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미래 예측 못하는 MB 정부의 '미래형 교육과정'

또 바뀌는 교육과정,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과정이 또 변한다고 한다.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이다. 3년에 걸친 시안연구와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정된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이제 막 초등 1,2학년에 도입되고 있는 2009년 벽두부터, 또 다른 교육과정이 은밀히 준비되고 있다.

 

아직 교과부가 공식적으로 고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담론 수준도 아니며 새로운 시안 마련을 위한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도 아니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의 논의를 끝내면 올해안에 교과부 고시를 거쳐 내년 현장에 적용하는 일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그 일부분이 교과부에 의해 학교 자율화 조치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과정특별위원회는 지난 달 24일 광주에서 열린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 추진을 위한 3차 토론회’를 끝으로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래형 교육과정이 고교 입시교육 확대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를 아우르는 기본 설계도로서 학교 교육의 본령에 해당한다. 따라서 비록 부분적 개정이라 할지라도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지금 논의하고 있는 교육과정의 변화는 그 폭과 깊이가 전면 개정의 수준으로 앞으로 학교 현장의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 교육이 창의적인 학생을 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주요 원인을 국가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으로 치부하는 것은 대단히 일면적이며 부분적인 진단이다. 오히려 대학 입시를 위한 무한 경쟁이야말로 원인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잘못된 진단은 엉뚱한 처방을 낳는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선택형으로 모두 전환하고, 초·중학교에서 과목을 다양하고 자율적으로 선택한다고 해서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입시가 자율화되고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고교 선택제 등에 의해 고교평준화제도가 와해되고 고교 입시가 되살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형 교육과정의 강화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입시 주요과목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합법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는 '교과목별 시간배당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면서'도 '외국어, 수학, 과학 교과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모순된 주장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심지어 '학문적, 전문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강력한 외국어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음악, 미술, 도덕, 기술·가정을 국민공통기본교과에서 선택교과로 전환하는 교과구조조정의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가 아니라 '공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의 포기 선언'에 불과하다.

 

7차 교육과정의 핵심이었던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 교육과정이말로 학습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교 교육의 창의성을 도모하고자 도입되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경쟁의 격화만 불러 일으키고 창의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은 수준별 교육과정을 총론적 규정에서 권장사항으로, 선택형 교육과정을 과목선택에서 과정선택으로 후퇴하여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을 수습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기당 이수과목수를 줄이는 것은 초등에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1~10학년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7차 교육과정에서 기존의 학교급별 체계를 포기하고 학년 체계로 전환되면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국민공통기본 10교과를 3학년에서 10학년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함으로서 초등에서는 학기당 이수과목이 과다하게 편제된 것이다. 이는, 학년별 체계는 유지한 채 국민공통기본교과를 일괄적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아동발달단계에 조응하는 학교급별 교육과정의 복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초등 1~4학년은 학기당 7개 교과목이하'로 줄이면서 오히려 초등 1,2학년은 현행 5개 교과에서 더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초등의 모든 학년에서 6교시 수업을 제안하는 것 등은 아동발달단계를 아예 무시하는 처사이다.

 

또한 '암기식 학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실험을 조장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을 강조하면서도 주기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모순의 극치이다. 오히려 획일적인 사지선다형 문제풀이가 암기식 학습을 조장하고 창의성을 죽이는 주범이 아닌가?

 

다른 한편, 교육과정의 자율화를 주창하면서도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자율화 방안은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미 정해진 교육과정과 검정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역사, 일반사회, 도덕과 교과서에 대한 이데올로기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교육과정의 현주소이다.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개정 절차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과정의 부분 수시개정체제에 따라 언제든 개정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번 개정의 폭과 깊이에서 보면 전면 개정의 수준이다. 더욱이 2009년은 '2007년 개정교육과정' 적용의 1차년도로서 최소한 이전 교육과정을 시행도 해보기전에 바꾸자는 것이다.

 

이전 정권에 마련된 교육과정은 다음 정권에 의해 시행된 5차 교육과정(1987~1992) 시기부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교육과정이 준비되고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데는 최소 5년의 시간은 필요했다. 이는 지난 시기의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시안 마련, 현장 적용에 대한 준비기간을 설정한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과정은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는 범국가적인 장기적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은 1년도 안된 짧은 시간에 시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실제적 평가에 근거하지 않은 채, 권력의 새로운 교육정책을 교육과정으로 마구 구겨넣고자 하는 교육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현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구현을 위해서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 특성화는 시급하다"라는 주장에서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진정한 '정치적' 의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주요방향으로 주창되고 있는 '교육과정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는 고교평준화의 해체의 다른 이름이며, 입시 경쟁의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에 불과하다.

 

'창의적인 인간'을 키우고 싶은가? 대학 서열을 타파하라.

 

초·중등 교육을 대학 입시로부터 해방시켜라. 교과서에 대한 이데올로기 통제를 포기하라. 배워야 할 지식의 양을 줄이고 난이도를 낮추어라.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라. 경쟁이 아니라 협력 학습을, 학력신장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장하라. 객관식 사지선다형 일제고사를 폐기하라. 그동안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평가하라. 그리고 이 모든 논의를 국민공론의 장에 끌어들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라.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교육선진국의 공통적인 특징이며, '창의적인 인간'과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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