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수학능력시험을 도입한 지 16년만에 수능 원자료 성적 결과가 전격 공개됐다. 이 날은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4·15학교 자율화 조치'를 시행한 지 꼭 일 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3층 대회의실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 전문가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국 일반계고(특목고·자사고 포함)2005~2009학년도까지 각 과목별 1~4등급 상위 20개 시·군·구의 성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시·도 가운데 광주 지역이 5년간 대부분 영역에서 상위 1~4등급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충남·전북 지역의 수능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능점수의 시·도간 차이는 영역별로 6~14점인 반면 학교별로는 57~73점으로 학교 단위로 갈수로 점수차가 커졌다. 국·공립고보다는 사립고의 성적이 높았다.
평가원은 "성적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232개 시·군·구 전체 순위와 개별학교 성적은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으나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전면 공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진영 건국대 교수는 "학교 단위 수능 점수 공개가 학교 평가로 성급하게 가면 학교 평가가 아닌 주변 지역 학원 평가가 될 수 있다"며 수능 성적 공개를 학교 평가와 직결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학교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싶다면 자료를 잘 모아서 분석 진단하는 게 우선인데, 이를 위해 개인과 학교 단위 성적 공개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적 공개를 통해 사실상 지역·학교 간 격차가 확인된 만큼 고교평준화 해체를 통한 경쟁 교육을 확대·강화할 것이라는 진단과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은 "수능 성적 공개가 고교 체제 개편의 명분이 되거나 대입제도를 변화시키는 등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4·15공교육포기정책반대 연석회의'도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만 부추기고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전교조도 16일 "'임실의 기적'을 만들려다 실패한 교과부가 수능 성적을 공개하여 더 이상 공교육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성적 공개에 따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쟁을 강화할수록 경제적 강자가 이기는 게임을 만들어 놓았으니 원인이고 결과고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군 단위 학교 성공 사례와 평준화 지역 내 학교 간 차이에 대한 분석도 없이 교육과정의 자율성만 보장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학교 간 경쟁이 아니라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우선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