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장관님 교육학 기본서는 보셨나요?"

평가에 대한 신화는 조작된 이데올로기
-일제고사의 대안은 평가에 대한 교육학적 접근입니다-

지난 2월 19일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교육개혁을 위한 핵심과제'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그 자리에서 안 장관은 "평가없이 학생들의 성취도가 향상되기 힘들다.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야 말로 '학교정보공시제'와 더불어 우리 공교육을 내실화하게 될 가장 근본이 되는 정책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교과부와 보수언론의 일제고사 주장에 대한 허구성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파헤쳐 본다.
 
일제고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가운데, 지난달 23일 교육 당국의 성적 조작 파문이 확산되자 전교조가 관련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고 있다. 유영민 기자minfoto@paran.com


일제고사가 아니라 학업성취도 평가라고 우기는 무식함

일제고사를 두고 명칭에서부터 논란이다. 교과부와 한나라당은 한사코 일제고사가 아니라 학업성취도평가라고 우긴다. 참으로 무식한 발언이다.
 
일제고사는 평가의 방식에 따라 붙인 이름이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평가 내용과 목적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구분 기준이 다른 것인데 한사코 일제고사가 아니고 학업성취도 평가라고 억지를 부린다. 이를 테면 민주주의의 반대말을 공산주의라고 가르친 저 무식한 군사독재정권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평가 목적에 따라서 붙인 학업성취도 평가도 평가 방식이 같은 날 같은 문제로 평가하는 전수방식이면 일제고사이다. 반대로 평가 방식에 따라 이름 붙여진 일제고사도 평가 목적이 학생들의 교육 목표 성취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라면 학업성취도 평가가 되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제고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일제고사도 학업성취도 평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지난 해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학업성취도 평가는 분명히 일제고사가 맞다.
 
이야기가 옆으로 갔다. 평가의 종류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이런 것이다. 교육학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세상에는 많고 많은 종류의 평가가 있다.
 
평가 목적에 따라서 선발고사, 배치고사, 성취도 평가, 진단고사 등이 있고, 평가 내용에 따라서 결과평가가 있고, 수행평가같은 과정평가로 나뉘어질 수도 있다. 평가 참여 대상의 선정 방식에 따라서 전집평가가 있고, 표집평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문제의 유형에 따라서, 또는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 따라서 또 여러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평가에 대한 신화 : 평가는 옳고 등수 매기고, 보상 또는 제재하는 것?
 
세상에는 이런 수많은 평가가 있는데 교과부와 보수언론의 논리 속에 흐르는 원칙 같은 것이 있다. "평가는 선이다. 평가는 반드시 등수를 매긴다. 그리고 평가뒤에는 반드시 보상과 제재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그들만의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대학입학시험과 이번 일제고사이다. 이런 자신들만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교원평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일제고사 식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정당하다고 우긴다.
 
그러나 이런 원칙들은 교육학 개론서 어디에도 없는, 그들이 악의적으로 만들어낸 평가에 대한 잘못된 이데올로기일뿐이다. 평가에는 선한 평가가 있는 것처럼 악한 평가도 있다. 등수를 매기는 것이 필요한 평가보다 그렇지 않은 평가가 더 많다. 그리고 보상과 제재를 위한 평가보다 이런 것이 필요없고 오히려 수업 개선과 학생들과의 피드백을 위한 것(소위 교육학에서 말하는 Washback-effect)가 목적인 평가가 더 많다. 교과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평가가 대표적으로 등수를 매길 필요가 없는, 피드백이 목적인 유형에 속하는 평가이다.
 
우리의 뇌리에 너무나 강하게 뿌리박힌 평가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입시험 또는 고입시험과 같은 선발고사이다. 꼭 필요하고, 등수를 매기고, 보상이나 제재가 뒤따르는 대표적인 평가가 선발고사이고, 그 선발고사의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수능이다. 이 대입수능을 모든 평가로 일반화시키면서 발생한 문제가 바로 현재의 일제고사 파동이다. 선발고사는 그 기관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선발고사에서는 등수를 매길 수밖에 없다. 그 등수에 따라서 보상과 제재가 이루어지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는 선발고사가 아니다. 평가 목적과 내용이 완전히 다른 선발고사와 학업성취도 평가를 혼동하면 안 된다.

 
일제고사의 대안?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령대로 하면 된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의 수준을 파악하고 학력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과부와 보수언론은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 다른 나라처럼 학업성취도 평가를 샘플(표집평가)로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낮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활용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이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별, 학교별, 지역별 성취도 결과 공개를 금지하면 된다.
 
학업성취도 분포 경향과 원인분석만 이루어지면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은 수업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가 제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교사에게 맡기면 된다. 가르친 교사가 배운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평가의 대원칙이고 , 그것이 가장 정확한 평가라는 것은 교육학의 기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령대로 샘플로 시행하여 성취도 분포 경향성과 원인 분석에 따라서 학력미달과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면 된다. 그리고 개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사들에게 맡기면 된다. 이것이 교육학 기본에 나오는 평가의 본령이고, 바로 일제고사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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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평가 ,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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