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희망칼럼]이범씨의 혹세무민

'꽃보다 남자'의 김범이 아니라 스타강사 이범 이야기다. 연봉 18억을 포기했다는 이 갸륵한 미담의 주인공이 쓴 칼럼과 인터뷰 기사를 모아서 읽었다. 이념과 계층을 막론하고 그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좋은 이야기'는 그가 모조리 쓸어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공교육을 '촌스럽다'고 한 마디로 무찌른다('촌'을 사랑하는 진짜 촌놈인 나는 이런 표현에 종종 움찔한다). 학생이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학원 가서 물어보라'고 답한다는 무책임한 공교육 교사들에 비하자면 '똘똘이 스머프'같은 그의 쌈박한 무료 강의는 그야말로 감동일 것이다.

 

예체능 교육의 수요를 학교에서 받아 안고, 공교육의 색깔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학교 선택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MB정부의 교육 분야 실세인 이주호씨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 같다.

 

국정·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철폐하고 교사에게 교육과정 편성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교조 내 교과 모임들의 입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영어에 많은 시간동안 노출되도록 '영어 습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그의 제안은 강남 아줌마들이 밑줄 치며 읽음직하다.

 

그가 한국 공교육의 체제 대안으로 목 놓아 부르짖는 핀란드 모델은 우리 전교조와도 배가 맞다. 심지어 그는 한 동화작가와 함께 교육 소설까지 펴냈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의 목적을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페이스메이커(제목이 '수호천사 이야기'다) 노릇을 해 주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과연 그는 친절하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공교육의 무능과 비효율을 준열하게 꾸짖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팍팍 긁어주는 사람, 어떻게 공부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를 사심 없이(?) 안내해 주는 이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을 것이다.

 

그에게 전교조는 낡은 세력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달려 방대한 콘텐츠를 썩히는 갑갑한 집단이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는 전교조를 두고 '촛불민심'을 하이재킹(공중납치)하려는 세력이라고 섬뜩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만난 한 학부모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제 이범 씨가 울산에 와서 오전 오후 내내 강의를 했어요. 솔깃하고 당기더군요. 그런데 그의 강의를 듣다 보니, '교육 문제'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자꾸 '우리 아이' 생각만 나게 하더군요. 어떻게 공부시킬까, 우리 애한테는 어떤 방향이 잘 맞을까, 이런 생각만 하게 되더군요."

 

이 말이 이범의 혹세무민을 단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그의 주장은 결국 '지옥으로 가는 길'을 보기 좋게, 효율적으로, 잘 닦아놓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의 눈부신 성공은 전교조 운동의 허약함과 교육 담론의 앙상함을 드러낸다.

 

그의 강연에 구름처럼 몰려든다는 청중을 생각하다가, '성과급' 이야기 때 반짝 읽히고 대체로 버려지는 <교육희망>을 보면서, 먼지만 두텁게 쌓이는 <우리교육>을 보면서, 일제고사의 파괴력에 대해서조차 우리 안에서 잘 공유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는 슬프다.

 

체벌, 두발 검사, 복장 검사, 벌점제, 야자, 보충, 일제고사, 아이들을 숨 막히게 하는 이 모든 것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범의 혹세무민은 날개를 달아 간다. 우리에게 '이범, 당신은 틀렸어'라고 할 수 있을 그 무엇이 남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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