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적지 않은 학교가 영어 듣기평가 파일을 일제고사 해당 학년 교사들에게 미리 배포해 문제가 외부로 알려질 상황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실전 답안지 사본으로 OMR마킹 연습, 이 과정에서 국어 1문제 유출
서울 한 학교가 일제고사 보기 전 아이들에게 나눠줘 연습한 국어 답안지(위)와 31일 진행한 실전 답압지. 두 답안지는 똑같았고 29번 문제가 유출됐다. |
서울 ㄷ초등학교에서 5학년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31일 시행된 일제고사 1교시 국어 OMR답안지를 보고 놀랐다. 시험을 보기 바로 전 아이들에게 마킹을 연습시킨 연습용 답안지와 똑같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연습용 답안지로 나눠 준 것은 지난 27일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OMR답안지이기 때문에 연습을 해보라는 의미였다. 5학년 담임교사들이 받은 연습용 답안지는 국어와 영어 답안지였다.
문제는 국어 29번에서 생겼다. 4개의 문장보기를 주고 해당하는 문장의 형식에 선을 이어 맞추라는 내용이었는데 사실상 문제가 나온 것이다. 이 답안지는 5학년 5개반 140여명이 연습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연습용 답안지와 똑같은 실제 답안지로 국어 시험을 봤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역교육청을 거쳐 단위학교에 내려 보낸 ‘2009교과학습진단평가시행계획(초등)’을 보면 ‘OMR 답안지 견본’을 활용해 번호, 이름, 답안 표기 등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지도토록 했지만 이 학교는 실제 답안지를 활용한 것이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황당하다. 지난해 성적 조작 사건으로 문제 유출 등에 더 신경 쓰라고 교육청이 공문까지 보냈다고 하는 데 이런 경우가 또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조 아무개 교장은 “유출이라고 할 수 없고 지금까지는 초등학교에서 없었던 OMR양식으로 시험을 봐서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며 “사전 문제 유출 이런 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영어듣기 문제 MP3파일, 교사에 미리 배포도
이와 함께 적지 않은 학교가 영어 듣기평가 문제 MP3 파일을 시험 보기 며칠 전에 담임교사에게 나눠 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한 학교는 지난 26일 내부 메신저로 영어듣기 파일을 나눠주면서 “컴퓨터에 저장해 주세요. 바탕화면은 않됨-아이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내문서-내음악 폴더에 넣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해당 학교들은 대부분 영어듣기 파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나오는 지 들어보라는 것이 미리 배포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어전담을 하는 한 교사는 “지난해 어느 학교에서 영어 듣기 파일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성적으로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문제가 미리 건네지면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리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희정 초등교과사업국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연구원(서울 수유초 교사)은 “진단평가도 일제고사로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학교별로, 교사별로 각자 방식과 상황에 맞게 진정으로 아이들의 수준과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진단평가였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진우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성적조작을 위한 의도적인 배포는 아니겠지만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일제고사 성적으로 기준으로 학교의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성적조작을 할 개연성이 무척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한 학교가 일제고사 보기 전 아이들에게 나눠줘 연습한 국어 답안지(위)와 31일 진행한 실전 답압지. 두 답안지는 똑같았고 29번 문제가 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