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단 각 지역별 성적 우수 학생비율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학교정보공개라는 이름으로 성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므로, 두 번째 공격, 세 번째 공격까지 가면 학교별로 보다 세세한 자료까지 공개될 것이다.
그럴 경우 어떻게 될까? 이런 보도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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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 수능성적 자료 분석결과를 발표하자 관련 단체의 반발과 함께 사회적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4·15연석회의 관련자들이 평가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영민 minfoto@paran.com |
'전북 교육계, 수능성적 하위권에 '당황'''충남지역은 또 한번 큰 충격'
우수학생 비율이 떨어지는 지역이 충격 받고 있다는 기사들이다. 그 지역들은 이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까? 간단하다. 우수학생을 늘려 서열을 올리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다. 그럼 그다음엔 다른 지역이 충격 받게 된다. 이번엔 그 지역이 서열을 올려 다른 지역에 충격을 주려 할 것이다.
이렇게 모든 지역이 모든 지역에 대해 성적 투쟁을 하는 나라. 여기에 학교별 정보공개까지 가면 모든 학교가 모든 학교에 대해 성적 투쟁을 하는 교육전쟁이 펼쳐진다. 이미 우리나라는 입시전쟁 상황이다. 이 전쟁이 더 심해진다는 소리다!
춘추시대에 공자는 시대의 혼란상을 한탄했다. 그는 나라간 전쟁이 이어졌던 춘추시대를 개탄하며 평화시대를 그리워했다. 그것이 <논어>의 내용이다. 공자는 춘추시대를 천하무도의 시대라고 했다.
그러나 춘추시대 이후엔 더욱 살벌한 시대가 펼쳐진다. 바로 전국시대다.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면 전쟁의 양상이 훨씬 잔혹해진다. 지하실 밑에 지하실이 또 있었던 것이다.
이미 입시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에서, 성적공개로 인해 가열되는 무한경쟁은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전국시대에는 백성들이 수십만 단위로 몰살당하기 시작한다. 이제 우리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몰살당하게 생겼다.
국민과 국민의 자식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다
신문마다 상위권 학생 비율을 근거로 한 지역별 서열을 발표하고 있다. 모두들 너무나 당연히 그 서열을 발표한 후 저마다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린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해야 한다.
왜 상위권 학생 비율이 지역별 교육 서열의 근거여야 하지? 극단적인 엘리트주의다. 이건 교육이 아니다. 세계 교육경쟁력 1위인 핀란드에선 상위권 학생수로 교육성과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상위권 학생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등수가 없으니까.
핀란드의 교육목표는 '아무도 꼴찌가 되지 않는 것'이다. 부진한 학생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위권 학생이 기준이다. 수능성적공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건 하위권 학생을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지역이 상위권 비율을 높이기 위해 소수 편향의 엘리트 교육에 치중하게 된다.
다수 국민의 자식들이 결국 교육적 관심으로부터 배제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소수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해도 타 지역에게 밀릴 수 있다. 이때 각 지역들은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바로 서울 지역 일류대처럼 하게 된다.
일류대들은 학생 선발에 목을 맨다. 우수 학생을 선발해야 자신들의 서열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각 지역이나 학교들이 서열을 올리는 방법은 바로 이들 대학처럼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서열이 저절로 올라간다. 그러므로 선발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선발경쟁이 의미하는 것은? 중고등학교가 대학처럼 눈이 벌게져서 선발경쟁을 벌인다면? 입시경쟁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것이 수능성적공개의 귀결이다.
그렇게 해서 모든 학교가 상위권 학생만 칙사처럼 모시려고 할 때 다수 국민의 자식들은 조용히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사교육비를 많이 못쓴 일반 국민의 자식은 이미 일류대가 배제하고 있다. 그처럼 중고등학교가 대학처럼 선발경쟁을 벌일 경우 일반 국민의 자식은 일류중, 일류고로부터 배제당하고, 패배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결국 수능성적공개는 국민과 국민의 자식에 대한 공격이다. 국민을 사교육비로 말려죽이고, 국민의 자식을 입시경쟁으로 말려죽이며, 일류학교로부터 배제될 아이들의 희망을 몰수하려는 책략이다.
- 인터넷 신문<데일이 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을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합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 수능성적 자료 분석결과를 발표하자 관련 단체의 반발과 함께 사회적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4·15연석회의 관련자들이 평가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도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영민 minfoto@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