 돼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공교육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제주지역 28개 시민단체가 뭉친 교육공공성강화와 교육복지실현을 위한 제주교육연대는 지난 4일 성명으로 “영리법인에 의한 국제학교의 설립이 공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은 없는 교육이야 어찌 되었든 눈 앞의 경제적 이윤 창출에만 혈안이 된 채 또 한번 교육시장화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만을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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